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자산의 차이는 곧 라이프스타일의 섬세한 차이로 이어진다. 일반인들이 추측 가능한 그들의 모습은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상류층’의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 슈퍼리치들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권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슈퍼리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해 봤다. 다만, 인간 개개인의 특성이 다 다르듯 당연히 슈퍼리치들도 ‘일반화’하기는 대단히 어려워 다수의 공통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

한 가지 더, PB들마다 빼놓지 않았던 슈퍼리치들의 대표적 특징은 ‘돈에 관한 감각’이었다. 타고난 감각이든 후천적 노력으로 얻은 감각이든 돈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그들을 부자로 만든 중요한 힘이었다.
[대한민국 슈퍼리치 밀착 리포트] 7개 키워드로 본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 자녀 교육서 인맥까지 경제력 ‘활용’
자산 관리
나이 많을수록 지키는 데 더 ‘관심’

슈퍼리치들의 자산 증식 방법은 다양하나 크게 사업·부동산·주식 등의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자산을 보유하는 방법은 부동산과 현금, 기타 자산 등을 병행하지만 자산 증식의 수단은 그동안 자신이 자산을 늘렸던 수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번 슈퍼리치는 계속 부동산에 투자하고 사업으로 부를 증식한 이는 사업 확장이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며 지분 매각을 통해 부를 창출한 이들은 기회가 왔을 때 사고팔기를 반복한다는 것.

다만 부동산에 투자하는 슈퍼리치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가 많다. 과거 부동산으로 ‘큰 재미’를 경험했던 세대나 여전히 ‘땅이나 건물 등 부동산이 돈’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이들인 것. 그러나 어떤 방법을 통하든 슈퍼리치들은 결코 ‘올인’하지 않는다. 자산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안전 자산으로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자산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 이용 형태를 보면 슈퍼리치들은 일반인에 비해 여러 개의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거래 금액의 절대적 크기가 큰 이유도 있지만 은행·보험·주식 등 금융 상품에 대한 니즈가 다양하고 또 다수의 전문가에게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성향 때문이다.

그러나 주거래 은행의 변경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정적이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시대지만 슈퍼리치들은 대면 채널 거래를 선호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슈퍼리치들의 목표는 자산 증식이 아니라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때문에 젊었을 때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늘린 슈퍼리치들도 나이가 들면 안정적인 자산 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



여가
‘골프’에 집중된 단조로운 레저

슈퍼리치들의 여가는 오히려 더 단조롭다. 가장 흔한 것은 골프다. 건강이 목적이든, 휴식이 목적이든, 혹은 비즈니스가 목적이든 슈퍼리치들은 대부분 골프를 즐긴다. 주말이나 휴가에는 국내외 좋다는 골프클럽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긴다.

초고액 슈퍼리치들의 여가에서 ‘프라이빗’은 그야말로 중요한 조건이다.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호되는 독립된 공간에서 24시간 내내 풀 서비스를 받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하룻밤 1000만 원이 거뜬히 넘는 금액도 선뜻 지출한다.

물론 대부분은 세컨드 하우스, 즉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슈퍼리치들은 해외에도 그들만의 휴식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젊은 슈퍼리치들은 골프 이외의 다양한 취미에도 하나둘 눈을 뜨는 분위기다. 주로 와인·그림·자동차·도예·오디오 등 ‘컬렉션’이 많은데 취미와 함께 투자로서의 컬렉션이 병행된 경우도 있다.



세대 차이
1세대와 2세대의 어쩔 수 없는 ‘갭’

대부분 맨손으로 시작해 부자가 된 1세대 자수성가형 슈퍼리치들과 상속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슈퍼리치가 된 2세대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일이나 사업에 대한 의식 자체가 다르다. 1세대 슈퍼리치들은 대부분 ‘워커홀릭(workaholic)’이 많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당연히 주중·주말 구분도 없이 치열하게 일을 해온 세대다.

그러나 2세대 슈퍼리치들은 ‘스마트’를 강조한다. 부모 세대처럼 하루 24시간 일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늦게 출근해 몇 시간을 일하더라도 ‘성과’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업을 물려받는 것에도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운다.

1세대 슈퍼리치들은 당연히 자신이 일궈온 기업을 자식이 물려받아 발전시키길 원하지만 2세대들은 향후 사업성이 없거나 트렌드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승계를 포기한다. 돈에 대한 가치관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1세대 슈퍼리치들은 ‘절약’이 모토다.

