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만 봤을 때 한국은 최고의 고용 선진국이다.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낮고 청년 실업률도 최저 수준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기 쉽다. 어디서 이런 착시가 시작되는 걸까.

정부가 이 같은 ‘고용 미스터리’를 정부가 자가 진단했다. 문제는 청년과 여성의 경제활동이 선진국 대비 유난히 저조한 데 있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노동시간은 가장 길었다. 고용 여건 개선까지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9월 16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고용의 현주소’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해 기준으로 OECD 국가와 고용 지표를 비교한 자료다. 한국의 취업자 수(15~64세)는 2261만 명으로 OECD(조사 대상 32개국) 국가 중 8번째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급감했던 취업자 수는 지난해 41만5000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터키·멕시코·독일 등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근속 기간 1년 미만의 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37.1%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었다. 직장 이동이 잦은 것도 원인이지만 신규 취업자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진단이다.

고용 호조는 실업률 지표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한국의 작년 실업률(15~64세)은 3.5%로 OECD 국가 평균 8.1%의 절반에 못 미쳤다.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OECD 평균(13.4%)보다 훨씬 낮은 7.6%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6.8%)도 멕시코와 함께 최저 수준이었다. 청년 실업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표와 괴리가 크다.
<YONHAP PHOTO-0782> "일자리 어디에" 채용박람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동남권 최대 규모의 채용 박람회인 '2012년 동남권 청년 희망 일자리 채용 박람회'가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렸다.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 행사에는 부산시가 선정한 고용 우수기업, 향토기업, 전략산업, 선도기업 등 100개 이상의 부산·울산·경남지역 우수기업이 참여했다. 2012.9.11.
    ccho@yna.co.kr/2012-09-11 13:10:4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일자리 어디에" 채용박람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동남권 최대 규모의 채용 박람회인 '2012년 동남권 청년 희망 일자리 채용 박람회'가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렸다.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 행사에는 부산시가 선정한 고용 우수기업, 향토기업, 전략산업, 선도기업 등 100개 이상의 부산·울산·경남지역 우수기업이 참여했다. 2012.9.11. ccho@yna.co.kr/2012-09-11 13:10:4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보고서는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에 주목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했거나 취업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6.2%로 OECD 국가(평균 70.6%) 중 6번째로 낮았다. 노동 공급에 이바지하는 인구 자체가 적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년이다. 15~2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5%로 헝가리·룩셈부르크와 함께 꼴찌였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데다 남성은 군복무로 인해 취업 전선에서 떨어져 있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이 두드러졌다. 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을 겨우 넘는 55%였다. OECD 평균은 69%다.
[경제부처 24시] ‘고용 선진국’ 미스터리의 진실
청년은 군대, 여성은 출산이 고용 장벽

정부는 실업 인구를 세분화하는 한편 국제노동기구(ILO)와 함께 ‘노동 저활용 지표’ 등 보조 지표를 개발할 방침이다. 청년·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고졸 고용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주당 44.6시간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최근 5년 사이 근로 시간 감소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빨랐지만 여전히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다. 연평균 실질임금은 3만5406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 정도였다.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23번째였다.

고용 탄성치(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수 증가율)는 0.29로 독일(0.93)·호주(0.86)·프랑스(0.47) 등 선진국보다 낮았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취업자가 늘어나는 게 정답인데,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 사업장을 짓기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자를 늘리는 데 효과가 큰 서비스업 비중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고 직업훈련 등 재정 지원 사업을 효율화해야 한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고용 선진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기사는 2012년 9월 24일 발행한 한경비즈니스 제 878·879 추석 합본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