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 생기나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매장 규모가 165㎡(50평)로, 70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차료다. 매장의 임차료는 700만 원대다. 브랜드력이 약한 김 씨의 매장은 상권 내 메인 동선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매장 규모가 커 임차료가 비싼 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김 씨의 매장과 달리 인근에 브랜드 카페가 즐비해 매출이 신통치 않다. 평일에는 100만 원을 넘기도 하지만 주말에는 거의 매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월평균 매출은 2000만~2200만 원이다. 원재료비는 600만 원대, 월세 700만 원, 인건비는 700만 원대다. 여기에 관리비와 전기세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김 씨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다.
매장 규모가 커 매출이 적은 데도 직원 수를 줄이기 힘들고 매출을 조금이나마 더 올려보려고 영업시간을 연장하다 보니 인건비 절감이 힘든 상황이다. 김 씨는 나이가 많아 매장에 있는 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본사의 의견 때문에 매장을 점장 중심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기가 힘들다.

적어도 수익성 관점에서 보면 창업과 경영은 숫자에서 시작해 숫자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수익성 악화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요즘, 숫자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분석을 소홀히 하고 막연한 희망과 기대로 창업했다가는 낭패를 피할 수 없다.

이전과 달리 원재료비를 비롯해 임차료와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다 카드 매출 비중의 증가, 마케팅비 부담은 물론 보험료 등 각종 부대비용 지출 증가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출 비용 중 변동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정비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수익과 지출, 손실에 관한 정확한 분석과 매출 계획 없이 창업했다가는 높은 비용과 낮은 매출 사이에서 자신감을 잃고 신나게 경영하는 맛을 보기도 전에 실패를 맛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 창업
김희명 카페 띠아모 파주금촌점 대표
/김병언 기자 misaeon@20110301..
시니어 창업 김희명 카페 띠아모 파주금촌점 대표 /김병언 기자 misaeon@20110301..
‘얼마를 벌어야 원하는 수익을 올릴까’

수익을 올리는 창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출과 비용이 일치하는 손익분기점에 대한 이해다.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적자는 면할 수 있다. 또 목표로 하는 이익을 올리려면 매출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비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사업성을 분석할 때는 비용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비용의 각 요소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가령 음식점은 원재료 비율이 35~40%라고 하더라도 이론적인 원가와 실질적인 원가가 다른 경우도 많다. 원 팩 시스템으로 포장된 제품을 구입해 판매하지 않는 한 제품별로 원가가 다르고 원가가 다른 제품들의 판매 비율에 따라 실질적인 원가가 달라진다. 조리가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조리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며 부실한 재고 관리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고 관리와 원가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외식업의 원가가 심할 때는 50~60%를 넘기도 한다. 요즘처럼 소셜 커머스 마케팅을 자주 하거나 원 플러스 원 마케팅, 다양한 할인 쿠폰 마케팅을 도입했다면 원가 비율은 더욱 높아져 경우에 따라서는 70%대를 육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론적인 원가만 믿고 운영해서는 안 되며 정밀한 원가 분석을 통해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원재료비는 변동비에 속하지만 임차료는 대표적인 고정비용이다. 사무실형 사업이든 점포형 사업이든 매출 대비 임차료가 높아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브랜드마다 적정한 수준의 임차료를 책정하고 가맹점을 창업할 때 기준선을 넘지 않도록 지도한다.

외식업은 일반적으로 3일치 매출이 임차료라는 말이 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등도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그런 비율을 알고 매출과 비용 구조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임차료에서 또 한 가지 고려할 것은 관리비다. 관리비가 비싼 빌딩은 임차료만큼 든다. 저층 빌딩일수록, 오래된 빌딩일수록 관리비가 저렴하다.

규모와 임차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저층 빌딩은 전용률이 높지만 고층 빌딩은 전용률이 낮은 편이다. 반드시 임차료와 관리비를 합산해 고려해야 하며 3.3㎡당 임차료를 비교해야 한다. 임차료가 높을수록 좋은 입지라고 할 수 있지만 건물 상황마다 다르고 매출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제1회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및 컨설팅 행사가 1일 한경 다산홀에서 열렸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901....
제1회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및 컨설팅 행사가 1일 한경 다산홀에서 열렸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901....
매출 변동도 예상해야

인건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급여로 나눠진다. 매출이 고른 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정규직 비율을 높이는 게 안정적이지만 요일별·시간대별로 매출 편차가 크다면 비정규직 운영 전략이 중요하다. 임차료 못지않게 높은 고정비를 발생시키는 게 인건비다. 투자형 창업에선 특히 임차료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영업시간이 길거나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가족 창업을 하는 게 좋다.

요즘은 4대보험 가입이나 퇴직금 문제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직원들과 합의하에 4대보험이나 퇴직금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퇴사 후 직원들의 신고에 의해 추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있다면 초과 근무 수당 문제를 잘 챙겨야 한다. 정규 근로시간 외 근무에 대해서는 초과 근무 수당을 주게 돼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다가 퇴사 후 노동부 고발 등에 의해 나중에 물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전기료나 가스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업종에 따라서는 의외로 큰 비용이 지출되기도 하므로 사전에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대출 역시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투자금에서 대출 비중이 높으면 벌어도 이자 및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 정작 손에 쥐는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알고 시작한 일인 데도 고달픈 생활 속에서 이익은 없고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을 계속하다 보면 의욕을 잃는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비용을 이해하면 목표로 해야 하는 매출이 분명히 나온다. 얼마를 벌어야 내가 원하는 이익을 올릴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또 그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객이 몇 명 와야 하는지, 객단가(1인단 평균 매입액)를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추는 게 좋은지 알아야 매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매출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계절마다, 요일마다, 시간대마다 매출이 다르다. 창업 전에는 평균 매출 개념으로만 이해하지만 막상 사업을 해보면 매출 등락이 생각보다 심하다. 그래서 최고 매출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평균 매출이 형편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매출은 추이로서 파악하는 게 좋다. 전체적인 변화 추세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고 매출과 최저 매출을 유심히 살펴보되 평균 매출 자체를 높이도록 애써야 하고 판촉 활동을 통해 매출의 편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가상각이나 업종 수명, 권리금도 중요한 변수다. 권리금이 비싼 점포일수록 매출 실적이 좋아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권리금이 없는 점포가 좋다고 하지만 그런 점포는 매출이 형편없을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경영 역량의 발휘가 요구된다. 권리금은 보장된 금액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운영비도 중요한 변수다. 운영비의 부족은 사업의 실패를 가져오기도 한다. 반대로 운영비가 지나치게 많아 대책 없이 버티기만 하다가 자금을 소진하고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