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최고경영자(CE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그는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몽골 사막의 바람을 이용해 초대형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 다음 주변 나라들의 전력망을 하나로 엮어 함께 사용하자는 ‘아시아 슈퍼 그리드 구상’은 그를 사업가가 아니라 사상가나 혁신가로 느껴지게 한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수천억 원을 내놓고 원전 반대 운동의 기수로 나서기도 했다. 오너 경영인이 적은 일본 재계에서 손 회장의 과감한 행보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손 회장의 화려한 성공담보다 ‘인간 손정의’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의 베테랑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손 회장의 혈통을 삼대까지 거슬러 조사하고 생존하는 부계와 모계 쪽 친척을 모두 만나 취재했으며 그 뿌리를 찾아 한국에까지 취재의 폭을 넓혔다. 손 회장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부친 손삼헌을 장시간 인터뷰하기도 했다.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손 회장의 인생은 시리아 출신 대학원생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기계공에게 입양된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손 회장은 1957년 사가현 도스역에 인접한 번지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번지로 불리던 조선인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돼지 분뇨와 돼지 먹이인 음식 찌꺼기, 돼지우리 구석에서 몰래 만들던 밀조주의 강렬한 냄새 속에서 자랐다. 그랬던 그가 해마다 세계 부호 순위에서 일본인 베스트 10 안에 드는 성공을 거머쥐었다.

저자는 손정의 일가가 겪은 파란만장한 차별의 역사를 몸소 받아들이고 이를 온몸으로 감싸안는 애정과 근성을 갖춰야만 지금 일본의 미래를 손에 쥔 손 회장의 진면목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노 신이치 지음┃장은주 옮김┃464쪽┃럭스미디어┃1만5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천재의 탄생’ 결핍이 천재의 자양분

천재(天才:genius)라는 한문이나 영어 단어 속에는 선천적인 능력이란 뜻이 내포돼 있다. 즉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좋은 환경 속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가 될 수 없다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

저자 앤드루 로빈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부터 모차르트, 찰스 다윈,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버지니아 울프 등 여러 분야의 천재 1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특징을 밝힌다. 이 열 명의 천재는 창조성을 가지고 인류 역사에서 도약(breakthrough)이라고 할 만한 성취를 보여준 사람이다.

이들이 천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말하는 대목은 상당히 흥미롭다. 다윈·모차르트·퀴리 등 5명은 그들의 천재성과 직결되는 직계 조상이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가족의 천재성은 동전 던지기와 마찬가지의 확률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오히려 10명의 천재 가족력에서 특이한 점은 9명이 조기에 부모 한쪽과 일찍 사별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실제로 창조적 사람들은 특별한 보살핌을 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아니면 반대로 심한 박탈감을 유발하거나 적대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양극단 사이의 광대한 중간 영역에서는 그런 인물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저자는 천재들의 가족력에 이어 가정교육이나 공교육, 성격,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지만 일반화할 수 있는 특징은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0년 법칙(10-year rule)’은 10명의 천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점이었다.

10년의 법칙은 1989년 존 헤이스(John Hayes)가 “누구도 도약을 이루기 전에 약 10년 동안 관련 기술이나 학문을 부단히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 낸 단어다.

“천재는 1%의 영감(inspiration)과 99%의 땀(perspiration)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이 생각난다. 이 책의 결론은 천재는 후천적이라고 말한다. 천재나 지니어스(Genius)는 틀린 단어란 이야기다. 무언가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돌연한 천재(Sudden Genius)’다. 그러나 저자는 반어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돌연한 천재는 없다.

앤드루 로빈슨 지음┃박종성 옮김┃623쪽┃학고재┃1만5000원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인 더 플렉스
스티븐 레비 지음┃위민복 옮김┃596쪽┃에이콘출판┃2만4000원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저자는 미국의 일급 정보기술(IT) 저널리스트다. 그가 2000년 애플 성장사를 취재해 쓴 ‘인세인리 그레이트(Insanely Great)’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타깃은 구글이다. 그는 뉴스위크와 와이어드를 거치면서 10년 동안 구글을 다뤘다. 검색 서비스는 물론 데이터센터·유튜브 등 구글의 모든 사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성장했는지 철저하게 해부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인 구글플렉스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중산층이라는 착각
조준현 지음┃352쪽┃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중산층에 대한 종합 보고서다.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18위로 바닥권에 속한다. 그만큼 중산층 붕괴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그 과실은 극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는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중산층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자에 대한 생각
하워드 막스 지음┃김경미 옮김┃300쪽┃비즈니스맵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의 거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투자 철학자 하워드 막스가 이 질문에 답한다. 그는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회장이자 공동 설립자로, 투자와 관련된중요한 내용을 기록한 메모를 고객들에게 종종 보내곤 했다. 2003년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 18가지를 정리한 메모를 작성했으며 이를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프리랜서처럼 일하라
이근미 지음┃280쪽┃쌤앤파커스┃1만4000원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프리랜서는 업무를 맡을 때는 신입같이 성실하게, 실무를 진행할 때는 팀장처럼 능숙하게,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는 최고경영자(CEO)처럼 책임감 있게 임한다. 이러한 ‘프리랜서 마인드’가 날로 치열해지는 조직 내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세계에서 홀로 세상과 맞서 생존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누구로든 대체 불가능한 실력과 실력만큼 당당하게 인정받는다는 프로 마인드를 겸비해야 한다. 저자가 지난 20년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수많은 사례들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Book] ‘손정의’ 꺾이지 않는 야망의 뿌리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