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판사 사장이 저명한 학자를 찾아가면서 자신이 만든 책 중에 가장 성공한 베스트셀러를 한 권 들고 갔다. 그 책은 우화 형식을 빌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것인데 너무 히트를 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마케팅의 힘이다’ 혹은 ‘한때의 트렌드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사장이 그 학자에게 책을 내밀자 그는 이렇게 대꾸한다.

“책 같지도 않은 건 나한테 주지 마세요.”

고매한 지식의 끝에서 가벼운 처세술 정도는 감히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어쩌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는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한 노장(老將)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겐 지식과 경험이 녹아 있고 그리고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정답을 던져 줄 지혜가 있다. 그런데 이들이 훌륭한 노장의 자리에서 단지 ‘꼰대’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꼰대’란 늙은이를 가리키는 은어인데 이 말 속에는 젊은이의 일에 태클을 걸거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된다. 하나의 단어임에도 서로 간에 소통의 통로가 단절돼 있다는 느낌이 배어있는 단어다. 즉 연륜이 있어 존중해야 할 상대이지만 도저히 자기와 맞지 않는 윗사람을 마땅히 부를 용어가 없으면 이 지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리더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 ‘소신’이라는 탑을 쌓아 올린다. 그런데 이 탑을 쌓고 나면 그 뒤 너머에 있는 것은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 자신의 성과에 흐뭇해서 그 뒤를 넘겨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터부시하게 된다. 특히나 그것과 벽을 쌓음으로써 자신만의 특별한 영역을 견고하게 지켜낸다. 실은 혼자 고립되는 것인데 자신만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것만 강요하고 자신의 것만 옳고 그밖의 것은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부하의 제안이나 의견을 아예 들어보지도 않는다. 아랫사람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도 괴롭다. 왜냐하면 그의 주위는 온통 무가치한 것들이 넘쳐나 스트레스 지수가 날로 높아간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 난리야’라는 짜증이 증가한다. 부하 직원은 어떤가. 더 이상 리더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방법들만 고수하게 된다. 그와 승강이를 벌이고 설득하고 인정받는 과정이 그에게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리더의 스피치] 훌륭한 노장이 ‘꼰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시류를 인정하되 중심을 잡아라
진정한 노장에겐 여유가 있다. 새롭거나 경박스러운 것을 새로운 시류로 받아들이면서도 자기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부하들이 평소엔 모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리더의 힘을 느낀다. 이제 표현법을 바꿔라. “아 됐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대신 “아 그런 것도 있었나?”라고 하라. “보나 마나지”라고 말하는 대신 “한 번 들어봅시다”라고 하라.

처음부터 터부시하는 것과 받아들여 검토해 보고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내 세계는 정통성이 있고 콘텐츠가 좋지만 네 세계는 경박스럽고 무가치하다. 나는 네게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꼰대’의 생각이다. 그러나 노장의 마음속엔 이런 생각이 있다. ‘내 세계도 있고 네 세계도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내 세계에 더 집중한다’가 맞다.

모두가 휘청거릴 때 분노하기보다 따뜻하게 지켜보다가 중요한 순간에 중심을 잡는 당신의 카리스마에 부하들은 진정한 노장의 힘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한 노장은 클래식의 정통 연주자이지만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한 노장은 영양학자이지만 딸과 함께 길거리에서 떡꼬치를 사 먹는 것이다.
[리더의 스피치] 훌륭한 노장이 ‘꼰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시류를 인정하되 중심을 잡아라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