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섹스 대국의 인상이 짙다.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밤 문화와 연결된 결과다. 산업화된 성문화 보유 국가로 성인 비디오(AV) 시장 규모만 4000억~5000억 엔대다. 잡지라면 노골적인 노출 사진은 필수다. 서점·편의점엔 낯 뜨거운 사진집이 즐비하다.

신주쿠 가부키초는 에로티시즘의 절정 거리다. 야한 사진이 대놓고 걸려 있고 호객꾼의 등쌀은 상상조차 힘들 정도다. 뒷골목엔 러브호텔이 부지기수다. 주간지 최대·최다 기삿거리도 섹스다.

그렇다고 성에 개방적이진 않다. 향락 산업만 보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평범한 일본인이면 되레 폐쇄적인 성의식이 강하다. 따져보면 한국과 다를 것도 없다. 오해의 발단은 성인물이 조작한 가상 이미지와 일방적 외부 편견의 확대재생산에 있다.

오히려 이들의 뜨거운 이슈는 ‘섹스리스’다. 특히 청년 세대의 섹스리스가 화두다. 길게 봐 정상적인 가정 형성을 방해하는 사회문제라는 인식이다. 최근 산케이는 “장기간에 걸쳐 AV에 노출된 젊은 남성의 섹스 망상이 섹스리스 확대로 연결된다”고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매스컴도 자체 조사를 통해 섹스리스 실태를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 섹스리스의 만족도다. 본능 상실의 수용 현실이다.
[일본] 섹스리스 풍조 확산 "얄팍해진 지갑이 ‘성욕 본능’ 눌러"
섹스리스 통계는 수두룩하다. 각국의 연간 섹스 횟수를 취합한 보고서(글로벌섹스서베이)에 따르면 일본은 조사 대상국 중 꼴찌 수준인 30위권 안팎이다. 정부의 통계도 비슷하다.

섹스에 관심이 없다는 남성은 18%(2008년 10%), 여성은 48%(2008년 37%)에 달한다(16~49세). 16~19세는 남녀 각각 36.1%, 58.5%로 더 높다. 결혼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초식 계열이 늘면서 부부 간 섹스리스는 41%다. 40세 이상 부부는 50%가 섹스리스다(후생성, 2011년).

‘젊은이여, 섹스를 싫어하지 말라’는 투의 장문 기사(아에라)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콘돔 판매량은 감소세다. 사상 최대치(1993년, 6억8000만 개)에서 반 토막 난 상태다.


40세 이상 부부 50%가 섹스리스

섹스리스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섹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특유의 배려 문화가 섹스리스를 양산하기도 한다. 비디오나 잡지로 손쉽게 해결하면 되지 파트너까지 배려하며 기분을 맞추는 건 성가시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이 커플 섹스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근거는 욕구 분출의 재미·의의를 찾기 힘든 시대 상황이다. 섹스 거부의 합리적 상황의 논리 부각이다. 고용 불안에 돈벌이하기도 힘든 판에 굳이 고비용의 섹스에 탐닉하기 힘들다. 이성을 찾는 데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해서다. 여기에 상대 심리와 외부 시선을 맞추는 배려까지 요구된다. 에너지 낭비란 얘기다. 싱글·부부 마찬가지다.

연애를 해도 섹스는 하지 않는다. 함께 자도 관계는 안 갖는 경우다. 관계까지 가는 게 귀찮다는 이유다. 성관계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혐오하는 시각이다. 섹스 무관심이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은 쓸데없는 행동을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섹스리스 이유가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 “행동 전에 어떤 이득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십상”이다. 자동차·명품 등 고급품을 소비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섹스의 효용이 성욕 해소뿐이라면 차라리 혼자 처리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결국 일본 청년은 ‘짝’보다 ‘혼자’일 때가 많다. 교제 상대가 없는 솔로 청년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략 80%가 교제 상대 없는 솔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청년 세대의 첫 섹스는 추억이 아닌 상상으로 넘어간다. 경험이 없으니 상상 영역 혹은 간접(대리) 경험이 전부다.

은둔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왜곡적인 성의식을 배워서다. 또 다른 사회문제다. 연령이 더해지면 성경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대량의 독신 남성 양산 문제다. ‘고남(孤男: 전혀 애인이 없었던 남자)’에 이어 ‘독남(毒男: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독신남)’의 확산 근거다.

동정(童貞) 청년은 증가세다. 2011년 발표된 별칭 ‘일본 청년 결혼·섹스 보고서(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2011년)’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명 중 4명은 섹스 경험이 없다. 성경험이 없다는 남성(18~34세)은 36.2%에 달해 전년(2005년·31.9%)보다 늘었다. 여성은 36.3%에서 38.7%로 늘었다. 나이를 먹어도(35~39세) 동정 비율은 남녀 각각 27.7%, 25.5%다.