생활 습관도 철저히 절약형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쓰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2세대 슈퍼리치들은 돈에 대한 의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것을 입고, 먹고, 교육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소비에 관한 한 ‘눈’이 높다. 명품 소비는 ‘자기 과시’이기도 하지만 좋은 브랜드를 가치 있게 소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YONHAP PHOTO-1026> 제주국제학교 학교 내부 전경

     (서울=연합뉴스) 제주도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제주)이 26일 개교 첫 수업을 진행했다.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총 436명 학생이 입학했다.  

사진은 학교 내부 전경

 2011.9.26

    photo@yna.co.kr/2011-09-26 14:46:5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주국제학교 학교 내부 전경 (서울=연합뉴스) 제주도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제주)이 26일 개교 첫 수업을 진행했다.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총 436명 학생이 입학했다. 사진은 학교 내부 전경 2011.9.26 photo@yna.co.kr/2011-09-26 14:46:5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주요 소비처
자녀 교육과 건강에 아낌없이 투자

한 조사에서 초·중·고 자녀를 둔 부자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이 99.2%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100%다. 초고액 슈퍼리치들은 자녀들의 과외 및 학원비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돈을 쓰기도 한다. 과목별 과외 선생님이 따로 있고 이 과외 선생님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담당이 따로 있는 경우도 숱하다.

‘돈의 힘인지 어떤지 몰라도’ 대부분 슈퍼리치의 자녀들은 명문대에 진학한다는 게 PB들의 얘기다. 해외 유학 경험은 필수다. 아예 해외로 조기 유학을 보내 학사 이상까지 마치도록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국내에서도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를 통해 외국 학교를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까지 국내에서 마친 후 해외로 대학 진학하는 케이스도 많다.

설령 국내 대학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해외 유학을 보낸다. 이처럼 슈퍼리치들이 자녀 교육에 절대적인 데는 무슨 일을 하든 일단 공부 잘하는 게 우선인 우리나라식 정서가 반영된 것도 있지만 좋은 학벌이 가져다주는 학연, 그리고 글로벌 경험 등을 통한 경영 수업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건강 유지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1년에 한 번씩 고가의 VIP 코스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주치의에게 받는 정기적인 관리, 건강을 위한 운동, 보조식품 복용 등에도 많은 돈을 소비한다. 요즘처럼 ‘동안’이 경쟁력인 시대에는 피부 관리도 적극적으로 받는다. 80대라고 하더라도 슈퍼리치들의 피부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게 PB들의 귀띔이다.
기업은행 강남PB센터 WIN CLASS은 럭서리한 분위기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00211
기업은행 강남PB센터 WIN CLASS은 럭서리한 분위기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00211
인맥
필요한 ‘인맥’은 정략적으로 쌓아

인간관계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슈퍼리치들을 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인맥 네트워크를 반드시 갖추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법조계와 언론계 인맥을 필수로 쌓고 나이가 들면 의료계 인맥을 쌓는 게 보편적이다. 탄탄한 인맥을 쌓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돈의 힘’이다.

필요한 인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 학연·지연은 인맥의 기본이고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혼맥’도 활용하는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자녀들의 활동반경을 특정 서클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해외 유학을 보내 그곳 VIP 클럽에서 활동하게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굳이 ‘정략결혼’이 아니더라도 혼사를 통해 좋은 ‘인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은퇴와 노후
70대 이상 우울증 환자 많아

자산이 많을수록 사실상 별다른 은퇴 준비가 필요 없다. 따라서 슈퍼리치에게 은퇴 준비는 현재 보유 중인 자산의 유지 및 관리가 중점이다. 부동산 위주로 자산이 형성돼 있는 슈퍼리치들에게는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게 은퇴 준비라면 준비다.

수명의 증가로 은퇴 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는 요즘에는 사실 가능한 한 늦게까지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할 터. 슈퍼리치들은 소득 창출의 목적이 아니라 ‘덜 늙기 위해’ 일을 가능한 한 유지하고자 한다.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했더라도 명예 직책을 유지하며 1주일에 1~2번은 회사에 출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은퇴 후 엄청나게 남는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70대 이상의 슈퍼리치들 중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 돈은 많지만 인생은 더없이 무료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데다 노화로 인해 한두 군데씩 아픈 데가 생기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PB는 아예 “우리 같은 PB들의 진짜 역할은 어쩌면 그분들이 돈을 잘 쓰면서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기부와 사회 공헌
재단 만들기 관심 ‘多’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금 총액은 1999년 9000억 원에서 2009년 6조2000억 원으로 급증하며 기업 위주에서 개인 위주의 기부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슈퍼리치들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금을 통한 기부가 제일 많다.

일부 자산 규모가 큰 슈퍼리치들은 재단 설립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재단 설립의 조건 등이 까다로워 실제로는 재단 설립보다 출신 학교에 기부하거나 병원 등에 기부하는 사례가 더 많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