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아닌 세탁기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똑같은 크기의 냉장고인데 내부 공간은 넓어졌다. 용량이 늘었어도 전기는 적게 먹는다. 올해 하반기 가전 시장 트렌드는 절전·대형화·스마트로 집약된다.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편리’와 ‘효율’ 증대에 세심하게 신경 쓴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 트렌드인 ‘에너지 절감’ 요구를 가전에 적극 반영했다. 냉장고·오븐·세탁기 등은 하루 24시간 코드를 꽂아 놓고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얼마나 전기를 적게 쓰느냐가 기술력의 차이로 꼽힌다.

‘스마트’ 바람도 확산됐다. 밀레나 지멘스 같은 유럽 가전 강자들도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화두로 꺼내든 스마트 가전 연구에 돌입했다. 스마트폰·태블릿과 연동해 가전을 작동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됐다.
LG전자는 8월 31일부터 오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2 전시회에서 부스 입구 중앙에 총 14대의 올레드TV(모델명: 55EM9700)를 이용한 조형물을 제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조형물에 벽걸이형, 일반 스탠드형, 바닥부터 긴 봉으로 이어진 플로어(Floor) 스탠드형 등 3가지 디자인을 동시에 적용, 4mm의 얇은 두께와 10kg의 가벼운 무게를 강조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8월 31일부터 오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2 전시회에서 부스 입구 중앙에 총 14대의 올레드TV(모델명: 55EM9700)를 이용한 조형물을 제작,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조형물에 벽걸이형, 일반 스탠드형, 바닥부터 긴 봉으로 이어진 플로어(Floor) 스탠드형 등 3가지 디자인을 동시에 적용, 4mm의 얇은 두께와 10kg의 가벼운 무게를 강조했다. /lg전자 제공....
고효율 ‘눈길’…가전에 ‘절전 바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절전’이다.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선보인 가전들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지난 8월 31일 개막, 엿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2’에서는 참가 업체들이 최고 등급인 ‘A+++’보다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절감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였는데,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IFA에서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70%나 줄인 ‘찬물 세탁기’를 공개했다. 세제를 거품 형태로 미세하게 옷감에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1시간 만에 찬물 빨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에너지 절감을 실현한 대표적 품목이다.

물 사용량을 줄인 식기세척기도 올해 여럿 선보였다. 지난해 독일 가전 업체 보쉬가 선보인 기술을 경쟁사들도 대거 채택한 것이다. “물 낭비가 심해서”, “전기를 많이 먹어서” 식기세척기를 못 쓴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IFA에 출품하진 않았지만 동양매직이 국내에서 출시한 식기세척기도 물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 수돗물을 틀고 20분간 설거지를 할 때 120리터의 물이 흐른다고 가정하면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는 8.6리터의 물만 사용한다. 이론상 식기세척기가 93%까지 물을 절약하는 셈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2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75형 엣지LED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감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2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75형 엣지LED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감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하루 중 전기 소모량이 가장 적은 시간을 택해 세탁기가 빨래를 하도록 하는 ‘스마트 컨트롤’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전기 사용을 분산한다는 아이디어를 제품에 녹였다. 늦은 저녁 세탁이 가능하도록 소음을 줄였음은 물론이다.

냉장고는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를 유럽 업체들도 채택하는 추세다.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는 냉동실 온도를 순식간에 낮춰 단기간 내 식품을 얼린 후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IFA 전시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은 다른 제품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이번에 전시된 전시품을 보니 대부분 회사에서 에너지를 감축하는 고효율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고 밝혔다.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가전 기술 최신 트렌드 "아끼고 줄이고…에너지 절감 핫이슈"
넓어진 냉장고, 오렌지는 몇 개 더 들어갈까
‘넣어도 넣어도 끝없이 들어가는 오렌지.’

