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직접 창업한 ‘안랩’을 제외하고 안철수 테마주로 볼만한 종목이 없다는 분석이지만 의외로 투자자들이 안 후보 관련 테마주로 분류하는 종목들은 수십여 개다. 이 종목들은 지난 9월 19일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안랩을 비롯한 대표적 테마주는 안 후보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던 지난해 말부터 안 후보의 행보에 따라 큰 폭의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YONHAP PHOTO-0365> 정책구상 발표하는 안철수 후보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정책 구상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10.7
    doobigi@yna.co.kr/2012-10-07 11:46: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책구상 발표하는 안철수 후보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정책 구상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10.7 doobigi@yna.co.kr/2012-10-07 11:46: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안 후보 한마디에 정책주 오락가락

안 후보의 테마주 역시 대부분 후보와의 친분에서 비롯된 종목들로 부산고·서울대·스탠퍼드대 동문 등 학맥에서부터 직장이나 사회 모임에서의 인연에 근거한 것이 많다.

안 후보의 대표적 인맥 테마주로는 안랩을 비롯해 휴맥스·미래산업·써니전자·한국정보공학·우성사료·솔고바이오·노루페인트·오픈베이스·다믈멀티미디어 등이다. 휴맥스는 변대규 대표가 안 후보가 활동했던 벤처기업인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멤버이고, 한국정보공학 유용석 대표 역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멤버이자 현재 대표라는 점 때문에 안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다.

노루페인트와 오픈베이스는 각각 안경수 회장과 정진섭 회장이 안 후보와 같은 서울대·스탠퍼드대 출신이고 미래산업은 최대 주주인 정문술 씨가 안 후보의 정신적 멘토로 알려져 일찌감치 테마주에 편입됐다.

솔고바이오는 사외이사인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가 안 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우성사료는 정보연 회장의 사위인 신경민 의원과 안 후보의 친분으로 테마주로 꼽힌다. 써니전자 송태종 부사장은 과거 안랩 기획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고 다믈멀티미디어 정연홍 대표는 안 후보의 융합기술연구소 후배로 알려져 있다.

정책 관련 테마주 역시 남북 경협, 장애인 복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관련주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안 후보의 정책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관심 종목이 달라지는 양상이다.

일례로 지난 10월 10일 증시에서는 철도 관련주가 주목을 받았다. 하루 전날 안 후보가 한 포럼에 참석해 “대륙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도로와 해운을 결합하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영향이다. 안 후보가 지난 10월 6일 교육 개혁 내용이 담긴 공약을 발표한 후에는 교육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기류를 탔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와의 인맥을 강조한 테마주는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가 급락하면서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반면 공약 관련주는 이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안 후보의 주요 인맥 테마주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9월 1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부터 9월 6일까지 대표적 정치 테마주의 주가 등락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와 관련된 8개 테마주(써니전자·우성사료·미래산업·케이씨피드·한국정보공학·오픈베이스·안랩·다믈멀티미디어)의 같은 기간 평균 주가 등락률이 393.04%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04%, 1.31% 상승하는 데 그쳤고 박근혜·안철수·문재인 세 후보의 테마주 16개 종목의 평균은 226.17%였다.
[정치 테마주의 운명] 안철수 테마주, 인맥 관련주 큰 폭 상승…지분 매도 속출
안 후보의 대표적 테마주인 안랩은 지난해 9월 말 3만6000원 정도이던 주가가 10월 중순 7만 원대 초반으로 올라 100%에 가까이 올랐지만 올 들어 몇 차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안랩의 주가 흐름에는 특히 안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난해 7월 1일만 해도 1만9000원대였던 주가는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안 후보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3만 원대 후반으로 뛰었다. 다시 10월 24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하면서 안랩(당시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10만 원으로 뛰었고 이후 12월과 1월에 걸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자 주가가 16만 원을 넘기도 했다.

2월 14일 사명에서 안철수 후보의 이름을 빼고 ‘안랩’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다시 10만 원 초반으로 내려앉았고 9월 19일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남은 안랩 지분을 전량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연이어 하락세를 기록했다.



안랩 주가를 보면 정치 행보가 보인다

지난해 말 안 후보의 정치 참여설이 나오면서 오름세를 보이다가 올 초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솔고바이오도 안 후보의 출마 선언을 전후해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했지만 역시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평균 주가가 마이너스 26.34%를 보여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안 후보 테마주로 급부상했던 써니전자는 지난해 말 397원에서 지난 8월 말 주가가 1만 원대를 넘어서며 무려 2500% 이상의 오름폭을 보였지만 이 기간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곽영의 회장 등은 자사주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정치 테마주의 운명] 안철수 테마주, 인맥 관련주 큰 폭 상승…지분 매도 속출
대주주의 지분 매도로 주가가 폭락한 사례는 또 있다. 정문술 씨가 최대 주주였던 미래산업이 그것. 올 8월까지 400원대에 머물렀던 미래산업의 주가는 9월 중순 2000원을 넘어섰으나 대주주인 정문술 씨가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400억 원을 현금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500원대로 폭락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향후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