하이구이파(해외 유학파 출신)가 창업한 벤처기업의 성공 모델이자 뉴욕 증시 상장 1호 중국 민영기업,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업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중국 기업이 파산 위기에까지 몰린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샹더의 부채가 35억 달러를 웃돌고 이 가운데 20억 달러는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하지만 수중의 현금은 5억 달러를 밑돈다고 전한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 태양광 기업의 매출 70%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가시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올 들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과 반보조금 규제를 통해 31%의 고관세를 물리며 시장 상황이 악화된 탓이 크다.
샹더가 부족한 건 ‘돈’보다 ‘시장’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샹더의 몰락을 중국 발전 모델의 개혁 계기로 삼아야 한다(런민대 방주란 교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성장 뒤에 가려졌던 중국 발전 모델의 한계, 국가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호주 뉴샤우스웨일스대에서 태양전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스 회장은 현지 업체에 근무하면서 11개의 특허를 확보한 엔지니어다. 중국 정부의 하이구이파 유치 창업 지원 정책에 따라 중국에 돌아온 스 회장이 우시에 회사를 설립한 건 2001년이다.
우시 시정부는 해외 상장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명분 아래 우시샹더의 관계사인 샹더전력에 자금 지원을 하면서 확보한 국유 지분을 상장 전에 털고 나오는 배려까지 해줬다. 스 회장의 기업이 된 샹더전력은 2005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떠오르는 해로 비유되는 태양광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도움이 됐다. 샹더 효과는 대륙 전역으로 퍼졌다.
샹더 상장 반 년 만에 100여 개 지방정부가 앞다둬 태양광 산업 육성에 나섰다. 의류 및 염색 업체까지 정부 지원금의 단맛에 빠져 태양광 패널 사업에 뛰어들었다. 핵심 기술 없이 조립하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이미 중국의 600여 개 도시에서 태양광을 전략 신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혁신보다 정부에 기댄 샹더 모델은 시장이 위축되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장 초 49억 달러를 웃돌던 시가총액은 2억 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샹더의 부상에 보이는 손을 아낌없이 사용했던 중국 정부는 구제금융 과정에서도 보이는 손을 사용할 태세다.
우시 시 정부는 스 회장이 개인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안과 뉴욕 증시에 상장한 회사를 퇴출시켜 국유화한다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유한책임공사인데 어떻게 최대 주주 한 명에게 무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며 반발한다. 중국 인터넷에는 정부는 뒤로 빠지고 시장에 맡기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이는 손을 자꾸 사용하다 보면 샹더의 비극은 풍력·발광다이오드(LED) 등 다른 신흥 산업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이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반덤핑 제소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중국 개혁 개방의 모범 사례 샹더 모델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 태양광 기업까지 불똥이 튀어서다.
유럽 태양광 업계는 지난 9월 중국 업체들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추가 제소하면서 내놓은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태양광 업체들에 초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갚지 못한 대출은 탕감해 주거나 상환 일자를 무기한 연기해준 탓에 공급과잉이 심화돼 올 들어서만 유럽의 20개 주요 태양광 업체가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글로벌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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