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에너지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예외다. 지하 수천m 셰일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새로운 채굴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4~5년 전 불붙은 셰일가스 붐은 미국의 산업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값싼 에너지 덕분에 폐쇄됐던 제철소가 재가동되고 해외로 갔던 석유화학 공장들이 다시 미국 땅으로 돌아온다. 30년간 줄곧 쇠락의 길을 걸어온 미국 제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된 미국은 적극적인 수출 전략으로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마저 뒤흔들 기세다. 휴스턴에서 피츠버그까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현장을 돌아봤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 현장을 가다] 다시 부활한 ‘아메리칸 드림’…값싼 에너지, 세계를 바꾼다
피츠버그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2시간가량 달리면 웨스트버지니아 주 마샬 카운티가 모습을 보인다. 남북으로 흐르는 오하이오강을 오르내리는 석탄 운반선들이 인상적이다. 한때 석탄 산지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쇠락한 소도시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태백이나 정선쯤 되는 곳이다. 수년 전만 해도 한적했던 이 산골 동네에 최근 셰일가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석탄을 캐던 지충 아래 수천m에서 대량의 셰일가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텍사스를 주무대로 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대거 몰려와 경쟁적으로 시추공을 뚫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박희준 EQT 부사장은 “도로 변에 집 몇 채와 소들만 눈에 띄던 곳”이라며 “셰일가스로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적하던 도로 위를 대형 덤프트럭이 줄지어 오가고 천연가스와 관련된 플랜트 건설 공사가 곳곳에서 한창이다.

맥도날드·웬디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 점포도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약속 장소인 음식점에서 만난 톰 로완 개스타익스플로레이션 엔지니어는 “이 지역에선 요즘 경기 붐으로 1~2주 전에 예약해야 호텔 방을 잡을 수 있다”며 “피츠버그보다 호텔 잡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호황을 누리는 것은 호텔뿐만이 아니다. 레스토랑도 연일 북적이고 외지에서 노동자들이 몰려와 집값도 뛰었다. 마샬 카운티가 오일·가스 분야에서 거둬들인 세금이 2007년 15만 달러에서 2010년 100만 달러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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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방석에 앉은 시골 농장주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둔 개스타익스플로레이션은 2007년 말부터 마샬 카운티와 웨첼 카운티에서 셰일가스 시추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35개의 셰일가스정을 확보하고 있다.

가스정은 대부분 산 정상 부근에 있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30분쯤 산길을 따라 달렸다. 로완 엔지니어는 “가끔 곰과 마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좁은 산길인데도 난데없이 도로포장 공사가 한창이다. 시추 허가를 받으려면 도로포장 비용을 미리 공탁해야 한다. 먼지로 인한 주민 피해와 안전을 고려한 조치다. 개스타 익스플로레이션은 이 길 주변에서만 18개의 가스정을 뚫고 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몇 달 전 개발을 완료한 생산 가스정이다. 멀리서부터 ‘쉭~’하고 특유의 가스 타는 소리가 들린다. 가스정 밸브에는 태양광 전지로 작동하는 모니터 장치가 설치돼 있다. 가스정 내부 압력 등 각종 정보가 15분마다 업데이트돼 전송된다.

이 가스정 한 곳에서 매일 1억50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와 600배럴의 천연가스액(NGL)이 생산된다. 박 부사장은 “가스정 한 곳에서 매일 1억 원씩 벌어들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스정 한 곳을 시추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60억~70억 원이다. 1년도 안 돼 투입 비용의 6배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 부사장은 “가스정 수명은 보통 10년 이상”이라며 “셰일가스 때문에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셰일가스는 땅 주인에게도 대박을 가져다준다. 미국은 땅 소유주가 지하자원에 대한 소유권도 함께 갖는다. 셰일가스 개발 업체들은 맨 먼저 ‘랜드맨’들을 통해 매장 가능성이 높은 땅을 대량으로 확보한다.

