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답다. ‘장수 대국’ 여부가 재차 증명됐다. 65세 이상 일본 인구가 9월에 3000만 명(3074만 명)을 넘긴 것으로 밝혀져서다(후생성). 비율은 24.1%로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이 중 압권은 여성이다. 남성(1315만 명)보다 훨씬 많은 1759만 명에 달한다. 전체 여성 4명 중 1명(26.9%)이 고령자란 얘기다.

±65세의 중·고령 여성이 집중 조명 중이다. 복합 불황의 내수 침체를 해결할 새로운 소비 주체 중 하나로 유력해서다. ‘회사 인간’의 남편 내조에서 벗어났으니 인생 후반전을 즐기려는 욕구 표출의 결과다. 자녀 양육까지 끝났으니 더 여유롭다. 은퇴 세대의 자금 여력도 탄탄하다. 평균적으론 부족해도 큰 염려는 없다. 저축 자산이 충분하다. 기업의 우량 고객 후보로 손색없다.

돋보이는 곳은 여행 업계다. 여행 업계는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양한 맞춤 상품을 출시했다. 그도 그럴 게 이들의 일상 취미로 여행이 가장 선순위에 꼽힌다. 설문 조사를 보면 60~74세 여성의 일상 취미 1위는 1박 이상의 국내 여행(50.4%)이다.

4위의 당일치기 국내 여행(40%)까지 고려하면 외향적인 여행 취미는 압도적이다. 동일 연령의 남성 취미 1위인 산책(57.3%)과 대비된다. 소비 의욕도 왕성하다. 동년배 남성은 물론 전체 여성과 비교해도 약 10% 포인트 높다.
[일본] 힘세진 은퇴 여성 "내수 침체 풀어줄 소비 주체 부상"
건강에 대한 자신·센스도 넘쳐난다. 그렇다고 해외여행까지 적극적이진 않다. 특이한 건 국내 여행 방법이다. 즉 운전대를 직접 잡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중·고령 여성 운전자의 대량 등장이다. 이는 운전면허 보유율로 확인된다.

여성 면허자의 연도별 규모 변화를 보면 2000년과 2010년은 뚜렷이 구분된다. 여성 면허자의 확연한 고령화다. 여성 면허는 10년간 55~59세(232만 명→328만 명), 60~64세(147만 명→345만 명), 65~69세(86만 명→210만 명) 모두 급증했다.

반면 34세 이하 여성 면허자의 규모는 10년 전보다 줄었다(경시청). 면허 보유율은 10년간 60~64세(37.2%→67.2%), 65~69세(22.8%→48.7%) 등에서 2배나 급증했다. 비중 변화가 거의 없는 동년배 남성과 차별적이다. 당연히 일상생활에서의 여성 운전파도 증가세다. 특히 은퇴 임박의 1951~1955년생은 주 1회 이상 운전하는 여성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이들의 운전 여행은 새로운 트렌드다. 대신 대중교통·가이드를 활용한 전통 패턴은 선호도가 낮아졌다.
[일본] 힘세진 은퇴 여성 "내수 침체 풀어줄 소비 주체 부상"
1946~1950년생 여성은 숙박 시설 직접 수배, 자가운전(43.0%)이 숙박 시설 직접 수배, 대중교통(27.5%)보다 선호된다(JTB종합연구소·2012년). 자가운전을 이용한 국내 여행은 만족도가 높다. 우선 동선 확대다.

대중교통이었다면 철도 노선 혹은 역사 주변에 한정될 게 자동차라면 어디든 확장될 수 있다. 땀을 흘릴 필요도 줄어든다. 얼마든지 차량 수납이 가능하고 골프·바비큐 등 관련 도구를 실을 수 있어 적극적인 여행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요즘 초자 할머니는 대부분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능통해 여행 정보를 손쉽게 입수·발신해 가며 세세한 여행거리를 즐길 수도 있다. 탑승 인원이 허락하는 한 동반 여행객이 늘어나 결과적인 경비 절감에도 우호적이다. 예정에 없던 들를거리도 묘미다. 물론 자가운전은 여행 업계로선 위기다.

패키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회는 있다. 자가운전만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현지의 정보 제공과 새로운 관광 루트 발굴·연계 등이 잠자고 있던 잠재 수요를 일깨워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