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출시된 7월 15일 이후부터 8월 26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약 19.2% 오른 반면 같은 기간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33.8% 정도 상승했다는 사실을 봐도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이미 6500억 원을 넘어섰다. 작년 11월 책정된 공모가 대비 약 3.5배가 상승한 셈이다. YG 주가 및 시가총액 급상승
기업의 주가는 그 기업의 실적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해당 가수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싸이는 지난 8월 국내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 약 3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3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를 포함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광고 수익 등으로 약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추정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매출 약 700억 원, 올해 매출로는 약 1000억 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전체 매출액 대비로는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수익 배분 측면에서도 YG엔터테인먼트보다 싸이에게 유리하게 책정됐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주가 상승률은 싸이의 실질적인 이익 기여도 그 이상이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선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국 이러한 주가 흐름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YG엔터테인먼트의 미래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즉 YG엔터테인먼트의 최근 주가 퍼포먼스를 그저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가 급 등락하는 테마주의 주가 흐름과 같은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내 케이팝 관련 업체들의 실적 성장에 가장 주요한 요소는 국내보다 해외에 있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매년 국내 베스트셀러 앨범의 판매량은 100만에서 200만 장 사이였다. 그러나 MP3의 빠른 확산으로 2002년부터 CD 판매가 급감하면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베스트셀러 1위 음반 연평균 판매량은 약 37만6000장으로 추락했다. 물론 휴대전화 벨소리, 통화 연결음 등으로 구분되는 디지털 음원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각되고 유료 MP3 다운로드가 정착되면서 한국 음악 시장은 2005년 이후부터 다시 회생의 길로 진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음악 시장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포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의 파이가 제한적인 만큼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해외 특히 일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현재까지 해외 매출의 90% 정도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해외 매출의 30% 이상은 콘서트 로열티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콘서트 티켓 가격이 약 1만 엔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4만 원에 달한다.
국내 콘서트의 보편적인 콘서트 티켓 가격이 8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 차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콘서트로 아티스트당 많아봐야 3만~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수십만 명을 동원할 수 있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류’ 콘텐츠의 아시아 국가향 수출액 중 일본향은 약 6730만 달러였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이며 2009년 2160만 달러 대비 3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음악산업백서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대일 음악 수출액 규모가 약 2163만 달러 규모였을 만큼 일본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인 점은 분명하다. 결국 두 회사 모두에게 실적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이 나타나려면 의미 있는 규모의 해외 콘서트 개최가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해외용’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던 싸이의 국제적인 인기는 빅뱅과 2NE1으로 제한적이던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라인업의 ‘+1 효과’로 작용된다. 두 팀에서 세 팀으로의 증가율은 이론적으로 50%에 달하기 때문에 주가 퍼포먼스는 성장성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싸이가 최근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은 일본보다 엔터테인먼트 규모가 더 큰 세계 1위의 거대 시장이다.
국제축음산업연합인 IFPI(International Federation of Phonographic Industry)에 따르면 미국의 음반·음원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73억 달러로 2위인 일본(53억 달러) 대비 약 40%가 큰 시장이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높은 진입 장벽은 과거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보아·세븐·원더걸스 등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도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일본 시장 진출 그 이상의 프리미엄이 현재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강남스타일’이 과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마카레나’와 비교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싸이의 글로벌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미국 시장 진출이 가져올 프리미엄
싸이의 이번 ‘강제 해외 진출’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큰돈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B급 코미디가 주 콘셉트인 뮤직비디오가 별다른 홍보 없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확대됐으며 그 주인공이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수려한 외모의 아이돌 가수가 아닌 싸이였다는 점에 엔터테인먼트 제작자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과거 팝의 본고장에서 멋진 외모와 멋진 음악, 멋진 춤으로 승부수를 걸던 선배들의 ‘정공법’이 당시에는 통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들은 기반을 닦고 있었던 것이다. 싸이의 인기는 이들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수월했을 것이다.
이번 ‘싸이 사태’로 아시아에 국한됐던 케이팝의 서구권 진출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주는 시사점은 첫째, 아이돌 가수에 국한돼 있던 국내 케이팝 제품이 ‘다변화’되고 있으며 둘째, ‘품질’ 또한 선진 국가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높아만 보이던 미국이라는 장벽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 장벽을 완전 격파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시장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주식들의 밸류에이션 역시 향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는 한류 열풍에 따른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본격적 성장 구간에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때마다 거의 티켓이 매진되니 이보다 더 높은 성장 가시성을 갖춘 산업을 찾기 힘들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직접적인 수혜까지 보게 되니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주식이 코스피 대비 약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케이팝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한 즈음에 터진 싸이의 미국 진출 가능성 대두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주가는 다시 한 번 리레이팅(Re-rating)될 전망이다. 아직 우리가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국가가 이 지구상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 시장은 캐시 카우(Cash-cow)화되고 북미·유럽 등의 서양 문화권에서의 신규 매출이 발생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케이팝은 이미 ‘한류’의 카테고리를 탈피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진홍국 현대증권 스몰캡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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