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철 삼호SH투자자문 대표·CIO

주식 거래량 급감, 대규모 펀드 환매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투자 자문 업계는 더욱 그렇다. 한때 뜨겁게 달아오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80%가 넘는 자문사들이 적자 상태다. 당연히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누적 수익률도 상당수가 ‘마이너스’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최남철 대표가 이끄는 삼호SH투자자문은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MY W 삼호헬스케어 1호’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6.57%를 기록했다. 작년 7월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35. 3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24.58%나 넘어서는 수익률이다.

“비결은 꾸준한 바이오·헬스케어·제약주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포커스] “바이오·헬스케어에 집중해 홈런 쳤죠”
1988년 펀드매니저가 된 최남철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삼호SH투자자문의 운용을 맡게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보를 주목했다. 하지만 최 대표가 ‘바이오·제약·헬스케어’에 특화된 랩을 선보인다고 공언하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 당시만 해도 소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때였다.

“규모가 작은 음식점이 한두 개의 메뉴로 승부해야 성공하듯 자문사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소형 자문사는 남들이 삼성전자를 매수한다고 따라 샀다가 파는 전략으로는 결코 차별화된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최 대표가 바이오·제약·헬스케어에 특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분야가 그가 항상 강조하는 ‘꿈의 기울기’, 즉 향후 성장성이 가장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의학 역시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서 ‘관리(케어)와 진단’하는 개념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아마 3년 후에는 헬스케어 산업이 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 수준에서 1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산업이 향후 유망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산업보다 어려운 이 분야에서 어떻게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느냐는 것이다. 최 대표는 바로 이 ‘원석’을 찾는 데 누구보다 앞서 있다.

그의 약력에서 보듯 2년여의 기간 동안 바이오 기업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의 대표를 맡았을 때 정말 수많은 관련 기업인과 투자자를 만났어요. 소위 한국 바이오의 발전을 5년 동안 막았다는 ‘황우석 사태’가 이제 잠잠해질 만하니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져버렸기 때문이죠.” 최 대표는 “오히려 이처럼 어려웠던 시기를 거치며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산업에 더 안목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 대표는 올 초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유명 의대 출신의 ‘현직 의사’를 사내 애널리스트로 영입했다. 최 대표가 그에게 부탁하는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이 제품을 의료계에서 쓸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현재 최 대표는 50여 개의 헬스케어 종목을 중심으로 집중 분석하고 있다. 이미 씨젠(분자 진단)과 셀트리온(바이오시밀러)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또 줄기세포와 신약, 의료 장비, U-헬스(유비쿼터스 헬스) 관련 종목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주식 투자는 인삼 농사와 비슷합니다. 저는 1~2년근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5년근은 돼야 투자할 만한 기업이라고 봅니다. 이미 오른 주식을 따라가는 건 수익률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죠.”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