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의 게이단렌은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게이단렌은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일본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다. ‘글로벌 재팬 2050년 시뮬레이션과 종합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게이단렌은 일본이 2040년 한국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밀리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이단렌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경제 기관들은 굳이 204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사이에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의 경제 조사 전문 회사 ‘IHS글로벌 인사이트’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031년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이미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 턱밑까지 따라붙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에서 한국이 2017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당 GDP가 국민경제의 수준을 뜻한다면 국가 신용 등급은 국가 경제의 신뢰성을 말한다. 한국은 이미 일본의 국가 신용 등급을 추월했다. 지난 6월 9일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 중 하나인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AA-’는 피치의 21개 신용 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날 피치의 신용 등급 상향 조정으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신용 등급이 ‘A+’에 머무른 일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 신용 등급이 ‘B-’로 강등된 이후 14년여 만에 무려 12단계를 뛰어올랐다. 반면 최고 등급인 ‘AAA’를 얻기도 했던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잃어버린 10년’을 시작한 이후 신용 등급이 ‘A+’까지 4단계나 미끄러졌다.

지난 수십 년간 알게 모르게 한국의 목표는 ‘극일(克日)’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경제는 우리의 부러움이었고 배움의 대상이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컫는 정부 주도형 압축 성장 그리고 중화학 공업 위주의 경제성장 등의 원조는 사실 일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조선·철강·반도체 등의 산업도 대부분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그러나 스포츠 분야 정도를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극일’을 한 적은 없었다. 만약 해외 기관들의 예측이 신뢰할 수 있다면 머지않은 시간 안에 일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경제’에서 콧대를 누를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기술이 만들 한국 경제의 미래, 국민소득 3만 달러 원동력‘초혁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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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1인당 GDP, 일본 넘는다

최근 미국발·남유럽발 경제 위기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국내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성장 동력이 떨어져 가는 한국 경제의 암울한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주변의 ‘생활인’들도 ‘경기가 너무 안 좋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해 경제의 성장 동력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 내부에서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반면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한다.

IMF는 9월 펴낸 한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 전망에서 2017년께 1인당 GDP가 3만1223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의 예측은 향후 5년간 원·달러 환율의 하향세 그리고 세계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매우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핫’하게 평가받는다. 브릭스(BRICs)란 단어를 처음 사용해 세계적인 유행어로 만들었던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은 10월 초 ‘MIST에 열광하고 있다’는 서한을 판매자와 기관투자가들에게 보냈다.

MIST는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한국을 일컫는 말이다. 또 외교 분야의 최고 권위지 중 하나인 ‘포린폴리시’는 올해 5월 “한국은 이미 신흥 강국이 아닌 선진국”이라고 규정하면서 “향후 5년 내 구매력 평가 기준 GDP 3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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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비중 ‘세계 2위’

전 세계의 유력한 전문가들이 이처럼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제조업에 있다. 선진국 클럽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제조업 점유 비중은 1970년대 평균 27%에서 지금 17%로 줄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2%에 달한다. 즉 전자·정보기술(IT)·자동차·중공업 등 대부분의 제조업 분야에서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생산한 전체 부가가치는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기준으로 지난해 938조40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제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287조 원으로 전체 부가가치의 30.6%를 차지한다.

1999년의 연간 제조업 부가가치가 132조8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우리나라 제조업의 실제 규모가 곱절로 커진 셈이다.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전인 1970년대 초반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0%에도 못 미쳤으나 1987년 20%를 넘었고 23년 만에 30%를 돌파했다.

이러한 제조업 의존도는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부쩍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외환위기를 겪고 난 1999년 이 비중은 1998년보다 2.4% 포인트 커졌고 지난해 역시 2009년과 비교해 2.3% 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손꼽히는 전기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이 위기에서 우리나라를 끌고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에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이 없는 제조업은 도태되며 기술이 없는 기업은 혁신할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목표에 대해 많은 기업들은 이미 공감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49조8900억 원(450억 달러)으로 GDP의 4%를 넘어섰다. 총액 기준으로는 미국(4016억 달러)·일본(1788억 달러)·중국(1043억 달러) 등에 밀려 6위를 기록했지만 GDP 대비 비중은 이스라엘(4.4%)에 이어 2위다. 기업들이 R&D 투자의 73%인 36조8000억 원을 담당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9년 미국 기업들은 R&D 투자를 전년보다 5.1%, 유럽은 2.7% 줄였으나 한국 업체들은 8.3% 늘렸다. OECD가 발표한 과학기술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4개국 가운데 올해 R&D 투자가 증가한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밖에 없었다.

이 같은 투자는 적지 않은 결실을 가져 왔다. 일례로 최근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가 집계한 차세대 통신 기술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표준 특허 6400여 건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809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385건으로 7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가 1124건으로 미국(1904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적 기업이 이윤을 창출한다”는 이론을 세웠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세계적인 기업과 차이가 나던 과거에는 국내에서 혁신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반도체·자동차·조선·휴대전화 등에서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또 한 번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혁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를 뒤흔들 ‘초혁신 기술’이 필요하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