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는 우선 김 씨의 사회적 관계와 건강·재무·여가 등의 영역에서 노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김 씨는 가족·친구 및 지역사회 주민과의 관계가 양호하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배우자와 본인의 공적 연금 및 계속적인 소득 활동을 통해 생활 유지가 가능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재무적·비재무적으로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강이라는 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는 이미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을 경고 받은 적이 있었다.
상담원은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으면 향후 위험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제천시 보건소 보건복지센터의 건강 원스톱 서비스를 안내하고 담당자와 연결해 신청하도록 도왔다. 김 씨는 막연했던 노후 설계에 대해 다각도로 진단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불안했던 마음이 다소 사라졌다. 국민연금 ‘행복노후설계센터’는 2011년 4월 국민들의 노후 준비를 종합적으로 돕기 위해 141개 공단 지사 및 상담센터에 설치됐다. 2008년부터 일부 노후 설계 서비스를 해 왔지만 행복노후설계센터가 개소된 이후 상담 건수는 50% 이상, 교육 횟수는 27% 이상 증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센터 노후 설계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재무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건강·여가 등 노후 생활 전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종합 상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종합 상담을 위한 노후 준비 진단 지표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민간과 공동으로 새롭게 개발한 기준이다. 사회적 관계, 건강, 소득과 자산, 여가 활동 등 4개 영역 총 42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삼성생명연구소·메트라이프·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보험개발원·보험연구원과 학계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회를 통해 지난 2월 1차 개발된 노후 준비 지표를 보완·발전시켰다.
지난 6월 이 지표를 기준으로 전국의 성인 남녀(만 35세 이상 64세 이하) 1035명을 대상으로 예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노후 준비 점수는 55.2점으로 전반적으로 노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로는 사회적 관계 63.9점, 건강한 생활 습관 68.2점, 소득과 자산 40.5점, 여가 활동 48.1점으로 나타나 건강에 대한 노후 준비도가 가장 높고 소득과 자산 노후 준비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에서는 대인 관계가 활발하고 규모도 큰 유형(대규모 다층형)이 55.2%로 가장 많고 배우자 및 혈연 관계는 활발하지만 사회적 관계가 활발하지 못한 유형(친족 중심형)이 39.0%였다. ‘소득·자산’에서는 노후 생활비 충당에 부족한 자산 규모를 보유하고 사적 자산 비중이 높은 유형(노후 준비 부족-사적 자산형)이 35.4%로 가장 많고 노후 생활비가 부족하고 공적 자산 비중이 높은 유형(노후 준비 부족-공적 자산형)이 33.4%으로 나타났다.
행복노후설계센터는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20~30대의 젊은 층에 대해서는 재무 목표 및 가계 예산 수립 등 돈 관리 방법, 40~50대를 위해서는 노후 자금 준비 방법, 50~60대를 위해서는 의미 있는 노후 생활에 대해 중점을 둔 연령별 맞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후 설계 상담 대상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20대가 1.2%, 30대 5.5%, 40대 19.2%, 50대 53.8%, 60대 20.3%로 조사돼 노후 준비가 시급한 40대 이상에서 상담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 설계 설명
또한 행복노후설계센터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일부는 국민연금도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가산해 연금을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자신의 총가입 기간 동안 본인의 평균 소득,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는 구조다.
상담원들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어떻게 노후를 설계해야 할지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알려준다. 주요 내용은 받게 되는 연금액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신고된 소득이 높을수록,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향후 연금을 많이 받게 설계돼 있다. 따라서 최대한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게 이익이다.
민간 금융 상품에 없고 국민연금에만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고 물가 상승을 헤지(위험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원들은 “국가보다 우량 금융회사를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가의 지급 보장으로 매우 안정성이 크다. 국민연금 급여는 확정 급여형이다. 단기적인 시장 악재는 수령자의 급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가 상승에 따라 연금액이 오르는 점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만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 매월 33만 원의 보험료를 30년간 납부하면 국민연금 예상 금액은 88만 원인데, 이는 현재 88만 원의 구매력을 미래에도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월 33만 원씩 30년…60세 이후 100만 원 수령’이라는 민간 금융 상품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의 30년 후 100만 원은 현재 가치로 41만 원(물가 상승률 3% 가정)에 해당하며 100만 원은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화폐의 명목가치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현재의 88만 원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준다는 것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을 보전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연금을 받는 중에도 계속 물가 상승률만큼 연금을 증액해 준다. 예를 들어 2003년 64만 원의 국민연금을 받던 수급자가 2012년 현재는 86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한편 공단은 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 은퇴설계 콘서트’를 전국 5대 도시에서 열고 있다. 재무·대인관계·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노후 설계 강연과 상담을 해줄 뿐만 아니라 무료 건강검진과 추억의 7080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돋보기 : 국민연금을 최대한 활용하자
노후 설계에서 국민연금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사항들은 국민연금공단이 제안하는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중단 없이 가입하기
20~30년의 노후 준비를 단시간에 하는 것은 무리다. 국민연금이든 개인연금이든 20~30년 동안 가입해야만 노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 10년만 채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연금은 60세까지 계속 납부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자. 이직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지역 가입자로 신고해 중단 없이 가입해야 한다.
▶목표 연금액에 맞춰 가입하기
직장 가입자는 임금에 맞춰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나 임의가입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소득 또는 납부하고자 하는 금액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 사람들의 선택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보험료에 맞춰 신고하기’와 ‘연금액에 맞춰 신고하기’. 노후 준비뿐만 아니라 다른 재무 목표에 대해 준비할 때에도 목표를 우선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금액을 얻을 수 있다. 노후에 필요한 월 생활비를 결정하고 국민연금으로 이 중 얼마를 준비할지 먼저 정한 후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의 보험료가 낮을수록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준비하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개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부가 함께 가입하기
맞벌이는 부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노후 준비가 훨씬 쉬워진다. 2012년 4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부부 수급자는 15만 5670쌍으로 부부 합산 최고 금액은 월 218만 원이나 된다. 이 정도면 노후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덜 것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 인구가 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 중 여성 비중(2008년 1월 37.3%→2012년 1월 40.8%)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가입 기간은 결혼·육아 등에 따른 경력 단절로 남성에 비해 짧다. 이에 따라 경력이 단절되는 기간 동안에도 임의가입제도를 통해 계속 가입을 할 필요가 있다. 부부 모두 연금을 수령한다면 노후가 훨씬 풍요롭기 때문이다.
▶가입 기간 늘리기(반납·추납제도)
과거 국민연금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기 전까지는 직장을 그만둔 경우 납부한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돌려주는 제도가 있었다. 1999년 전 국민 연금이 시행된 후 이 제도는 폐지됐다. 노후에 연금을 주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과거 돌려받은 일시금에 이자를 더해 반환(반납 제도)하면 과거 가입 이력을 복원할 수 있다. 국민연금 시행 초기에는 소득 대체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이 제도는 100% 개인에게 유리하다. 일시금을 받았던 사람은 당장 국민연금공단에 반납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가입 기간을 늘리는 또 다른 제도로 추납제도가 있다. 보통 소득이 없는 기간에는 납부 예외(사업 중단 등으로 소득이 없을 때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를 신청하게 되는데 추후에 납부 예외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추납제도).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반납·추납 제도를 이용해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려보자.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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