땅을 직접 사들이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임대 방식을 활용한다. 보통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20%를 땅 주인에게 주는 조건으로 채굴 계약이 맺어진다. 성공하면 평생 농사만 짓던 농부가 하루아침에 매년 수십억 원씩 들어오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골 동네에 고급 차와 할리데이비슨이 넘치고 이웃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셰일가스는 고운 진흙이 굳어 만들어진 셰일(혈암 또는 이판암) 지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도시가스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시내버스의 연료로 쓰는 압축천연가스(CNG)와 동일한 것이다. 지하 수천m에 분포한 셰일층은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모태다.

수억 년 전 이 지층에 섞여 들어간 유기물이 변성돼 석유와 천연가스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암석 틈을 타고 지표면으로 이동해 모여 있는 것이 전통적인 유전과 가스전이다. 셰일층에서 생성된 천연가스 중 일부는 지표면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셰일가스다.

셰일층에 천연가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경제성이 낮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기존 가스전은 100~200m만 채굴하면 되지만 셰일가스는 수천m를 파고 내려가야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룩한 배사형 지층에 많은 양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전통 가스전과 달리 바위 틈새에 넓게 퍼져 있어 채취가 쉽지 않았다.

새롭게 등장한 수평 시추와 수압 파쇄 기술이 이런 문제점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시추 업체들은 이제 지하 수천m까지 시추공을 뚫을 수 있으며 드릴 헤드 방향을 전환하거나 심지어 수평 방향으로도 천공이 가능하다.

엔지니어는 8km 떨어진 거리에서 목표물에 1m 오차로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최첨단 드릴을 조작한다. 수직으로 땅을 뚫으면 목표 지층과 접촉면이 좁을 뿐만 아니라 실패 확률도 높다.

하지만 수평 시추는 지층을 따라 횡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고 실패 확률이 낮다. 최근에는 수평 시추가 복수로 이뤄진다. 밖에서 보면 하나의 가스정이지만 밑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시추관이 뻗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효율이 올라간다. 로완 엔지니어는 “보통 한 가스정에 수평으로 3~10개 정도 시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수압 파쇄는 폭약을 터뜨려 셰일층에 균열을 낸 다음 고압의 물을 분사해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수백만 리터의 물과 특수 모래, 화학물질로 구성된 액체 혼합물을 수백 대의 펌프트럭을 동원해 엄청난 기압으로 밀어 넣는다. 이렇게 하면 가스 흐름을 방해하는 박테리아가 죽는다.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압력은 암반을 부술 정도로 엄청나다. 이 과정을 통해 수백m에 이르는 미세한 균열이 만들어지고 이 틈을 유지하는 역할은 모래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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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 카운티는 펜실베이니아·웨스트버지니아·뉴욕 주에 걸쳐 있는 거대한 마르셀루스 셰일의 일부다. 이곳은 셰일 가스 붐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가채 매장량이 490조 입방피드에 달한다. 전통 가스전과 셰일가스전을 통틀어 중동의 북부 가스전(1400조 입방피트)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다. 2008년 마르셀루스 셰일에서 셰일가스 시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국은 하루아침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가스전을 덤으로 갖게 된 셈이다.

마르셀루스 셰일의 또 다른 매력은 시장 접근성이다. 뉴욕·보스턴·뉴저지 등 미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북동부 인구 밀집 지역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를 팔기 위해 시장까지 수백km를 이동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파이프라인 건설비용이 1마일당 300만 달러”라며 “펜실베이니아 주를 이동하는 데만 대략 1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셰일가스 개발에서 가스만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파이프라인을 제때 확보해 얼마나 빨리 시장에 갈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 포인트”라고 말했다.



환경 논란이 셰일가스 발목 잡나

마르셀루스 셰일은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토마스 머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마르셀루스센터 소장은 “20개 이상의 톱 에너지 기업이 마르셀루스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틀라스에너지를 인수해 이 지역에 70만 에이커의 땅을 확보한 세브론을 비롯해 엑슨모빌·쉘·아나다코·체사피크에너지·캐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토털과 노르웨이 스타트오일, 그리고 중국·일본·호주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르셀루스 셰일이 각광 받으면서 이 지역의 중심 도시인 피츠버그도 한물간 철강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제2의 휴스턴’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지역은 미국 석유산업의 고향이다.

