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샤넬·롤렉스, 더 나아가 벤츠나 BMW와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소유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스타인웨이(Steinway) 피아노, 타이틀리스트(Titleist) 골프공, 풋조이(Foot Joy) 골프 신발, 휠라(Fila) 스포츠 의류, 스무디킹(Smoothie King) 건강 음료…. 이들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브랜드이자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 연주 홀의 98%가 연주용 피아노로 스타인웨이를 사용한다. 타이틀리스트는 69%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위 브랜드의 점유율이 9% 정도니 타이틀리스트의 시장 지배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회사를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수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 전체의 위상이 제고되는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위 사례 가운데 휠라를 제외하고는 2011년 이후 최근에 인수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한민국 기업들의 국제적 위상이 현격하게 신장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선 만큼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유명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사업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 브랜드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상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의 가치는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장기간 투자의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오늘날의 명성을 쌓기까지는 15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를 인수한 삼익악기는 기존 브랜드와 스타인웨이 브랜드를 적절히 결합한다면 단기간에 명품 악기 제조업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피인수 기업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주주·경영자·종업원 및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브랜드 기업은 해당 지역사회의 역사적 전통이자 문화적·감성적 유대감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 카지노 재벌이 프랑스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를 인수하자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정부에 매각을 막아달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CEO 에세이]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
이에 따라 이런 저항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인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인수 기업이 속한 공동체에 참여하고 동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기업을 100% 인수하기보다 지분 부분 참여를 통해 점진적으로 인수하는 전략도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인수 후에는 국내 재벌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하는 방식을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유명 브랜드 기업에는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자긍심과 조직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주가 한국 기업으로 변경됐다고 해서 조직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피인수 기업의 전통을 존중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질적인 조직 문화의 충돌로 인한 비효율성이 발생해 고급 브랜드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는 해외의 유명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머지않아 샤넬·롤렉스, 더 나아가 벤츠나 BMW와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 기업이 소유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