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증가, 유럽 재정 위기, 저금리 기조 등 올 한 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불안한 투자자들을 안전한 투자처로 안내할 수 있는 금융 리더가 절실한 때다. 굳은 결단력과 소신으로 위기에 선제 대응하며 길을 제시하는 금융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금융 CEO들은 불확실성을 걷는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구조조정 칼바람 등 거센 변화와 위기의 파고를 헤치고 살아남은 현직 금융인들의 멘토에 가깝다. 올해의 최고 금융 CEO를 만나보자.
[나이스신용평가정보·한경비즈니스 공동 선정] 2012 FINANCIALBEST CEO
올해 금융권 최고의 CEO는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신용 평가 회사인 나이스(NICE)신용평가정보와 함께 ‘2012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했다.

그 결과 각 7개 부문에서 최현만 미래에셋생명보험 수석 부회장, 서태창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경비즈니스가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하는 이유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툴을 활용해 2012년 금융시장을 이끌 최고의 CEO를 알기 위해서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금융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 아래 2010년부터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했고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

‘2012 베스트 금융 CEO’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위해 실적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경영 수치 분석을 통해 성장성을 주로 살펴봤다. 이를 위해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정보의 분할 합병을 통해 새롭게 설립된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선정에 참여해 신뢰도를 높였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국내 최대 신용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전문 인력을 활용해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한경비즈니스 공동 선정] 2012 FINANCIALBEST CEO
‘성장성 중심’의 실적 평가

조사는 크게 2차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1차로 정량적 평가를 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2010년과 2011년 경영 실적 분석이 가능한 177개 금융 기업의 경영 실적을 파악했다. 각 금융회사의 실적은 2010년과 2011년 결산 시 실적을 기준으로 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 회계연도가 3월에 끝나기 때문에 정확히는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의 실적이다. 이전 선정에서는 시기상 3월 결산법인 자료를 업데이트하지 못해 추정치로 살펴보던 것을 이번에는 2012년 3월 결산법인의 최신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였다.

이들 자료를 통해 2011년에 2010년 대비 얼마나 뛰어난 경영 실적을 거뒀는지 평가했다. 전년 대비 성장성 및 수익성 지표(매출액 영업이익률 등)와 재무 건정성(부채비율) 등을 분석했다.

1차 선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총 4개를 뒀다. 2010년 대비 2011년의 매출액(영업수익)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당기순이익 증가율, 부채비율이다. 이번 선정은 주로 성장성에 초점을 둔 평가였다는 데 특징이 있다. 성장성 및 수익성 지표로 총 3개 지표(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당기순이익 증가율)를 기준 삼아 CEO가 한 해 동안 회사의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평가했다.

무엇보다 실적으로 증명되는 성과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근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성장성 및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중요하다.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는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해야 하는 중요성도 커지기 때문에 무조건 성장만 추구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재무 건전성 지표로 부채비율을 평가했다.

이렇게 1차 선정의 기준이 되는 4개 지표를 통해 각 기업에 대한 경영 실적 분석을 끝낸 후에는 각 지표별로 1등부터 꼴등까지 점수를 매겼다. 각 평가 지표를 성적순으로 정렬해 꼴등에게 모수(母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1등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예를 들어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낮은 곳이라면 1점을 얻고 성적이 높을수록 1점씩 더 받는 것이다. 적자 전환된 곳과 적자 지속한 곳에 대해서는 따로 점수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모수는 지표마다 차이가 있다. 이후 4개 지표의 점수를 모두 더해 총점수를 냈다. 이에 따라 총점수가 높을수록 좋은 성적을 기록한 곳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총점수를 바탕으로 업종별로 분류해 상위 기업을 선정했다. 먼저 업종은 금융회사를 영업 방식에 따라 생명보험·손해보험·은행·증권·자산운용·지주회사·카드 등 7개 부문으로 분류했다. 경영 실적의 변동성이 큰 페이퍼컴퍼니·캐피털·대부업·창업투자 및 벤처 투자 업체 등은 제외했다.

재보험은 국내에 재보험사가 단 한 곳이어서 비교 대상이 없어 제외했다. 또한 순위를 매길 때는 업계의 대표성을 위해 총자산 1000억 원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했다. 그렇게 업종별로 분류한 후 점수가 높은 순대로 최종 상위 3개 기업을 선정했다.

2차 평가는 업종별로 상위 3위 내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상이 된 기업에 대해서는 최근 경영 실적은 어떤지, 회사 경영상의 물의를 빚지는 않았는지, 올 들어 CEO가 변경되지는 않았는지 등의 평가 기준을 가지고 개별 조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순위에 오른 곳들 중에서는 제외 대상이 없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한경비즈니스 공동 선정] 2012 FINANCIALBEST CEO
그 결과 업종별로 최고의 금융권 CEO로 평가된 이들이 바로 ‘2012 베스트 금융 CEO’들이다. 먼저 생명보험 부문에서는 이상걸·하만덕·최현만 대표가 이끄는 미래에셋생명보험이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당기순이익 증가율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수석 부회장에 오른 최현만 부회장은 ‘현장 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조하고 업계 최초 권한 위임을 통한 사업부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태창 대표가 이끄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손해보험 업종에서 특히 성장성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서태창 사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상품을 개발·판매해야 고객에게 선택 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고객에게 꼭 맞는 상품을 완벽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입장의 실질적 완전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베스트 금융 CEO에 오른 은행권은 2위인 대구은행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우리은행이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에서 우위를 차지해 베스트 금융 CEO에 오를 수 있다. 이순우 행장은 위기와 경쟁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기본에 충실한 내실 경영’으로 삼고 공격적인 영업을 이끈 CEO다.

올 한 해 특히 외화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조달 및 운용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오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산운용 부문에서는 정찬형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삼성자산운용과 접전 끝에 1점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정찬형 사장은 국민 펀드를 운용하는 ‘국민운용사’가 되겠다는 경영 목표 아래 특히 안정화된 운용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올해부터 중위험 중수익 상품 수요 증가에 따라 새로운 펀드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환경을 예측하고 투자자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김해준 대표가 이끄는 교보증권은 매출액 증가율과 부채비율에서 특히 좋은 점수를 얻어 최고 CEO 자리에 올랐다. 김해준 대표는 신성장 동력 발굴 전략으로 여러 사업을 펼쳐 수익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OTC 영업 전담 조직 구축, 고객자산운용본부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회사 부문에서는 김남구 대표가 이끄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골고루 높은 점수를 얻어 2위와의 격차를 벌리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03년 국내 최초의 금융투자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 자산운용, 벤처·PEF 투자, 저축은행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는 중·장기 비전인 ‘아시아 톱5 투자은행’ 도약을 위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상훈 대표가 이끄는 롯데카드는 카드 부문에서 최고 금융 CEO 자리에 올랐다. 박상훈 대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창업 제2기’를 선언하고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