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환경오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짓기를 할 때 한번쯤 생각해 봤을 ‘지구 살리기 방안’들이 어렴풋이 기억 날 것이다. 여러 방안들 중 몇몇은 ‘과연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기술들이 곧 현실화돼 우리 생활 속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미래 신산업으로 정의돼 정부가 기술 개발 및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SS)이다.

CCS는 에너지 전환 부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 중에 방출하지 않고 포집, 회수해 격리하는 모든 기술을 일컫는다. 이는 ▷대규모의 CO₂를 배출하는 발전소·제철소 등 발생원에서 화공학적 공정에 의해 CO₂를 회수하는 포집 단계 ▷포집된 대용량의 CO₂를 압축해 가스 형태로 파이프라인을 이용하거나 액화해 선박을 통해 운반하는 수송 단계 ▷수송된 CO₂를 땅속 또는 해양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주입하는 저장 단계로 이뤄진다. CO₂ 배출량을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현재 CCS의 실증 분석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공업]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탄소 발생량 ‘제로’…중공업 새 먹을거리
안전 및 경제성 해결해야

국내 기업들도 CO₂ 배출 저감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CCS 기술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밥콕이 CCS 포집 기술 중 하나인 순 산소 연소 기술 실험을 상용화할 수 있는 규모 수준까지 성공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CO₂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또 대우조선해양 역시 CO₂ CSS 원천 기술을 확보해 탄소 저감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사르가스사로부터 CCS 포집 기술 중 하나인 연소 후 처리 방법으로 모아 저장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식 화력발전소나 플랜트 설비를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CO₂ CCS 기술은 국내외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난 대상 우선순위로 꼽혀 왔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발전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수급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그와 동시에 늘어나는 CO₂ 배출량에 따른 지구온난화 현상 및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대처 방안 제시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할 평생 숙제다.

현재 이처럼 CO₂ CCS 기술은 핵심 녹색 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CCS 기술 비용이 아직 탄소 배출권 거래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며 이 때문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향후 탄소 배출권 가격 상승과 CCS 기술 부문의 지속적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추가 이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CO₂ 발생량을 저감해 환경에 기여하자는 취지가 좋게 평가받을 수 있고 그만큼 상용화되기까지 꾸준한 연구와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이 요구되지만 안전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산화탄소가 분출된 니오스호 사례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조선·기계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