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당시 38.6%, 2010년 29.9%, 올해 상반기는 19.8%로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반감했다. 2008년에 과거 최고의 매출액 3조4177억 엔을 올린 일본 가전회사 샤프도 4년 후인 2012년에 최대인 29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북유럽의 거인’이라거나 ‘액정의 영웅’이라고 칭송 받던 기업으로서는 너무나 어이없는 내리막길이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허영심’과 장래의 성장 분야로 경영 자원을 배분하지 않았던 ‘경직화(노키아)’를 갖고 있었고 액정 사업의 성공 체험에 지나치게 의존해 위험한 한 발 타법이라는 ‘선택과 집중(샤프)’에 치중했다. 양쪽 다 화려한 성공의 뒤에는 자각증상 없이 급속하게 퍼진 ‘병’이 악화돼 결국 ‘즉사’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져버리는 불꽃같은 기업이 있는 반면 착실하게 사업을 전개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장수하는 거북’과 같은 기업이 있다. 바로 수술용 바늘로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마니(mani)라는 의료 기기 제조회사다.
사원은 2600명이지만 수술용 봉합 바늘로는 일본 국내시장의 90%, 치과용 의료 기기 90%, 안과용 나이프 60%라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17년 연속 수익이 늘어나고 있고 영업이익률은 35%를 넘어서고 있다. 2008년에는 제8회 포터상을 수상했다.
이 엄청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리먼브러더스 쇼크에 따른 세계적인 역풍을 맞지 않는 강인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해줄 실마리를 ‘기업 풍토’, ‘사업 방침’, ‘제품 품질’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좀 더 알아보자.
먼저 세계 제일을 추구하는 기업 풍토가 사내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 예를 들어 사원의 유니폼에는 ‘세계 제일의 품질을 세계 구석구석으로’라는 메시지가 프린트돼 있다. 사내 회의 이름은 ‘세계 제일인가 아닌가 회의’다. 더욱이 세계 제일에 관한 논문이 사원의 승진 조건에 들어 있다. 사내의 여러 분야에 ‘세계 제일’이라는 문구가 새겨 있다. 다음은 ‘사업 방침’이다. 마니는 ‘해서는 안 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세계 제일의 품질 외에는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제품 수명이 짧은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의료 기기 외에는 취급하지 않는다 ▷니치마켓(연간 세계시장 5000억 엔 이하) 이외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품 품질’이다. 하나의 제품을 장기간 개선해 가면서 세계 제일의 품질로 만드는 것이 기본 사상이다. 마니는 가공 기계도 자사에서 개발했다.
담당자는 의료 관계자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해 몇 번이고 테마를 추구해 가는 제조 개선(頓智: 민첩한 지혜)을 지속한다. 더욱이 품질 체크에서는 기계를 먼저 검사하고 나서 모든 상품을 사람의 눈으로 체크하고 있다. 벨트 컨베이어 위로 흘러가는 수만 개의 수술용 바늘을 마지막에 사람의 눈으로 검사하는 품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엑설런트 기업의 조건은 무언가 한 가지(마니는 품질 세계 제일)를 철저히 고집하고 지켜내는 강인한 사상이 아닐까 한다.
테츠카 슈이치(手塚修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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