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슈퍼리치 밀착 리포트

누구나 슈퍼리치를 꿈꾼다. 객관적인 ‘슈퍼리치’의 기준은 정해진 게 없지만 그것이 금융자산 10억 원이든 월급 1700만 원이든 할 것 없이 일반인이 바라보기에 그 벽은 높기만 하다. 그들에 대해 연구한 조사나 통계를 볼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

더구나 있는 사람은 더 많이 갖게 되고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슈퍼리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슈퍼리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는 금융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슈퍼리치에게서는 배울 점이 더 많다”며 “그들을 긍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벤치마킹하라”고 말한다.

이 기사를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얘기’가 아닌 ‘정보’와 ‘공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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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리치(super-rich)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엄청나게 부유한’이라는 뜻이지만 ‘엄청난’이라는 말 자체가 상대적이고 모호하다.

10억 원을 가진 사람은 30억 원을 가진 사람이 ‘엄청난’ 부자로 느껴지겠지만 30억 원을 가진 사람은 50억 원 정도는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조사 응답자의 68%는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총자산을 50억~100억 원 보유했더라도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7.5%에 불과했다.

조사 응답자의 68.7%는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했고 500억 원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도 8%나 됐지만 부자의 최소 기준을 50억 원보다 낮게 생각하는 비율은 9.5%에 불과했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14만2000명

우리나라에서 슈퍼리치를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다. 세계적으로도 ‘10억 원’은 의미 있는 기준이다.

컨설팅 기업인 캡제미니와 메릴린치투자은행이 매년 발표하고 부자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세계 부(富) 보고서(World Wealth Report)’도 부자의 기준을 ‘1차 주거용 부동산 이외 모든 자산의 순가치가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 부자는 총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을 평균 6 대 4 정도의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부동산 자산까지 포함하면 최소 25억 원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야 ‘대한민국 슈퍼리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조건’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슈퍼리치는 2011년 말 기준 약 14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0년 13만 명에 비해 약 8.9% 증가한 수치로, 전체 인구(5000만 명)의 0.28%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슈퍼리치의 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일시 감소를 보인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06년 이후 매년 20% 이상 증가세를 보였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 등으로 2011년에는 그 폭이 크게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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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약 318조 원으로, 2010년 288조 원보다 10.5% 늘었으며 이는 1인당 평균 22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꼴이다. 상위 0.28%가 총 개인 금융자산의 13.8%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이 아닌 연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위 1% 슈퍼리치에 대한 통계 결과를 보면 슈퍼리치와 아닌 사람의 구분이 보다 명확해진다. 지난 9월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홍종학 의원실이 국세청의 ‘2009년 기준 근로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100분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임금 근로자 854만1168명 중 상위 1%(8만5411명)의 1인당 연봉은 2억432만 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1702만 원이다.

사업소득을 비롯해 부동산 임대와 이자·배당 등 자산 소득을 얻는 이들이 주로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상위 1%의 연평균 수입이 5억7958만 원으로, 무려 월평균 4829만 원에 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밝힌 2009년 전체 임금 근로자 평균 소득 2222만 원(월급 기준 185만 원)과 비교하면 각각 근로소득세 기준으로는 9.1배, 종합소득세 기준으로는 26.1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상위 1%의 소득 집중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근로소득 상위 1%의 소득 총액은 17조4516억 원으로 전체 근로 소득 총액(220조9348억 원)에서 7.9%를 차지했고 상위 5%가 가져가는 비율은 20%였다. 종합소득세 기준으로는 전체 소득(90조2256억 원)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이 22.9%(20조6957억 원)로 집중도가 심했고 상위 5%가 가져가는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3%나 됐다.

우리나라의 부의 쏠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편에 속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한국의 소득 집중도 추이와 국제 비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1.50%를 차지해 미국(17.7%)·영국(14.3%)·캐나다(13.3%) 다음으로 높고 일본(9.2%)·호주(8.8%)보다 높았다. 재미있는 점은 최상위로 갈수록 소득 비중의 증가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1998년과 2010년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6.97%에서 11.5%로 6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상위 0.1%의 소득 비중은 1.79%에서 4.08%로 130%가 증가했고 최상위인 0.01%의 소득 비중은 0.57%에서 1.61%로 182%가 커졌다. 부자일수록 부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