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진화, 세계 공익재단 현장 보고서 ③ 톰슨로이터 재단


언론사의 힘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뻗어있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글로벌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를 촘촘하게 아우르는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언론인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로이터통신이 세운 톰슨로이터 재단의 활동은 이제 ‘도움이 필요한 어느 곳이라도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언론사 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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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로이터 재단은 영국의 새 금융 중심지 카나리워프 지역에 들어섰다. 재단의 모회사 톰슨로이터의 근무 모습(위)과 회사 전경.">

오전 8시 30분 런던의 카나리워프 지하철역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카나리워프역이 있는 카나리워프 지역은 서울로 치면 여의도와 비슷한 곳이다. 1990년대부터 대규모 개발이 이뤄진 이 지역은 영국을 대표하는 새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영국의 금융 중심지는 영국중앙은행과 증권거래소 등이 들어선 구시가를 일컫는 ‘시티(The City)’였다. 하지만 서울로 치면 명동이랄 수 있는 시티 지역의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굵직한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의 지사, 언론사들이 새로 개발된 카나리워프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중 하나인 로이터통신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HSBC와 바클레이스은행 등이 카나리워프에 몰려 있다.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주변 회사원들의 인파에 떼밀리다시피하면서 카나리워프 역을 나오자 톰슨로이터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수십 층의 고층 빌딩이 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지만 바로 그곳이 톰슨로이터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전광판이 시시각각 세계의 소식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는 1851년 유대계 독일인인 파울 율리우스 로이터가 영국에 설립한 뉴스 제공 회사인 로이터가 모태다. 당시 영불해협에 있는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파리와 런던의 주식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했고 이를 다시 전 유럽에 송신하며 급성장했다. 현재도 매출의 95% 이상이 금융 정보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톰슨로이터는 꾸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의 블룸버그를 제치고 현재 세계 최대의 언론사가 됐다. 2004년 미국 금융 정보 회사 ‘머니라인 텔리레이트’와 니혼게이자이신문사의 ‘퀵 머니라인 텔리레이트’를 인수한데 이어 2007년 캐나다의 정보 서비스 대기업인 톰슨 코퍼레이션과 합병한 것. 이 때문에 공식 사명은 ‘톰슨로이터’이지만 금융 정보, 보도 부문은 ‘로이터’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고 로이터의 편집권 독립도 유지된다.

실제로 2011년 말 기준 톰슨로이터의 시가총액은 148억 파운드로 로열더치쉘·브리티시페트롤리엄(BP)·HSBC·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BAT) 등 등 세계 시가총액 수위권 안에 드는 초거대 기업들이 즐비한 런던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22위를 차지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150개국 230개 도시에 지국이 있고 19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도 각종 신문사 방송사 등 주요 매스컴이 톰슨로이터와 계약하고 있다.



2007년 부터 새 사업 진출해

“톰슨로이터 재단은 1982년 로이터통신이 설립한 기업재단입니다. 올해로 30번째 생일은 맞은 이 재단이 그간 해왔던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언론인 교육’이었습니다.” (모니크 벨라 톰슨로이터 재단 이사장)

톰슨로이터 재단은 30여 년간 세계 언론인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아시아권은 물론 전 세계 170개국에서 약 1만 명의 언론인들이 로이터 재단의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인 ‘트러스트미디어(Trustmedia)를 통해 교육을 받았다.

톰슨로이터 재단은 영국 옥스퍼드대에 자체적으로 ‘로이터 인스티튜트’라는 6개월 과정의 언론인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인들이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기 발전의 기회를 잡았다. 실제로 백지연 전 MBC 앵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과 언론 각각 두 주제에 대해 공부했다. 로이터통신이 톰슨과 합병된 2007년 톰슨로이터 재단은 큰 변화를 맞았다. 기존의 언론인 교육은 물론 ‘얼러트넷(alertnet)’, ‘트러스트로(Trustlaw)’ 등의 새로운 공헌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러스트로는 현재 톰슨로이터 재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2010년 7월 출범한 트러스트로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을 지원하는 네트워킹형 공헌 활동이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준말로 원래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법조계를 중심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 주는 봉사 활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톰슨로이터 재단은 이처럼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자 하는 법조인과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재단은 2011년 말 기준 140개 국가에서 250개의 로펌 및 기업 법무부서, 500개의 비정부기구(NGO) 단체 및 사회적 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재단 측에 따르면 250개의 로펌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의 가치는 11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모니크 벨라 톰슨로이터 재단 이사장은 “트러스트로는 특히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되며 현재 그라민뱅크와 아쇼카 재단 등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톰슨로이터 재단은 트러스트로 사업의 일환으로 ‘트러스트로 위민(Ttrustlaw women)’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여성의 인권 보호에 특화된 사업으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법적 권리에 대한 뉴스를 매일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톰슨로이터 재단이 또 한 가지 자랑하는 것은 일종의 뉴스 사이트인 ‘얼러트넷’이다. 얼러트넷은 세계의 인도주의적 뉴스를 다루는 뉴스 사이트다. 얼러트넷은 자연재해·전쟁·가뭄·가난 등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룬다. 얼러트넷은 일종의 시민기자 네트워크인 유트러스트(Youtrust)와 연계돼 있다. 즉 얼러트넷이 인권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톰슨로이터 재단의 전문 기자들이 뉴스를 올리는 곳이라면 유트러스트는 생활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인권 뉴스를 일반인들이 올리는 곳이다. 톰슨로이터 재단 측에 따르면 현재 25여 명의 전문 기자가 얼러트넷에 소속돼 인권 관련 뉴스를 전문적으로 전하고 있다.