청년 동정은 남성이 1990년대 후반, 여성이 2000년대 이후 증가했다. 청년 동정은 중년 동정으로 전이된다. 일본의 중년 동정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평생 미혼·비혼의 염려 탓이다. 남성 5명 중 1명, 여성 10명 중 1명이 평생 결혼하지 않을 정도다. 이 때문에 40대 동정 비율도 7.9%다(일본가족계획협회, 2004년). ‘중년동정(中年童貞)’이란 책은 40대의 10%를 동정 인구로 봤다.

첫 섹스의 기억이 없는 청년 인구는 향후 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소득 악화, 고립 증대 등으로 본능인 남성성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차단된 데다 결혼과 가족 구성에 상당한 경제력·배려심이 필요해서다. 이미 목격된 결혼 마지노선인 30대의 독신 지향성이 이를 대변한다.

독신 경향이 뚜렷해진 현재의 30대가 50대가 되는 2030년 즈음엔 이들 4명 중 1명(23%)이 솔로로 살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미즈호종합연구소, 2011년). 단 지금처럼 결혼·세대 형성 패턴이 유지될 것이란 전제에서 그렇다. 여성도 15%로 예상된다. 가족 없이 늙어가는 이들 생애 독신의 노후·간병 봉양과 사회·경제적 고립 문제는 생각만 해도 위협적이다.

동정·독신 트렌드의 증가 추세는 성별로 다소 차별적이다. 결과적으론 ‘여성 승리, 남성 패배’의 상황 논리 안착이다. 교육·취업 등에서 청춘 여성의 지위·소득은 개선되는 반면 전통적인 가장 역할을 해 온 청춘 남성의 밥벌이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으로선 불모지대에 내몰린 남성을 시간에 쫓기듯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 연애·결혼에 일정 시간을 벌어둔 셈이다. 눈에 차지 않는 결혼에 대한 반대다. 남성도 연애·결혼 준비가 되지 않은 판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거절당할 것을 우려해 고백·청혼을 포기하는 심리적 패배자가 급증했다. 연상 선호는 그 결과다. 2030세대가 연애·결혼 상대자로 4050세대를 고르는 형태다.



‘2030년엔 4명 중 1명 솔로’예측도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첫 섹스의 대가는 값비싸다. 관계 지속이 전제된 성욕 해결은 비용 대비 산출 효율이 떨어지는 대표 항목이다. 사랑·이해로 난관 극복이 가능하지만 그건 귀찮고 힘들며 참아야 할 일이다.

연애·결혼을 미루고 포기하는 시대 조류가 그 증거다. 결국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선택은 자포자기, 은둔 고독, 본능 억제의 방어기제로 요약된다. 이런 점에서 미혼 청춘의 성경험은 장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의미하는 지표로 손색이 없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의 현실도 일본 못지않다. 고령화·저성장이 심화되면서 이성 교제를 멀리하려는 장수 사회 특유의 트렌드가 뚜렷해졌다. 1998년 한국의 20대 미혼 남성 10명 중 8명은 성경험을 가졌었다(건국대).

동일 조사는 아니지만 지금은 비중 감소가 확실시된다. 2010년 현재 20대 후반의 혼전 성경험(남성 67%, 여성 51%)이 이를 추정하게 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그나마 일본보다 낮아 다행이지만 늙어가는 속도를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일본] 섹스리스 풍조 확산 "얄팍해진 지갑이 ‘성욕 본능’ 눌러"
청년의 결혼·섹스 보고서

18~50세 독신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제14회 출생 동향 기본 조사에 관한 자료)다. 이 중 73%는 18~34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의지가 있다는 응답은 여전히 높다. 남녀 각각 86.3%, 89.4%다.

다만 태도 불명확인 경우가 줄어 평생의 독신 지향성은 남성(9.4%), 여성(6.8%) 모두 조금씩 늘었다. 취업 상황에 따라 남성의 결혼 의지는 갈린다. 정규직일수록 결혼 메리트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규직이 결혼의 이점을 가장 높게 봤고 자영업자·비정규직·무직자 순서로 약해졌다. 여성도 비슷한 추이다. 독신 메리트는 남녀 모두 80%대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이성 교제는 희박해졌다. 남성의 60%가 교제 상대가 없으며 여성은 그 비율이 50%다. 1987년 조사 땐 각각 49%, 40%로 집계됐었다(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2011년)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