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관련 테마주들도 일찌감치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정치 테마주를 140여 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박근혜 후보 테마주만 200여 개가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 후보 테마주는 크게 인맥 관련주와 정책 관련주로 나뉘는데, 특히 인맥 관련주의 면모를 보면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박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 대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테마주에 편입되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식의 ‘친분설’이 돌며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가진 대통령후보 출마 선언식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20710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박근혜 새누리당 전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가진 대통령후보 출마 선언식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20710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

인맥 관련주는 크게 박 후보의 친인척이 관련된 종목과 박 후보의 지지자들이 관련된 종목으로 나뉜다. 박 후보의 친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인 EG를 비롯해 박 후보의 사촌인 박설자 씨의 남편 김희용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동양물산, 동양물산의 관계사인 하츠, 박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씨가 회장인 대유에이텍, 대유에이텍 자회사인 대유신소재, 박 후보 이종사촌의 사위가 최대 주주인 동일고무벨트 등이 친인척이 관련된 테마주다.

비트컴퓨터·엠텍비젼·넥스트칩·쌍방울 등은 회사 대표나 임원이 새누리당과 관련된 경우다. 비트컴퓨터는 조현정 회장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고 엠텍비젼 이성민 대표이사와 넥스트칩 김경수 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테마주에 편입됐다. 쌍방울은 미래희망연대 전 공동대표였던 이규택 씨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소문’만으로 테마주에 이름을 올린 종목도 적지 않다. 건축 및 토목, 부동산 임대업을 주 업종으로 하는 서한은 조종수 대표가 박 후보의 후원회장이라는 설이 돌면서 테마주로 분류됐고 가구 전문 업체 에넥스는 박유재 회장과 고 육영수 여사의 친분설이 돌며 테마주에 편입됐다.

정책 관련 테마주로는 신공항 정책과 관련한 부산산업·한국주철관·홈센타 등과 노인 건강 등 복지 정책과 관련해 세운메디칼·메타바이오메드·오스코텍·바이오스페이스·대화제약 등이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박 후보의 정책 공약 수혜주의 대표 격으로 거론되는 테마주는 저출산 복지 정책과 관련된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다. 1년 전만 해도 1만 원을 밑돌았던 아가방컴퍼니 주가는 지난해 말과 올 초 2만 원대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1만 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보령메디앙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의 테마주들은 시기적으로는 가장 먼저 화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문재인 후보 등 다른 후보의 테마주와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등락이 적은 편이다.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 9월 6일까지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의 주가 등락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의 대표 테마주 4개 종목(EG·비트컴퓨터·보령메디앙스·아가방컴퍼니)은 평균 -3.51%였다.

같은 기간 동안 안철수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 8개 종목(써니전자·우성사료·미래산업·케이씨피드·한국정보공학·오픈베이스·안랩·다믈멀티미디어)은 평균 주가 등락률이 393.04%로 가장 높았고 문재인 후보의 테마주 4개 종목(우리들제약·우리들생명과학·위노바·바른손)도 평균 288. 9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박 후보의 테마주와 대조를 이뤘다.
[정치 테마주의 운명] 박근혜 후보 테마주 친인척·새누리당 관련 종목 ‘多’
대장주인 EG 주가 50% 가까이 올라

박 후보의 테마주로 가장 수혜 폭이 큰 주는 EG·비트컴퓨터·대유신소재·동양물산 등이다. 산화철 전문 업체로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가 회장인 EG는 일찌감치 대표적 대선 테마주로 첫 시작을 끊었다. EG테크·EG포텍·EG메탈·EG에이치티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했다.

EG의 주가는 박 후보가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당 운영 전면에 나선 2011년 12월부터 급등세를 연출했다. 지난해 12월 초 3만 원 전후였던 주가가 올 초 무려 9만 원 가까이 오르더니 이후 5만~6만 원 선을 오르내리다 10월 초 이후 4만~4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등락 폭이 크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와 비교하면 50% 가까이 주가가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EG의 주식 28.6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박지만 회장의 주식 가치도 크게 늘었다. 지난 9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1038억 원으로, 코스닥 주식 부호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친인척이 관련된 동양물산과 대유신소재도 지난해 12월 초 대비 각각 40%, 60% 가까이 주가가 올랐고 비트컴퓨터는 같은 기간 120% 넘게 급등했다.
[정치 테마주의 운명] 박근혜 후보 테마주 친인척·새누리당 관련 종목 ‘多’
한편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면서 차익 실현을 위해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식을 대량 처분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의 대표 테마주인 EG의 이광형 대표이사는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 EG가 박 후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자 12만 주를 팔아치웠고 이번에도 EG의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해 12월 16만여 주를 5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 86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대표적 정책주인 아가방컴퍼니의 김욱 회장도 2004년부터 약 1만 원대에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580만여 주까지 늘렸지만 올 초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62만 주를 주당 1만7000원 정도에 팔아 10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비트컴퓨터는 지난 9월 24일 조현정 최대 주주가 9624원에 1만 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775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정치 테마주 등 특정 종목의 이상 과열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5일 ‘단기 이상 급증 과열 종목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주가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급등해 매매 거래가 정지되면 이후 매매가 재개되는 사흘 동안은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되도록 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