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사람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문화가 기업에 정착될 때 그 기업은 성장을 지속하고 직원은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계 경제성장률 2.5%.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의존도 43%,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3.0% 미만. 현실이다. 중국의 성장률도 7.0%를 넘기기 어렵다.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은 오히려 나라 살림과 기업 경영에 혼란을 줄 것이다.

소비자의 소득과 지출이 거의 증가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의 핵심 경영 도구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의 보수화 시대를 선언한다. 소비의 보수화 시대에는 우선 대중적 고급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가 줄어든다. 1인당 4만 원이 넘는 한우 고기 음식점의 손님이 준다. 예약을 해야 했던 유명 한우 고깃집이 요새는 그냥 가면 된다.

승용차 사용 기간이 7년에서 10년, 아니 15년까지 늘어날 것이다. 가전제품의 대체 수요도 감소한다. 소비자들은 내구재를 좀 더 오래 사용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루고 애프터서비스를 적극 이용한다. 대중매체의 광고 효과가 약화될 것이다. 소비자는 간접적 정보인 광고보다 직접적 정보인 기존 사용자의 평가와 의견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신제품의 일시적 ‘대박’ 현상도 이제 보기 어려워 질 것이다. 신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그 성능과 품질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상품을 선택한다. 인터넷의 정보와 판매망은 더욱 더 확산될 것이다. 기업의 경쟁은 이제 죽음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모범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소비 보수화 시대는 우리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일본 기업 역시 경영의 보수화를 벗어나지 못해 일본의 세계적 기업들이 하나둘씩 그 브랜드력을 상실하고 있다.

소비의 보수화 시대에서 저성장이라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보수의 탈을 벗어야 한다. 기업은 더욱 혁신성을 강조해야 한다. 소비 보수화 시대에서 기업 경영의 핵심 도구는 효율성이다.

원가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보수적 효율성으로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불경기가 기회라고 해서 이때 부채를 일으켜 투자하고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한 경영은 관념론자들의 허상이었을 뿐이다.
[CEO 에세이] ‘소비의 보수화’ 시대 생존법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의 모든 종사자 중 생산직과 노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다. 70%가 사무직·기술직·전문직·관리직이다. 소위 화이트칼라다. 이제 기업은 공장의 생산성 증대뿐만 아니라 이 화이트칼라 집단의 역량과 효율성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집단의 효율성 증대를 ‘네오 에피션시(neo-efficiency)’라고 명명한다. 사원 한 명 한 명의 지속적 역량 평가와 역량 증대, 업무 위주의 멘토링 문화의 전사적 확산, 조직 전체의 시간 비용(time cost)의 섬세한 측정, 인적·시간적 낭비 요소의 제거, 시행착오의 예방. 이러한 인적·시간적 효율성 증대 경영이 기업의 지속적 저성장의 축이 돼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경영 방식이다. 화이트칼라의 인적 효율성 증대는 1~2년에 이뤄지기 어렵다. 적어도 3년 이상 모든 사원이 효율성(E=P/C)이란 경영의 핵심 도구에 동참해야 인적 역량이 증대될 것이다. 시간과 사람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문화가 기업에 정착될 때 그 기업은 성장을 지속하고 직원은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