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하는 새일 앤더슨 씨는 올해 조금 특별한 입사 면접을 경험했다. 지원서를 낸 정보기술(IT) 기업과의 면접이 자신의 집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진행된 것이다. 화면에 뜨는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10여 분에 걸쳐 컴퓨터에 내장된 카메라에 녹화한 것이 면접의 끝이다.

이는 IT 기업 ‘하이어뷰(Hirevue)’의 원격 면접 시스템 때문에 가능했다. 하이어뷰는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 전반의 침체에도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 중 하나다. 비결은 무엇일까.
‘하이어뷰’의 원격 면접 시스템 "비디오 인터뷰로 승부…대기업도 고객"
‘대면 면접 사라지면서 채용 시장에 혁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하이어뷰 때문에 대면 면접이 사라지면서 미국 채용 시장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어뷰는 2004년에 설립된 신생 벤처회사지만 고객들의 면면은 예사롭지 않다. 200여 개의 고객사 중에는 나이키·스타벅스·월마트·하스브로·네슬레 등 미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하이어뷰 특유의 종합적인 채용 관리 솔루션이 비결이다. ‘비디오 인터뷰 플랫폼’으로 불리는 해당 솔루션은 단순한 동영상 인터뷰뿐만 아니라 면접관이 쉽고 빠르게 구직자들을 선별할 수 있도록 했다. 포브스는 “고객사들은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는 대가로 채용 인원수에 따라 5000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하이어뷰에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하이어뷰의 비디오 인터뷰는 회사가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해 e메일로 통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구직자들은 정해진 기일 내에 컴퓨터로 인터뷰 플랫폼에 접속해야 한다. 개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먼저 비디오 인터뷰를 하는 방법과 요령에 대한 설명이 화면에 뜬다. 실제 면접 질문에 앞서 연습 질문도 제공된다.

이후 면접관이 준비한 질문이 화면에 뜨고 이를 보는데 30초의 시간이 할당된다. 각각의 질문을 답하는 데는 3분이 주어진다. 보통 4개의 질문이 주어지므로 인터뷰 시간은 12분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더라도 무리 없이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다.

하이어뷰는 고객사에 직종에 따른 질문 목록도 제공한다. 임원직 면접에는 “당신이 지금까지 담당했던 업무 중 가장 큰 성과에 대해 설명하라”는 질문이 올라오지만 영업직 직원 대상자들에게는 “고객들이 제품 구매에 응하지 않을 때 협상하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식이다.

하이어뷰의 시스템을 채용한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브래드퍼드 하이어뷰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면접이라면 면접 평가자가 기껏해야 두 명 정도를 평가할 수 있지만 비디오 인터뷰를 이용하면 중요 포인트만 돌려보는 방식으로 12명까지 평가할 수 있다”며 “면접관이 비디오를 다른 동료들과 공유해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들도 쉽게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회사도 면접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앤더슨 씨가 지원한 IT 회사에는 지원자 30명 중 15명이 비디오 인터뷰의 기회를 얻었다. 직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직하려는 사람들도 편한 시간에 면접을 볼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이 같은 혁신성 덕분에 하이어뷰는 최근 인베스터그로스캐피털 등 벤처캐피털 회사들로부터 2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 자금은 하이어뷰의 인터뷰 플랫폼 추가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브래드퍼드 CEO는 “아직 전체 고객사들의 10% 정도만 비디오 인터뷰 면접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이어뷰의 매출이 50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어뷰는 최근 ‘오픈뷰’라는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도 준비 중이다. 이것은 고용주가 페이스북이나 링크트인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특정 그룹 집단에 인터뷰 요청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동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3code@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7일 발행 한경비즈니스 877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