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전통의 강자 미국 월풀은 3위에 그치고 있다. GfK·스티븐슨컴퍼니 등 시장조사 업체들이 집계한 금액 기준 시장점유율(50개국 소매점 조사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가 10.9%로 점유율 1위다. 삼성전자와 월풀은 각각 7.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국내시장에서도 LG전자가 근소한 차로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세탁기 시장 "LG·삼성·월풀 ‘선두 다툼’ 치열"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세탁기 시장 "LG·삼성·월풀 ‘선두 다툼’ 치열"
백색가전은 휴대전화나 TV처럼 시장점유율이 급변하지 않는 분야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길고 기술 변화 속도도 스마트 기기보다 늦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전자·삼성전자 등이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세계시장점유율을 높여 왔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LG전자는 2009년 9.4%, 2010년 10.6%, 2011년 10.9%까지 시장을 넓혔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5.4%, 6.9%, 7.1%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급형인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드럼 세탁기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보면 LG전자가 20.7%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17.4%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월풀은 16%로 3위에 머물렀다.

한국 기업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월풀이지만 한국 기업들을 상대하기엔 버거워 보인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자신감이다. 1990년대까지 미국 시장 1위였던 월풀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기업들에 추월당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린 탓이다.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월풀의 최근 전략은 소송이다.

월풀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한국 가전 기업들이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생산비 이하 가격에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미국 상무부와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월풀이 LG전자와 삼성전자 세탁기를 덤핑으로 제소한 속내가 월풀의 제품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세탁기 시장 "LG·삼성·월풀 ‘선두 다툼’ 치열"
에너지 효율 경쟁도 불붙어

그러면 국내외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LG의 강점은 무엇까. 무엇보다 시장 요구를 발 빠르게 반영한 신제품 출시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용량·고효율 제품 경쟁이다.

업계의 대용량 경쟁은 전쟁처럼 치열하다. 국내시장에서 15kg 이상 대용량 제품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GfK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시장 수량 기준으로 2009년 전체의 8%에 불과했던 15kg 대형 세탁기 비중은 올해 43%로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2009년 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11kg 이하 세탁기는 올해 6%에 불과할 전망이다.

드럼 세탁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17kg 이상이 2009년 11%에서 30%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10kg 이상 15kg 미만 시장은 58%에서 30%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LG전자는 지난 6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대 용량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구현한 드럼 세탁기를 내놨다. 세탁 용량이 5.1큐빅피트(약 21kg)로 킹 사이즈 침구 세트도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터보 워시 기능을 탑재해 표준 세탁 기준 평균 59분 걸리던 세탁 시간을 20분 줄여 30분대에 세탁 및 건조까지 끝내도록 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에 뒤질세라 세탁 19kg, 건조 11kg으로 국내 최대 용량을 자랑하는 ‘버블샷2’ 드럼 세탁기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대용량 세탁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은 가족 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이불 빨래가 가능한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며 “이는 어머니가 이불 세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오랜 학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세탁기를 구매할 때 10년 뒤를 생각한다는 것도 대용량을 선호하는 이유다. 결혼 뒤 자녀를 낳고 가족 수가 많아지므로 대용량 세탁기를 미리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드럼 세탁기는 대용량일수록 낙차(세탁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힘)가 커져 세탁이 잘되고 전자동 세탁기는 원심력이 커져 물살의 힘이 세지기 때문에 세탁력이 높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세탁기 시장 "LG·삼성·월풀 ‘선두 다툼’ 치열"
대용량 경쟁과 함께 에너지 효율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역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각축전이다.

LG전자는 세탁기 제품에 저진동 고휴율 ‘DD 모터’를 탑재해 세탁 용량을 키우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현재 판매 중인 세탁기 제품을 10년 전 제품과 비교해 보면 세탁 용량은 1.5배 늘었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은 약 34%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LG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세탁 시간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버블샷2 드럼 세탁기(19kg)는 세탁과 건조 코스를 따로 설정하는 번거로움 없이 코스 선택 한 번으로 1kg 미만 세탁물을 세탁부터 건조까지 1시간 이내에 완료하는 ‘원스톱 버블’을 채용했다. 이 코스는 교복과 와이셔츠 같은 1kg 미만의 세탁물을 세탁에서 건조까지 1시간 안에 완료하는 코스로 바쁜 아침 시간에 유용하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것도 양 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LG전자는 독자 기술로 ‘DD 모터’를 개발해 전 세탁기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DD 모터는 세탁조와 모터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모터와 세탁조 사이에 필요한 공간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모터의 힘이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고 중간 단계에서 구동하는 추가 부품(벨트 등)도 없어 기존 세탁기 모터보다 소음이 적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진동과 소음을 줄여주는 초정밀 진동 저감 시스템을 갖췄다. 진동과 소음의 원인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듀얼 진동 감지 센서’는 세탁물의 치우침을 감지한 후 진동 상태를 판단해 모터의 회전속도를 조절해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삼성 고유 기술인 ‘볼 밸런스’는 세탁물이 뭉친 반대쪽으로 ‘볼’들을 이동시켜 세탁조의 균형을 잡아줘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려 발생하는 탈수 에러와 진동·소음을 줄여준다.

대용량·고효율 경쟁은 앞으로도 세탁기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2’에서도 키워드는 역시 대용량·고효율이었다. 향후 세계 가전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파나소닉이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발표한 데다 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공세가 전망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백색 가전 경쟁력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어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 할 때라는 것이 이번 ‘IFA 2012’를 지켜본 이들의 지적이다.
<YONHAP PHOTO-0517> 벽걸이 세탁기
    (부산=연합뉴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6층 가전매장에서 드럼세탁기 미니를 선보이고 있다. 3㎏ 초소형 규모인 이 세탁기는 욕실이나 다용도실, 주방 등 어떤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고온 삶음 기능도 있어 아기옷이나 소량의 의류 세탁에 적합한 제품이다.   << 롯데백화점 >>  2012.7.19.
    ccho@yna.co.kr/2012-07-19 10:13: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벽걸이 세탁기 (부산=연합뉴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6층 가전매장에서 드럼세탁기 미니를 선보이고 있다. 3㎏ 초소형 규모인 이 세탁기는 욕실이나 다용도실, 주방 등 어떤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고온 삶음 기능도 있어 아기옷이나 소량의 의류 세탁에 적합한 제품이다. << 롯데백화점 >> 2012.7.19. ccho@yna.co.kr/2012-07-19 10:13:0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세탁기 시장 "LG·삼성·월풀 ‘선두 다툼’ 치열"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