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철강 생산능력이 계속 확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연간 9억 톤을 웃돈다. 이 가운데 수요를 초과하는 부분은 1억6000만 톤에 이른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 말까지 완공될 고로(高爐)만 해도 58기로, 연간 8440만 톤의 생산능력이 새로 늘어난다고 전한다.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대변되는 불황 속에서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중국 언론은 패러독스(역설)라고 말한다. 그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철강업과 같은 공급과잉 업종은 물론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만나게 된다.
허베이우안위화강철은 최근 600㎥ 규모의 고로 가동을 멈추고 시설 점검에 들어갔다. 고로에서 쇳물이 나올수록 손해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연합철강망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리 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멈춘 고로는 9월 초 기준 54기로, 이의 생산능력은 236만3000톤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려는 철강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손실보다 공장 가동 중단 이후 생겨날 피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전체 철강 생산은 계속 늘고 있다. 란거철강망연구중심에 따르면 중국 철강 생산량은 이미 5개월 연속 월 기준 6000만 톤을 넘어섰다. 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지난해에도 월 생산량이 6000만 톤을 넘긴 때는 5월 한 달뿐이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답은 허베이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민영 철강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의 철강 업체들은 제한 생산에 들어가면서도 고로의 불을 끄지 않는다. 1080㎥ 규모의 고로는 재가동할 때 드는 비용이 1000만~2000만 위안에 달한다. 생산하면 손실을 보는 구조에서도 고로의 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다.
공장 가동을 중단한 기업에 닥칠 고난도 가동 중단을 주저하게 만든다. 은행들로부터 자금 회수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규모 실업자 발생이 불가피하고 이는 지역경제를 중시하는 지방정부의 분노를 사게 된다. 더욱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둔 요즘 공무원들은 자신의 실적에 민감해 하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가 시행 중인 철강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규모 낙후 시설을 도태시키라는 지시에 소형 고로를 대형 고로로 대체하는 민영 철강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철강의 딜레마는 시멘트·자동차와 같은 다른 과잉 업종뿐만 아니라 태양광 전지 등 신흥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해법은 무엇일까. 중국의 자유주의론자들은 시장에 맡기라고 주문한다. 실력이 안 되는 철강사는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이는 공급을 줄여 수요와 균형을 맞추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다. 안정을 중시하는, 특히 지도부 교체와 같은 시점에서 더욱 안정을 중시하는 공무원들이 이 같은 카드를 꺼낼지 불투명하다. 문제는 이를 미룰수록 미래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데 중국의 고민이 깊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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