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옥

잘생긴 방짜에 찐 고구마와 통마늘·옥수수를 주전부리로 내는 불고깃집이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놀거리를 제공하는 ‘개화옥’이다.

개화옥 음식은 신선한 식재료에 양념을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에 그 맛이 아주 소박하다. 음식들은 이현배 선생의 옹기 작품과 도예가 이윤신 작가의 도자기 작품인 전통 방짜에 담아 낸다. 그래서 음식 때문에 작품 그릇들이 돋보이고 또 그 작품들 때문에 음식이 돋보여 정갈하고 멋스럽다.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평양식 물냉면은 진솔한 맛과 영양, 입맛을 돋우는 여러 가지 고명으로 겨울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유명하다.
[맛집] 시골 내음 풀풀 불고깃집
면발에는 식감과 물성을 유지하면서 메밀의 구수한 맛과 향을 돋보이게 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미료 없이 한우 양지와 사태로만 뽑은 육수는 입 안에 감겨 오는 맛도 없고 새콤달콤하지도 않다. 그래서 첫맛은 덤덤할 만큼 밍밍하지만 뒷맛이 맑고 곱다. 냉면은 큼지막한 전통 방짜 냉면 그릇에 잘생긴 뚜껑까지 덮어 나온다.

두 손으로 냉면 그릇을 감싸면 손끝에 닿는 서늘한 기운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진다. 고명으로 올린 잘 익은 동치미 배추와 무, 오이절임, 배 채, 얇게 썬 편육은 각각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 한 상 차려 내는 반찬을 대신해 오로지 한 그릇 안에 모든 맛과 멋, 영양을 담은 냉면이다. 속이 냉할 때에는 육수에 겨자를 풀어 고명과 함께 먹으면 탈이 없다.

함흥식 비빔냉면의 면발은 100% 전분으로 쫄깃쫄깃하며 차지다. 진한 사골 육수에 두 종류의 고춧가루와 홍고추로 매콤한 맛을 낸 양념장을 7~10일 동안 숙성한 후 사용한다. 켜켜이 올린 고명과 면을 양념에 버무려 반쯤 먹다가 나머지 반에는 겨자를 조금 섞어 먹어도 좋다. 고추의 매운맛과 겨자의 매운맛이 어우러진 새로운 매운맛을 만날 수 있다.

불고기는 얇게 썬 한우 등심의 풍미를 돋보이도록 한 듯 안 한 듯한 양념 때문에 맛이 순하다. 방짜 불판에 얹어 구울 때면 특유의 불향에 누구라도 매료당하고 만다. 조화로운 영양 섭취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암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신선한 채소와 쌈장, 구수한 현미밥을 곁들이면 좋다.

또 평양식 물냉면 한 젓가락에 불고기 한 점을 올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점심시간에는 불고기와 냉면, 디저트가 포함된 불고기 정식을 즐길 수 있다. 디저트로는 향 좋은 커피나 건강을 담은 채소 수프, 달달한 맛이 사랑스러운 토마토 셔벗도 매력적이다. 개화옥은 불고깃집이지만 해산물 위주의 전채 요리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들이 와인과의 궁합도 절묘하다.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에서 건강한 음식과 와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개화옥’이다.
[맛집] 시골 내음 풀풀 불고깃집
영업시간:24시간
메뉴:평양식 물냉면 1만 원, 함흥식 비빔냉면 8000원(냉면은 11:30~21:30 주문 가능), 불고기 2만7000원, 불고기 정식 2만8000원, 토마토 셔벗 4000원
위치:서울 강남구 신사동 550-8(가로수길점)
문의:(02)3444-1458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