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 업체 하인즈의 일회용 케첩 포장 용기를 둘러싸고 특허 소송전이 벌어졌다. 한 개인 발명가가 하인즈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인즈가 그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것이 소송의 요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 주택공사 리스크 관리부에서 근무하는 스콧 화이트(47)가 이달 초 하인즈를 상대로 시카고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개인 발명가, 기업에 소송 걸다

소송전의 주인공이 된 하인즈의 일회용 케첩 용기는 ‘딥앤드스퀴즈(Dip & Squeeze·사진)’다. 이 용기는 자동차 등으로 이동할 때 손쉽게 케첩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낱개 포장 용기다. 감자칩 등 핑거 푸드를 먹을 땐 뚜껑 전면부를 열어 찍어 먹고 햄버거 등에 뿌릴 땐 뚜껑 윗부분을 열어 짜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로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의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점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이트는 자동차 안에서 케첩을 자주 쏟은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일회용 케첩 용기 ‘콘디컵(CondiCup)’을 개발했다. 2005년 특허를 신청했고 지난 7월 특허를 받았다. 화이트가 디자인한 용기는 하인즈의 딥앤드스퀴즈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딥앤드스퀴즈가 케첩병 모양인 반면 화이트의 용기는 둥글고 자동차 컵받침에 맞게 디자인됐다. 화이트는 그러나 뚜껑을 전면부와 윗부분을 통해 두 가지 방식으로 열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를 하인즈가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인즈 일회용 케첩 용기를 둘러싼 소송전… 개인 발명가 아이디어 도용했나?
화이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화도 함께 제시했다. 2006년 WSJ는 하인즈가 미국 맥도날드 매장 케첩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혁신적인 포장 용기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화이트는 이 기사를 보고 하인즈 경영진에게 e메일을 보냈고 20분 만에 피츠버그에 있는 하인즈 본사를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화이트는 본사를 방문해 콘디컵을 소개했다. 집으로 돌아온 화이트는 하인즈로부터 연락을 기다렸으나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하인즈는 딥앤드스퀴즈를 내놨다. 하인즈는 딥앤드스퀴즈를 “미국인들이 이동 중에 케첩을 먹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놓을 혁신적인 포장 용기”라고 광고했다. 화이트는 딥앤드스퀴즈의 디자인이 콘디컵과 비슷해 놀랐다고 말했다. 결국 하인즈가 아무런 대가 없이 그의 아이디어를 이용했다는 것이 화이트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마이클 뮬런 하인즈 대변인은 “딥앤드스퀴즈 용기를 개발하는데 3년이 걸렸다”며 “화이트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즈는 딥앤드스퀴즈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소개했다. 모형 미니밴을 만들어 사람들이 이동 중에 케첩을 어떻게 먹는지 관찰했다는 것이다. 한 임원은 차 안에서 케첩을 먹는 실험을 하기 위해 중고 미니밴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하인즈는 전했다.

개인 발명가에 의해 특허 소송에 휘말린 기업은 하인즈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 말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자동차 와이퍼 관련 특허 소송을 당했다. 일정한 속도로 작동하는 자동차 와이퍼를 고안한 로버트 윌리엄 컨즈는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그의 특허를 가로챘다고 소송을 제기해 2008년 영화 ‘플래시 오브 지니어스(Flash of Genius)’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스시크릿을 보유한 미국 의류 업체 리미티드브랜드가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변호사 보조원 카테리나 플류는 빅토리아스시크릿의 브래지어가 자신이 디자인해 특허를 취득한 브래지어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개인 발명가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이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로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그것이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업체 P&G와 크래프트푸즈 등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