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이끄는 휴대전화·자동차·반도체·중공업 등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기술력’에 있다. 기술은 혁신의 뿌리가 되고 혁신은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한경비즈니스와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한국 경제의 현재를 이끄는, 그리고 미래를 만들 초혁신 기술 20가지를 선정해 집중 분석했다.

바로 ‘세계를 뒤흔들 한국의 초혁신 기술’이 그것이다.

공동 기획 및 취재=이홍표·이진원·이후연 기자, 소현철·심재엽·하준두·최중혁·김영찬·이응주·김현·이선일·성준원·배기달·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
국민소득 3만 달러 ‘키워드’ 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저 멀리 아프리카의 소국에서도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기술 개발이었다. 서양의 기술자들에게 무시 받으며 어깨너머로 하나하나 기술을 배워 오던 한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혁신 기술’을 수두룩하게 가지고 있다.

“혁신 기업이 이윤을 만든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이다.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요즘, 이 같은 생각을 뒤로한 채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답은 하나다. 바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부를 창조하는 일이다.

현재 한국의 주력 산업은 휴대전화·자동차·반도체·TV·화학·조선·중공업·철강 등이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관련 업종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우리 기업이 만든 기술이 곧 세계 표준이 된다는 뜻이다.

초혁신 기술도 수두룩하다. 먼저 향후 휴대전화 부문에서 주목되고 있는 기술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꼽을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접거나 구부리고 말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이를 채용하면 기존과 전혀 다른 차원의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될 때 필수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OLED를 채용하면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대체하는 OLED TV를 만들 수 있다. OLED TV는 LCD TV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고 두께와 무게 또한 3분의 1 수준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또 LCD TV보다 100만 배 이상의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다. OLED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기술과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 같은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정보기술(IT)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생산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가 ‘저전력 기능’에 집중함에 따라 이미 20나노급 D램을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 분야의 톱 클래스로 발돋움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연료전지차의 개발이 화두다.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직접 생산해 움직이는 자동차다. 이미 1999년부터 연료전지차를 준비해 온 현대자동차는 2015년 이후 본격 상용화를 추진해 연간 1만 대의 수소연료전지차 생산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연료전지차의 전 단계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역시 자동차 업계의 새 먹을거리임과 동시에 화학 업계의 성장 동력이다. 전기차에는 동력원으로 충전지, 즉 2차전지가 반드시 채용돼야 한다. 현재 2차전지는 스마트폰 등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PC 등의 디바이스에 실용화되며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다. 앞으로는 신재료나 전지 설계 개발로 더 큰 에너지 밀도를 가진 전지를 실현하게 됨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대중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대형 축전지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키워드’ 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세계 산업 표준 만드는 한국의 기술력

기존의 주력 산업과 동시에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이끌 성장 산업 부문에서도 신기술이 속속 도입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소재 부문 중에서 ‘그래핀’이다. 그래핀의 활용 분야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초고속 반도체나 투명 전극을 활용한 휘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고효율 태양전지를 비롯해 전자종이나 몸에 착용하는 컴퓨터 등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그래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또 차세대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부문에서 모두 한국의 화학 기업와 중공업 기업들이 업계 최정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OCI는 단일 공장 세계 최대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풍력 부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중공업사가 풍력발전 메인 샤프트 등 원천 기술 확보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바다에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부유식 풍력 설비’의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

이와 함께 연평균 19.5%씩 성장하는 수(水)처리 시장에도 한국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세계적 수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니마’를 인수해 종합 수처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밖에 코오롱·웅진·SK·두산·제일모직 등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