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상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는 재난은 공포와 비극의 현장이다. 하지만 재난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던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음에 틀림없을 그들의 얼굴이 자주 행복으로 환해지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웃들이 모두 집 밖에 나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돕고 즉석에서 급식소를 만들고 노인들을 보살피며 보낸 특별한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 시작해 그로부터 99년 뒤에 일어난 뉴올리언스 허리케인과 홍수에 이르기까지 다섯 건의 대재앙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다. 기존 사회질서가 갑작스레 무너진 폐허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재난은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재난 영화나 대중매체는 재난이 덮치면 사람들이 병적 흥분에 빠지고 광포해지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 대혼란 속에서 우리는 야수 아니면 희생자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은 이런 선입견들과 거리가 멀다. 재난이 닥친 도시에서 사람들은 문득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재난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재난은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의 건강과 사회의 정의가 우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확인해 준다.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공동체와 인간애는 이제는 잃어버린 인류의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재난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밤하늘을 뿌옇게 만든 빛 공해가 갑자기 사라지고 태고적 별자리가 모습을 나타낸다. 재난은 지옥을 관통해 도달하는 낙원이다.
![[Book] ‘이 폐허를 응시하라’ 外](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01429.1.jpg)
이동환의 독서 노트 ‘진화론 산책’
교과서에 시조새를 실어야 하는 이유
올 초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는 현행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실린 시조새와 말 등 다윈의 진화론 근거로 교과서에 실려 있는 증거들이 논란이 있으니 내용을 삭제 혹은 수정해 줄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의 증거로 기술된 시조새 내용이 삭제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명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한국,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며 한국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과학계는 즉각 시조새 관련 내용의 삭제를 반대하는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7월 이런 진화 논란과 관련해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45%가 진화론을 인정하지만 성경의 창세기에 바탕을 둔 창조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무려 32%나 된다. 요컨대 진화론과 창조론을 서로 대립되는 과학 이론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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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면, “시조새의 화석은 현재 진화의 상징적 존재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할 필요는 없다”며 “조류는 공룡의 한 계열, 수각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시조새 이외에도 수각류 공룡의 특징을 공유한 다양한 원시 조류 화석이 이미 발굴됐다”고 덧붙였다. 즉 시조새 내용은 교과서에 계속 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진화론 산책(원제 Remarkable Creatures)’은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진화발생생물학(이보디보, Evo Devo)의 거장으로, 이 책에서 진화론을 개척한 학자에서부터 현재까지 지난 두 세기에 걸친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모험과 중요한 발견을 소개한다.
책의 시작을 장식한 인물은 알렉산더 폰 훔볼트다. 그의 5년에 걸친 남아메리카 여행은 책으로 남겨졌고 찰스 다윈은 훔볼트를 존경하게 돼 마침내 비글호를 타고 펼쳐진 5년의 세계 여행은 진화론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알프레드 월레스와 월터 베이츠는 아마존강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각종 동식물 표본을 수집했다.
션 B. 캐럴 지음┃구세희 옮김┃391쪽┃살림Biz┃1만5000원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경제는 정치다
이헌재 지음┃272쪽┃로도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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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금융사회
제윤경 외 지음┃264쪽┃부키┃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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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의 말
안미헌 지음┃248쪽┃흐름출판┃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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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싶은 책
박성희 지음┃272쪽┃민음인┃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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