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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저랑 오빠, 그리고 제 남자 친구도 같이 일해요.”

‘갈비명가 이상’에서 일하는 장월화(29) 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장 씨의 어머니는 중국인이고 아버지는 한국인이다. 장 씨는 중국에서 살다가 재작년 한국으로 귀국, 작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상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와 오빠는 올해 초부터 장 씨의 권유로 함께 일하게 됐다. 장 씨는 “이곳에서 일을 배우며 앞으로 내 꿈을 더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식품경영안전시스템(ISO-22000) 국내 최초 인증 기업, 서울시 안심 먹거리 선정 업소, 대한민국 외식 경영 대상 수상, 한국관광공사 관광객 전문 식당 지정 업소 등 갈비명가 이상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는 ‘꿈’이다.

‘꿈꾸는 이상’에는 말 그대로 ‘꿈꾸는’ 직원들이 많다. 하루하루 고단한 돈벌이 수단으로 일하는 여느 식당 종업원과는 달랐다.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회’를 갖고 합창 대회를 열기도 한다. 벌써 독서회에서는 79번째 책을 선정해 읽고 있다.
갈비명가 이상, 꿈꾸는 직원들 돕는 시스템 ‘눈에 띄네’
갈비명가 이상 본점 이선숙 총괄부장은 “8년 정도 독서회를 지속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읽은 좋은 책을 선정해 손님들에게 ‘이달의 도서’로 추천해 드린다”고 말했다. 본관의 배점석 지배인은 “책을 읽은 후 직원들이 손님들과 더욱 대화가 잘된다는 걸 느꼈다”며 “손님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갈비명가 이상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손님만큼 직원도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이상 이창재 부장은 “고깃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하층민이라는 인식이 있어 함부로 대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며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식·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독서회나 합창 대회를 운영하는 것도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다. 사내 복지 수준도 여느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 못지않다고 이 부장은 말했다. 이 부장은 “월 6번 쉬고 하루 9시간 일하며 직원 식당과 휴게실을 갖추고 있으며 최저 월 160만 원부터 급여가 시작된다”며 “다른 업체들에 비해 좋은 환경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은 정직원으로 뽑는다. 현재 갈비명가 이상에는 약 140명의 직원들이 소속돼 있다. 갈비명가 이상뿐만 아니라 칼국수집과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식경영사업부를 둬 출판 사업과 컨설팅, 부동산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갈비명가 이상, 꿈꾸는 직원들 돕는 시스템 ‘눈에 띄네’
갈비명가 이상, 꿈꾸는 직원들 돕는 시스템 ‘눈에 띄네’
갈비명가 이상, 꿈꾸는 직원들 돕는 시스템 ‘눈에 띄네’
8년째 독서 모임 이어 와

열심히 일할 수만 있다면 사회적 약자도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갈비명가 이상에는 한 부모 가정 가장은 물론 60세가 넘어 취업한 주방장도 있다. 강현자 씨는 한 부모 가정 가장으로 현재 식당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가정 폭력 때문에 남편과 갈라서고 중학교 1학년 딸 하나를 혼자 키우고 있다.

남편과 헤어진 후에는 살아가는 게 막막했지만 이상에 들어오고 나서 목표가 생겼다고 강 씨는 전했다. 강 씨는 “회사 분위기도 좋고 고용보험도 있으니까 일하기가 좋다”며 “지금은 열심히 일해 딸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북악정 허익열 주방장은 올해 나이 62세로, 작년에 갈비명가 이상에 취업했다. 허 주방장은 “경력은 많았는데 50이 넘으니까 나이가 많다고 써 주는 데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상에서 현역으로 뛸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허 주방장은 “손주들에게 내가 번 돈으로 장난감을 사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다.

직원들을 대접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갈비명가 이상의 이직률은 동종 업체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직원들은 회사를 ‘내가 소속된 곳’이라기보다 ‘내가 이끌어야 할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북악정 이주희 지배인은 “손님 이름을 얼른 외워 다음에 또 찾아오면 이름으로 불러드리려고 한다”며 요즘 한창 이름 외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은 이상의 연매출 100억 원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의 2세가 근무하는 소중한 직장’이란 표현은 이상의 경영 철학 중 하나다. 실제로 직원 자녀들은 여름, 겨울방학마다 갈비명가 이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갈비명가 이상, 꿈꾸는 직원들 돕는 시스템 ‘눈에 띄네’
아르바이트 추천인은 ‘부모’가 대다수다. 돈암본관 이채연 지배인은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직접 보여주며 체험하게 했더니 그 이전보다 사이가 돈독해졌다”며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직장이라 뿌듯했다”고 말했다.

‘평생학습’ 또한 이상의 경영 철학 중 하나다. 꾸준한 독서회는 물론 ‘이상아카데미’를 통해 현장 교육과 직원 서비스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부장은 “이상은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통해 꿈을 실현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한 고깃집이 아니라 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로 자리매김하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