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자.’ 유년기 동안 아버지로부터 늘 들어오던 우리 집 가훈이다. 어린 시절의 나로서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인류’, 그리고 ‘봉사’라는 단어는 유년기 이후 언제나 무의식처럼 뇌리에 박혀 있는 단어가 되었다.

어릴 적 꽃들로 가득 찬 정원의 푯말에 적힌 아래의 구절을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꽃을 보는 눈은 시름없이 맑고, 꺾지 않는 손은 티 없이 고우며, 가꾸는 마음씨는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아버지는 산골마을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야학으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 계기가 되어 1963년에 지금의 수비중고등학교의 전신인 수비고등공민학교 설립을 주도하셨다. 지방 유지들을 설득하신 것이다. 그 시대에선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공납금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당신의 월급으로 대신 지급하기도 하고 뜻이 맞는 친구 몇 명과 삼일구락부라는 단체를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셨다.

공무원을 퇴임하신 후 1993년도부터 지역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버스 정류소에 작은 책꽂이를 가져다 놓고 ‘쉼터 도서 마련 모임’이라고 써 붙인 다음 신문과 주간지 및 몇 권의 책을 보급해 오셨다.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좋은 글을 접하게 하려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당신의 생각과 달리 사람들이 책을 보고 그 자리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가져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 또한 별로 개의치 않으셨다.

세월이 지나 이제 성인이 된 나는 제니퍼소프트라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나도 모르게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전해 받았던 ‘자연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지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안위만을 위해서 살아가거나 기업 운영의 목적을 이윤 추구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취득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제공하거나 공유하며 그것이 자연을 해치거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게 하고 열정을 잃지 않게 하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아! 나의 아버지] 범상치 않았던 가훈
나는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여쭈어 본다. ‘자연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람이 하는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자연과 인류에 봉사하는 일. 그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자연만 위해도 안 되고 인류만 위해도 안 되지. 인류만 위하면 자연이 파괴되고 자연만 생각하다 보면 인류에게 문제가 오는 거니까. 동시에 봉사하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해. 회사도 마찬가지야. 자연과 인류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회사. 그게 가장 아름다운 회사야.”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말씀에서는 자연과 인류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내게 또 하나의 미션을 부여하신다. 한글이 얼마나 쉽고 좋은 글인지 모른다며 글자가 없는 나라에 한글을 보급하는 데 앞장서라는 것. 그것은 나를 비롯해 개인·회사·국가를 넘어 전 지구의 번영을 도모하는 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