삼성전자는 IFA에서 615리터 양문형 냉장고를 공개하며 끊임없이 냉장고에서 쏟아지는 오렌지 영상을 틀었다. 이는 내부 공간을 획기적으로 넓힌 ‘스페이스 맥스(Space Max)’ 기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가전 기술을 비교할 때 흔히 사용되는 기준은 ‘용량’이다. 예컨대 똑같은 크기의 냉장고에 얼마나 많은 음식물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느냐가 기술 차이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올해 주요 가전 업체들이 하반기 선보인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도 모두 용량을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900리터급 냉장고를 잇달아 선보이며 초대형 가전 시장을 열었다.

내부 공간을 넓히면서 냉장실과 냉동실의 위치를 바꿔 사용 편의성도 강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사용량의 80%를 차지하는 냉장실 위치를 상단에, 냉동실은 하단에 배치했다”며 “냉장실 폭을 기존 양문형 대비 2배 정도 넓혀 피자와 대형 접시 등을 바로 보관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YONHAP PHOTO-0427> 삼성전자, IFA서 다채로운 행사 열어
    (서울=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2' 전시장에 설치된 삼성전자 생활가전부스에서  버블 아티스트 치쿨루스가  버블맨 쇼를 펼치고 있다.
    2012.9.2   << 삼성전자 >>
    photo@yna.co.kr/2012-09-02 11:00: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 IFA서 다채로운 행사 열어 (서울=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2' 전시장에 설치된 삼성전자 생활가전부스에서 버블 아티스트 치쿨루스가 버블맨 쇼를 펼치고 있다. 2012.9.2 << 삼성전자 >> photo@yna.co.kr/2012-09-02 11:00: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과 LG는 제품 외곽 크기를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을 더 넓혔다는 점을 강조한다. 크기를 유지한다는 것은 주방 공간을 덜 잡아먹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내부에 들어가는 컴프레서나 단열재 등 주요 부품의 크기를 줄여야만 한다. 이 기술력이 품질 차이를 만든다.

초대형 가전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900리터 냉장고인 ‘T9000’ 모델이 출시 한 달 만에 1만여 대가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3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이다.



세탁기와 대화…‘스마트 가전’은 진화 중

세탁기에 말을 건다. “몇 분 남았니?” 잠시 후 세탁기가 대답한다. “10분 남았습니다.”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드럼 세탁기엔 올해 처음 ‘음성인식’ 기능이 들어갔다. 사용자가 손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몇 단계에 걸쳐 조작해야 원격 제어가 가능했던 전 제품에 비해 ‘스마트 보이스’ 기능은 세탁 현황 모니터링, 예약 시간 변경, 전원 끔, 구김 방지 등을 말 한마디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전자 제품을 조작하게 한 지난해 방식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이와 같은 스마트 가전 바람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이 앞장선 가운데 밀레나 지멘스 등 해외 기업들도 동참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밀레는 지난해에 이어 세제 양을 자동으로 조절해 투입하는 세탁기를 선보였다. 세탁기 위에 달린 커다란 통에서 빨래 양에 따라 세제를 넣게 만든 기술이다. 이 기술이 진보하면 수조에 세탁물이 적정량 모이면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하게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세탁기는 ‘아웃도어 케어’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 채택했다. 세탁력은 끌어올리고 손상은 저감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드럼통의 물이 빠지는 구멍을 다이아몬드나 벌집 모양으로 만들어 옷감이 덜 손상되게 하는 아이디어도 채택했다.

‘절전’과 ‘스마트’가 보편적인 방향이라면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가전도 눈에 띄었다. 밀레가 선보인 ‘향기 나는 건조기’가 그 주인공인데,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해 더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의류를 말리면서 자동으로 향이 배도록 건조기 내부에 섬유 유연제와 유사한 제품을 붙여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 가지 향 중 하나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데, 아쉽지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도 늘었다. IFA에선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내부를 에나멜이나 세라믹 코팅한 제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세균에 대한 저항성을 강조한 데다 내부 청소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한 선택이다.

로봇 청소기 시장도 크게 늘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 기업들도 이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네모난 형태로 사각지대의 청소를 쉽게 한 제품, 바퀴를 크게 만들어 움직이기 편하게 한 제품, 청소 솔을 다양하게 만들어 장소에 따라 바꿔 쓰게 한 제품 등이 눈에 띈다.


베를린( 독일)=남혜현 ZDnet 기자 hyun@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