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 내에서 아동 용품 업체 양키토이박스를 운영하는 리사 제르는 최근 자금난을 겪었다. 대목인 할로윈과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에 팔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했다. 어려움에 빠진 그를 도와준 건 아마존캐피털서비스다.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금융 업체 아마존캐피털서비스는 아마존닷컴의 판매 실적을 기반으로 대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제르는 지난 7월 아마존캐피털로부터 3만8000달러(약 4200만 원)을 빌렸다.


아마존, 금융업 진출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작년 말부터 입점한 판매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업에 진출한 셈이다.

아마존은 판매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 위기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 제품 구매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판매 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마존 대변인은 “판매 업체들은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 등에서보다 빨리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목표는 규모에 관계없이 입점한 모든 판매 업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내 판매 업체들에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해외 판매 업체들에도 대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WSJ는 아마존이 중소 판매 업체들에 제시하는 금리가 최대 14% 정도로 신용카드사들이 제시하는 대출금리인 13~19%보다 낮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대출 조건이 더 좋다는 얘기다.

사업 파트너인 판매 업체들에 대출해 주는 것은 아마존에도 이익이 된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에 통상 6~15%의 수수료를 매긴다.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면 아마존의 수수료 매출도 증가한다.
<YONHAP PHOTO-0221> "경쟁사 제품의 반값이야"



(AP=연합뉴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터모니카에서 고급 사양의 신제품 '킨들 파이어 HD'를 선보이며 가격이 경쟁사 제품의 1천달러보다 훨씬 싼 499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2012-09-07 07:54:27/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쟁사 제품의 반값이야" (AP=연합뉴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터모니카에서 고급 사양의 신제품 '킨들 파이어 HD'를 선보이며 가격이 경쟁사 제품의 1천달러보다 훨씬 싼 499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2012-09-07 07:54:27/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혁신을 통한 다각화로 ‘전자 상거래 업계의 문어발(로스앤젤레스타임스)’로 성장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딩 서비스를 선보였고 2006년에는 전자 상거래 중개업을 시작했다. 2007년엔 전자책 킨들을 내놨다.

지난해엔 비디오·TV 프로그램 유료 재생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오더블닷컴(오디오북 판매 업체), 러브필름(DVD·온라인 영화 대여 업체), 렉스사이클(전자책 판매 업체), 자포스(신발 판매 사이트) 등 성장성 있는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작년 11월엔 태블릿 PC 킨들파이어를 출시,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아마존은 킨들파이어를 애플 아이패드(최저가격 499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대당 199달러에 출시했다. 저가 공세로 애플 등 경쟁사 압박에 나선 것. 전략은 통했다. 킨들파이어는 단숨에 시장점유율 22%를 차지, 애플 아이패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엔 새로 개발한 태블릿 PC 3종을 선보였다. 고화질 화면 4G(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고급 사양의 킨들파이어 HD와 신형 킨들파이어 등을 내놨다. 신형 킨들파이어는 배터리 수명 등 성능을 강화한 반면 가격은 199달러에서 159달러로 인하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태블릿 PC 가격을 계속 내리는 배경에 대해 “제품 단가를 높여 돈을 벌기보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이용해 돈을 벌길 원한다”고 말했다. 태블릿 PC 기기보다 기기를 통해 아마존의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정책 때문에 아마존은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은 전자책·음악·비디오 등 자체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애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