세계 첫 상업 유정이 개발된 곳이 바로 펜실베이니아다. 또한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과 엑슨오일이 모두 이곳을 무대로 성장했다. 한때 텍사스와 멕시코만 지역을 옮겨갔던 에너지 산업이 옛 뿌리로 귀환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셰일가스는 전체 매장량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이미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천연가스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가스 가격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2008년 MMBtu(1MMBtu는 약 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 당 12달러가 넘던 천연가스 가격이 현재 3달러대까지 하락했다.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러셀 포터 개스타익스플로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산업 전반에 엄청난 감세 혜택을 준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의 새로운 부흥기가 이야기되는 이유다.

값싼 천연가스가 흘러넘치는 상황은 분명 제조업체에는 뜻하지 않은 축복이지만 셰일가스 개발 업체에는 엄청난 타격이다. 최근 마르셀루스 셰일에서 시추 허가 전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머피 소장은 “셰일가스 시추 지역이 드라이 가스가 많은 북동부에서 웨트 가스가 많은 남서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정에서는 천연가스와 함께 천연가스액(NGL)이 함께 나온다.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성분이지만 NGL은 프로탄·부탄·에탄을 함유하고 있어 석유화학 원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천연가스 비중이 높은 곳을 ‘드라이 가스’, NGL 비중이 높은 곳은 ‘웨트 가스’라고 한다. 개발업자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져도 NGL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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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셰일가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낮은 가스 가격보다 환경문제를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애초 천연가스는 발전 시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을 밀어내면서 청정 연료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 발전소의 절반에 불과하다. 조지 스타크 캐봇오일앤드가스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셰일가스는 환경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에 사용되는 수압 파쇄 기술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0년 마이클 무어만큼이나 도발적인 방식으로 기업 비리를 고발하고 있는 조시 폭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가스랜드’가 수압 파쇄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붙였다.

폭스 감독은 수압 파쇄가 지하수 오염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셰일가스정 인근의 가정집에서 라이터를 들고 수도꼭지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다. 수압 파쇄를 위해 주입되는 액체는 99%가 물과 모래지만 파이프 부식 방지와 세척, 박테리아 억제를 위해 소량의 독성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지난 10월 11일 펜실베이니아 유니버시티파크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열린 ‘2012 마르셀루스 서밋’에서도 수압 파쇄와 관련한 환경문제가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에너지 업계와 정부 관료, 학계 전문가 등이 주축인 참석자들은 대체로 수압 파쇄에 의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머피 소장은 “가스랜드는 흥미로운 오락물인지 모르지만 과학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한 펜실베이니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셰일가스 개발과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메탄이 발생해 수도꼭지에 불이 붙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지하수는 지표 부근에 존재하지만 수압 파쇄는 지하 수천m에서 진행돼 영향을 줄 우려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수평 시추 과정에서 지하수층은 시멘트로 이중삼중 차단막이 설치된다. 셰일가스 업계는 ‘가스랜드’를 반박하는 다큐멘터리 ‘트루랜드’를 만드는 등 수압 파쇄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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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차 모델 늘리는 자동차 업체들

최근 셰일가스 업계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슈는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 확대다. 현재 미국인은 전체 석유의 70%를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소모한다. 여기서만 미국 내 온실가스의 30% 이상이 발생한다. 만약 자동차 연료를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바꿀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휘발유나 디젤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워싱턴에 있는 천연가스차 보급 촉진 단체인 NGV아메리카의 제프리 클락 고문은 “승용차는 구입 후 5년이 지나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유일한 CNG 승용차 모델인 ‘혼다 시빅 GX’는 일반 모델에 비해 차 값이 5000달러 더 비싸다.