얼러트넷에서는 EIS(Emergency Information Service)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EIS 서비스는 대규모 재난 지대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실시간은 다루는 것이다. 이 뉴스들은 대규모 재난 지대 안에서 ‘생존’과 관련된 뉴스만 다룬다. 즉 재난 지역의 피해자들이 ‘어디로 탈출해야 할지’, 또 ‘어디서 구호품을 구해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모니크 벨라 이사장은 “실제로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당시 이 서비스가 대규모로 제공됐다”며 “매년 1200만 명의 방문자들이 얼러트넷을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톰슨로이터 재단]‘정보는 공헌 이다’ …500개 NGO에 법률 서비스 지원
[톰슨로이터 재단]‘정보는 공헌 이다’ …500개 NGO에 법률 서비스 지원
톰슨로이터 인프라 적극 활용

톰슨로이터 재단의 사회 공헌 활동이 이처럼 다양한 정보 지원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정보는 공헌이다’라는 신념 때문이다.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보다 널리 알림으로써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러스트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재단 측은 톰슨로이터가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인 ‘웨스트로(Westlaw)’를 꼽는다.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웨스트로는 미국과 세계의 법률가들의 명단, 그들의 전문 분야와 실적 등을 담고 있으며 3만 개가 넘는 벌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즉 톰슨로이터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법률 분야의 정보를 통해 500개의 NGO를 지원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톰슨로이터 재단은 본사와 철저하게 독립돼 운영된다. 현재 톰슨로이터 재단은 영국은 물론 미국에 자선 기관으로 등록된 재단이다. 이 때문에 독립된 이사회가 있으며 이사회의 통제에 의해 재단이 운영된다.

재원은 모회사인 톰슨로이터가 출연한다. 톰슨로이터는 2007년부터 매년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톰슨로이터 재단에 기부했다. 물론 500만 달러는 120개 과정이 진행되는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에 사용되기도 빠듯하다. 이 때문에 재단 측은 올해부터 이 금액을 600만 달러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고 톰슨로이터 역시 이를 인정해 올해부터 600만 달러를 지원 중이다.

올해부터 톰슨로이터 재단은 더 다양하고 심도 있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일례로 2007년 4명 수준에 불과하던 얼러트넷 소속 전문 기자를 올해 24명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기존의 인권·여권 이슈와 함께 기업이나 정부의 반부패 이슈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유명한 경제 분야 저널리스트인 스텔라 도슨 기자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톰슨로이터 재단은 모회사가 기부하는 600만 달러와 함께 300만 달러의 기금을 더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해 올해 약 900만 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활용할 계획이다.




모니크 벨라 톰슨로이터 재단 이사장
“아시아 지역과의 교류 더 넓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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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크 벨라 이사장은 2007년부터 톰슨로이터 재단을 맡고 있다. 재단에 오기 전에는 로이터통신에서 매니징 디렉터 역할을 맡았다. 프랑스인인 벨라 이사장은 원래 AFP통신에서 외교 및 정치 분야에서 20여 년간 근무해 온 ‘스타 기자’ 출신이다. AFP통신은 프랑스 계열의 통신사다. 그는 기자로 일할 당시 한국은 물론 북한에도 수차례 취재 차 방문한 ‘친한파’ 인물이다.



이사장께서 온 2007년 이후 톰슨로이터 재단은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그룹 내에서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던

사회 공헌 활동을 톰슨로이터 재단으로 일원화했습니다. 또 재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트러스트(Ttrust.org)’라는 인터넷 사이트로 언론인 교육, 얼러트넷 등 각 사업들을 모았습니다.

재단 홈페이지의 이름이 ‘트러스트’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제가 재단 활동을 이끌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게 이 도메인을 얻은 것입니다(웃음). 톰슨로이터는 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특정한 사상 등에 치우치지 않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톰슨로이터는 영국·미국 등 연합국과 독일·이탈리아 등 주축국 중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뉴스를 내보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재단을 개편하고 사이트를 통합하면서 ‘트러스트’를 문패에 내걸었죠. 분명히 누군가 선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트러스트’라는 도메인을 가지고 있지 않더군요(웃음).

오는 12월에 트러스트위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다고 들었습니다.

세계가 발전할수록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교육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그만한 사회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바로 트러스트위민을 출범시킨 이유입니다. 여성들의 현실을 더 알리자는 목적인 것이죠. 오는 12월에는 런던에서 대규모 콘퍼런스를 기획 중입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여성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행동’을 주문할 겁니다. 실제로 저개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270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노예’처럼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세계적으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도 콘퍼런스를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할 겁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이미 얼러트넷에서 4명의 기자가 아시아 지역에 주재하고 있습니다. 또 15개의 NGO와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이 중 한국의 세이브더칠드런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베이징·홍콩의 대학과 협력해 언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유엔 및 월드뱅크의 직원들을 위해 무료 미디어 트레이닝 코스도 재단에서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런던(영국)=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