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역군들의 ‘인생 하프타임’ 준비


얼마 전 울산 시민들을 위한 ‘인생 100세 시대 인생 설계와 자산 관리’ 세미나를 열었다. 울산 지역은 공업단지의 개발과 함께 울산에 정착해 산업 수도 울산의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1955~ 1963년 출생)의 정년 연령이 도래하면서 지역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 퇴직자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고 기업체들은 이러한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은퇴자들의 지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로 증권사에서 실시하는 세미나에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줄지 반신반의하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행사장은 최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대학 입시 설명회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꽉 찼다. 지속적으로 언론에서만 접했던 그리고 수치로만 접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한 관심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다수의 인구가 움직일 때 그것은 사회 변화를 만들고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는 것이다. 2006년 미국에서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과 레블론(Revlon)은 광고 모델로 60세 여배우 다이앤 키튼과 수전 서랜든을 내세웠다.

또한 스키 리조트들은 슬로프를 좀 더 완만하게 고치고 장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2006년은 미국 인구의 30%에 가까운 78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였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전체 인구의 16.8%에 해당하는 816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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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은퇴 후 쓸 돈이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숙기, 즉 조용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적어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사회의 사이클 관점에서는 그렇다. 말 그대로 고령화·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자산 관리의 방향에 서도 자본이득만 노리기보다 현금 흐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속한 45~ 54세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3억3647만 원, 부채는 4572만 원이다. 하지만 금융자산은 6593만 원으로 전체 자산의 22.75%에 불과하다. 그나마 금융자산 6593만 원 중 부채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손에 쥐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021만 원에 그친다. 한마디로 은퇴 후 쓸 돈이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은퇴 자산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가계 자산을 연금화하는 것이다. 가계 자산을 연금화한다는 것은 은퇴 후 적절할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한 월지급식 상품을 강화하는 일이다.

사회가 성숙해지고 성장이 더뎌지면 국민들은 자본이득을 노리는 재테크보다 안정적으로 일정한 현금이 잘 나오는 투자 상품을 찾게 된다.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퇴직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 상품 비중이 우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1조 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 모으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월지급식 브라질 국채가 최근 누적 판매액 2조 원을 넘기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런 흐름이 이미 우리 사회에도 도래했다고 인식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의 은퇴 준비용 금융 상품을 적극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은퇴한 투자자라면 매월 현금 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상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형태로 갖고 있는 은퇴 준비자들은 더욱 그렇다.


차문호 미래에셋증권 울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