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암동 SIF 주꾸미

창업을 준비하면서 점포를 찾아본 이라면 점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상권이 조금 좋다고 하는 지역은 권리금이 최하 5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시장조사를 더 해보면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에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경기도 신도시에 가보면 상권이 계획적으로 조성돼 있어 상당한 보증금을 요구하지만 그 값어치를 하는 점포도 없다.

이렇듯 최소 자본으로 점포를 구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창업자는 가끔 좋은 상권에 비교적 값싼 점포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요즈음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실패해서 망해 나간 점포가 많다.

이런 매장은 상권 가치가 낮은 게 아니라 이전 점포가 특별하게 경쟁력이 없고 점주의 영업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결국 망해서 싸게 나온 점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라리 장사가 안 돼 비어 있는 점포를 구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잘 모색해 장사가 잘되는 점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90㎡(27평)짜리 매장에서 하루 15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일단은 성공적입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상권에서 주꾸미 전문점인 ‘SIF 주꾸미’를 운영하는 장희숙(60) 사장은 전업주부에서 자영업으로 방향을 바꿔 5개월 전에 가게 문을 열었다. 평소 동네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 및 진로 상담을 자주 해줬던 터라 대학가 상권에서 점포를 구하고 싶었다. 큰딸이 중학생일 때부터 고려대 앞 학원을 매일 드나들어 이 일대가 매우 익숙한 편이었다.
[창업] 상권을 뚫어라- 신개념 주꾸미 카페…밑반찬도 ‘듬뿍’
대학가 상권서 값싼 점포 구해

대학가 상권의 가장 큰 단점은 방학이 길고 방학 중 매출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계절 학기나 취업 준비생들 때문에 방학 중에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대학가 상권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는 아이템은 역시 음식점이다.

남학생은 싸고 양이 많아야 하는 반면, 여학생은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설 및 서비스 경쟁력만 있다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SIF 주꾸미를 낸 곳은 메인 도로는 아니지만 장사가 안 돼 이전 점주가 폐업한 후 5개월 동안이나 비어 있던 가게였다.

주변에 원룸과 하숙생들이 자리 잡고 배후에 고려대가 있긴 하지만 상권 뒷길에 자리잡아 입지 조건은 좋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세밀한 상권 분석을 토대로 점포를 계약했다.

장 사장의 성공 요인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창업했다는 점이다. 내부 분위기는 매운 음식이기 때문에 여학생을 타깃으로 커피 전문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델은 동순푸드에서 운영하는 태양본초주꾸미의 리빌딩 모델인 신개념 주꾸미 카페의 1호 매장이다. 흔히 주꾸미 전문점이 신설 점포라면 사업성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그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주꾸미를 차별화하고 전문성을 겸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밑반찬 개발(얼음동동 냉미역국, 참치샐러드)에 주력했다. 물론 주변에 자취생이 많다는 판단으로 남는 음식은 포장도 해준다.

이 점포의 종업원은 4명(주방 2명, 홀 2명)에 12개의 테이블을 갖췄다.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2시까지 문을 연다. 창업비로 보증금 5000만 원, 임차료 200만 원. 인테리어, 집기 시설 1800만 원 등 모두 8300만 원이 들었다.
[창업] 상권을 뚫어라- 신개념 주꾸미 카페…밑반찬도 ‘듬뿍’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 ceo@yunhap.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