CNG 차량은 1년에 평균 1000달러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추가 구입비 5000달러를 만회하려면 5년이 필요한 것이다. 클락 고문은 “소비자들은 5년이나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일반 승용차보다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승용차에 비해 운행 거리가 훨씬 긴 상용차는 추가 구입비를 만회하는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이 단체는 2030년까지 트럭의 50%, 운송 버스의 20~30%, 쓰레기 차량의 45~50%를 CNG 차량이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NG 차량 가격이 비싼 이유는 상당 부분 연료탱크 제작비용 때문이다. 가솔린엔진과 천연가스 엔진은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고압으로 압축된 상태로 저장해야 한다. 더 강하고, 더 무겁고, 더 큰 연료탱크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0만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올초 3M도 셰일가스 선두 기업인 체사피크에너지와 손잡고 플라스틱을 이용한 천연가스 연료탱크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탱크는 현재보다 10~20% 가볍고, 10~20% 많은 연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난점은 충전소 확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운영되는 CNG 충전소는 1100개에 불과하다. 미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11만8000개에 달하는 가솔린 주유소에 크게 못미치는 숫자다.

클락 고문은 “셰일가스 업체들이 편의점 운영자들과 손잡고 CNG 충전소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는 충전소 숫자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종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몇 개 지역에만 충전소를 세워도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승용차를 겨냥해 나온 새로운 대안은 자가 충전기 개발이다. 이미 ‘필’이라는 가정용 CNG 충전기가 판매되고 있다. 차고 벽에 설치하고 도시가스 파이프만 연결해 주면 된다. 한 번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6시간 정도다. 물론 설치비를 제외하고도 가격이 4000달러로 아직은 비싼 편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천연가스차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판매량이 연평균 1000대에 불과하던 혼다 시빅 GX는 올해 4000대 이상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GM이 시에라와 실버라도에 CNG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고 크라이슬러도 CNG를 쓸 수 있는 픽업트럭을 올해 공개한다. CNG 모델이 많아지고 판대 대수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차량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미국산 3달러 천연가스 수출 초읽기

현재 북미에는 셰일가스 덕분에 값싼 천연가스가 차고 넘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은 가스 부족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수년 전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의회 증언에서 잇따라 천연가스 부족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그 대안으로 해외 LNG 수입 방안이 모색됐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LNG 수입 터미널들이 채 가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상황이 역전됐다. 현재 대부분의 LNG 터미널이 10%를 밑도는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3달러까지 떨어져 수입해 오는 것이 오히려 손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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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들이 수입 터미널에서 수출 터미널로 속속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값싼 천연가스를 해외시장에 내다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LNG 수입 터미널은 대형 LNG선 접안 시설과 저장탱크,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가스로 환원하는 기화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화장치를 액화장치로 바꿔 달면 바로 수출이 가능한 구조다. 현재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도 2014~2015년이면 완공된다. 미국에서 출발한 LNG선이 파나마 운하를 거쳐 최대 수입 시장 중 하나인 아시아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현재 국가로는 일본이, 단일 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가 세계 LNG 시장의 최대 고객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세계 주요 지역과의 높은 가격 차다.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다른 상품들과 달리 천연가스는 특이한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 국가 간에 거래는 양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90% 이상이 10~20년 장기 계약 물량이다. 미국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장기 계약 물량의 가격은 ‘유가+알파’로 결정돼는 협상 가격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루이지애나에 있는 헨리허브의 거래 가격으로 대표된다. 헨리허브는 9개의 주간 가스관이 만나는 지점으로, 여기서 가스가 구매자들에게 공급된다. 현재 이 헨리허브 가격은 MMBtu당 3달러대다. 반면 아시아는 15달러, 유럽은 12달러, 기타 아메리카는 15달러로, 액화 및 운송비용 등을 감안해도 MMBtu당 4~8 달러의 마진을 챙길 수 있다.

최근 2년 새 10여 건이 넘는 LNG 수출 허가 신청이 제출됐지만 현재까지 승인을 받은 곳은 셰니어에너지의 사빈패스 LNG터미널이 유일하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주 경계인 사빈강 하구 동쪽이 자리한 이 터미널에서는 수출용 액화 플랜트 건설을 위한 터다지기 공사가 한창이다.

