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 위기 때문이든, 국내 경제정책의 문제 때문이든 내수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이런 경기 침체가 주택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 거래 건수는 계속 침체 일로에 있다.

이처럼 주택 매매 건수가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 원인도 있지만 주택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매매 시장과 임대 시장은 대체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집이라는 것은 소유하든 소유하지 않든 거주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몰려가면 상대적으로 임대 시장은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반대로 실수요자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려가면 매매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게 마련이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시장에서 나타난 ‘매매 약세, 전세 강세’ 현상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집을 사는 수요가 증가하면 자가 보유율이 높아지면서 집값이 오르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안정되는 경우가 많고 집을 사는 수요가 줄어들면 임대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몰릴지, 아니면 임대 시장으로 몰릴지는 주택 값의 상승 여부와도 관련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주택의 보유 비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른 나라는 우리와 달리 전세 제도가 없고 월세만 있기 때문이다. 집을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재산세+모기지 대출이자+유지비)이 월세보다 적거나 비슷하면 매매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므로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자가 오르면 월세로 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이익이므로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들며 집값이 떨어진다.

그런데 월세와 자가 거주 등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월세보다 전세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외국과 다른 사이클을 보인다. 전세는 주거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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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활황일 때 매매.임대 수요 모두 증가

결국 주택 수요는 ‘매매 수요+임대 수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택 수요는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매매 수요뿐만 아니라 임대 수요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001~2002년이나 2006년에는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경기가 급강하면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기도 하는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나 2004년 카드대란, 2008년의 국제금융 위기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주택 시장의 활황기나 침체기 때 나타나는 현상이 거래량의 변화다. 활황기에는 주택 매매 거래량뿐만 아니라 임대 거래량도 같이 늘어나지만 침체기에는 매매나 임대 거래량 모두 줄어드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프>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반기별로 전입․전출한, 즉 이사한 사람의 수다. 6개월간 평균 445만 명이 다른 집으로 이사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IMF 관리체제 때나 카드대란, 국제금융 위기 때는 반기당 400만 명 정도로 이사한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 연도별로 보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22년간 연간 900만 명 이상이 이사한 해는 10년이고 900만 명 미만이 이사한 해는 12년이다.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한 10년의 매매가 전국 주택 상승률(국민은행 시세 기준)은 연평균 6.65%이지만 사람들이 이사를 꺼린 12년의 매매가 상승률은 0.24%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세 시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사가 많았던 10년의 전셋값 상승률은 무려 9.00%인데, 이사가 적었던 12년의 상승률은 1.70%에 불과하다. 전세 시장이 매매 시장보다 이사 건수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은 통상 2년에 한 차례씩 있지만 평균 주택 보유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매매 거래가 임대 거래보다 적기 때문이다.

매매든 임대든 거래량이 많을수록 상승률이 높은 이유는 거래의 원인이 주거의 향상을 위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보다 더 넓은 집이나 주거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증가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이런 주거 향상 수요가 증가할까.

사람은 누구나 더 좋고 편한 곳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문제는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와 자금 여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계속 충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호경기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기 때문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흔쾌히 주머니를 연다. 이 때문에 호경기 때는 매매든 임대든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불경기가 되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임대 시장도 거래가 급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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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급감하면 고가 주택이 먼저 타격 받는다

매매 시장이든 임대 시장이든 거래가 급감하면 어떤 것이 먼저 타격을 받을까. 소위 인기 지역 아파트나 고가 주택, 대형 평형 주택이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다. 이런 상품들은 수요가 꾸준히 있어야 가격을 유지하기 때문인데,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져 거래가 늘어난다면 이들 시장으로 진입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들어 이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이사한 사람은 391만여 명에 불과하다. 6개월간 이사한 사람이 400만 명 이하였던 적은 2010년 하반기와 2011년 하반기를 제외하고는 1981년 이후 3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더구나 상반기에 이사가 몰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가 400만 명 이하였던 적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IMF 외환 위기나 카드대란, 그리고 국제금융 위기 때마저도 이렇게 거래가 적었던 적은 없다. 향후 경기가 불투명하니까 이사도 가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추이를 관망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내수 경기가 얼마나 침체됐는지, 또 이로 인해 주택 시장의 거래량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러한 거래량 감소는 유관 산업의 침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첫째, 매매 및 임대 계약의 감소는 중개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이전에는 매매 건수가 적더라도 임대 건수가 많이 늘어났기에 타격이 적었지만 올해부터는 경영난에 따른 중개업소의 휴․폐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이삿짐센터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인테리어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창한 내부 수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배나 장판도 이사할 때 하기 때문에 이사 건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가구나 가전제품들도 이사에 맞춰 바꾸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들 업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내수 경기의 불황은 주택의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른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오기에 불황의 골을 깊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내수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 주택 시장과 내수 경기는 닭과 달걀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