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 모렐로 가트너 부사장은 수년 전 기업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초연결 기업(Hyper connected Enterprise)’이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했다.

“국제회의에서 많은 경영자들이 똑같은 걱정을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점점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이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예측 불가능한 방법으로 발생한다는 겁니다.”

모렐로 부사장은 신제품 출시 후 법정 소송까지 내몰린 한 제약회사의 사례를 들었다. 이 제약사가 내놓은 신약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지만 정작 회사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고 부작용을 직접 경험한 환자들이 이를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소문이 순식간에 전파됐고 회사는 평판과 브랜드에 치명타를 맞았다.

초연결 기업은 이처럼 기업 외부에 있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이 기업의 진로와 서비스·제품·명성·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가리킨다. 모렐로 부사장은 “비즈니스나 사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초연결, 즉 과잉 연결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커스] 다이앤 모렐로 가트너 부사장 “과잉 연결 사회, 기업엔 새로운 기회죠”
이제 기업을 둘러싼 무수한 연결 고리를 하나하나 규명하고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로 한국 기업들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인터넷을 타고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영향을 미친다. 모렐로 부사장은 “옛날 같은 직접 통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심도 깊은 코디네이션과 영향력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서 기회를 찾기도 한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얻는 P&G가 대표적인 사례다.

“P&G는 수익 중 절반을 신제품으로 낸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자체 내에 1만5000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있었지만 부족했어요. 그래서 외부 과학자와 연구자, 발명가, 개발자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아이디어를 얻기 시작했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P&G는 프링글 칩 제품에서 포장 용기뿐만 아니라 개별 포테이토 칩에도 로고를 넣고 싶어 했다. 이 문제를 외부 네트워크에 올리자 독일 베이커리 전문가가 해결책을 찾아냈다. 케이크에 색을 입히고 페인팅 하는 기법을 포테이토 칩에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초연결 기업의 등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주요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2015년 회사 성과의 38~43%가 통제 불가능한 외부 변수에 의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모렐로 부사장은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계속 줄어들고 반대로 외부 공급자나 파트너·소비자에 의해 점점 더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의 엣지 부문에 최고의 인재를 배치하세요. 외부의 파트너와 혁신자, 커뮤니티와 더 가깝게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의사결정 구조도 바꿔야 해요. 비즈니스의 엣지 부문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제품을 파악하고 신시장과 신사업을 도모하는 데는 수직적 계층구조가 아니라 수평적 의사결정 방식이 필요하죠.”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