6개의 대형 컴프레서와 200개의 에어 쿨러가 작동한 액화 트레인을 거치면서 천연가스는 섭씨 영하 256도로 냉각돼 액체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 회사는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해 영국 BG그룹, 스페인 가스나투랄페노사, 인도 국영가스공사 등 굵직한 수요자와 2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

김보영 한국가스공사 미주지사장은 “국제 유가 대신 헨리허브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수송비용 등을 포함해도 현재보다 30% 저렴하게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며 “일본도 한국에 자극 받아 미국 셰일가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을 얼마나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에서도 수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전환기에 들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뷰_러셀 포터 개스타익스플로레이션 CEO
“가스 가격 반등…거품 있다면 이미 터졌을 것”

개스타익스플로레이션은 천연가스 탐사와 개발,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에너지 기업이다. 1987년 캐나다 앨버타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마르셀루스 셰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0년 말 이민주 회장이 이끄는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휴스턴 다운타운에 있는 본사에서 러셀 포터 CEO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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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붐은 어떻게 시작됐나.

첫 시작지는 텍사스 북부 바넷 셰일이다. 거기서 조지 미첼이 세운 미첼에너지가 수평 시추와 수압 파쇄를 결합해 경제성 있는 시추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증명했다. 바넷 셰일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모든 사람이 비슷한 셰일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루셀루스 셰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어떤 단계인가.

바넷 셰일을 시추할 때만 해도 천연가스 가격이 여전히 높았다. 여기저기서 셰일가스가 쏟아지면서 공급이 폭발했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파산하거나 사업을 전환하는 곳도 나온다. 하지만 가격은 다시 회복될 것이다.

셰일가스 붐에 거품은 없나.

만약 거품이 있다면 이미 터졌을 것이다. 12달러 하던 가격이 3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다시 서서히 오르고 있다.

셰일가스 사업이 장점은.

리스크가 매우 낮다. 전통적인 오일·가스 개발은 시출할 때 실제 오일이나 가스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셰일가스는 한 번 매장이 확인되면 그 지역 전체에 셰일가스가 다 있다. 실패 확률이 낮다. 게다가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도 크다.




인터뷰_앨런 아이클러 펜실베이니아 주 환경부 오일·가스관리국 매니저
“환경문제 과장돼…금지보다 보완이 바람직”

펜실베이니아 주 환경부 오일·가스관리국은 마르셀루스 셰일의 가스정 시추 허가를 담당한다. 주로 환경 영향 등을 검토한다. 해리스버그에 본부가 있으며 남서 지역 사무소가 피츠버그에 자리잡고 있다. 앨런 아이클러 매니저는 “수압 파쇄가 지하수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피츠버그 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에릭 드레퍼 허가담당 수석과 한국 출신인 김태욱 환경엔지니어가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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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허가 추세는 어떤가.

2005년 셰일가스 시추가 시작돼 지금까지 6000개의 가스정이 시추됐다. 허가 건수로 보면 2010년과 2011년이 절정기다. 최근엔 가스 가격이 떨어져 허가 건수가 약간 줄었다. 하지만 오일과 천연가스액(NGL)이 많은 유티카 셰일은 허가가 오히려 늘고 있다.

피츠버그 경제가 살아났나.

피츠버그 석탄층은 산업혁명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1970~1980년대에 한국과 일본 철강사에 밀려 많은 제철소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마르셀루스 셰일이 각광받으면서 철강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파이프나 저장탱크 등 철강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시추에서 환경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수압 파쇄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까지 그에 대한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기 오염 가능성을 더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 시추 과정에서 분진과 소음, 냄새가 심하고 가스 저장이나 처리 과정에서 누출 우려도 있다.

환경문제로 셰일가스 시추가 금지될 가능성은 없나.

현재 뉴욕 주가 유일하게 셰일가스 시추를 금지하고 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뉴욕 주나 펜실베이니아 주가 똑같지만 우리는 오일·가스 산업에 대한 더 많은 경험과 이해를 갖고 있다.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도 전면 금지보다 규제를 보완해 극복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피츠버그·유니버시티파크·뉴마틴스빌·워싱턴·휴스턴·카메론(미국)=글·사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