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펀드 대해부 ①
‘봉쥬르차이나’와 ‘미차솔’. 중국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친근했던 당시 수탁액이 각각 수조 원에 달했던 신한BNP봉쥬르차이나펀드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의 약칭이다. 하지만 이 펀드에 투자했던 많은 투자자들은 이제 차이나 펀드라고 하면 고개를 젓는다. 이미 크게 손해본 기억이 있거나 아직까지도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전문가들도 차이나 펀드보다 관련된 주식연계증권(ELS) 등 관련된 간접 상품을 추천한다. 하지만 여전히 필자의 중국 관련 설명회가 끝나고 나면 많은 투자자들은 차이나 펀드에 대해 물어보고 가입해도 되는지, 언제 하면 좋은지 묻곤 한다. ‘차이나 펀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 즉 차이나 펀드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외국인에게 증시가 개방돼 있는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현재도 전체 차이나 펀드 중 70% 이상이 H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밖에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A주 펀드 또 인도·브라질·중국 등에 일정한 비율로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 등이 있다.우선 가장 대중적 차이나 펀드인 H주 투자 펀드가 본격적인 성장을 보인 시기는 2007년 6월 정부의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 이후다. 그 당시에는 중국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했고 전 세계적인 중국 투자 붐에 중국 주식의 주가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다. 여기에 국내 경기도 호황을 보이며 원화 강세가 지속돼 정부에서는 환율 관리 차원에서 해외 투자를 장려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를 내놓았다. 그때까지 총규모가 5조 원 이내였던 H주 차이나 펀드는 그 후 급격한 성장을 보여 2008년 6월에는 무려 20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이야기한 ‘봉쥬르차이나’와 ‘미차솔’만 15조 원이 넘었던 시기다.
하지만 그 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함께 중국 경기도 하강하고 중국 주식시장은 대폭락을 가져왔다.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차이나 펀드 역시 2008년 한 해에만 50%가 넘는 마이너스 수익률 즉, 손실을 기록했다. 이러면서 차이나 펀드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후 지금까지 감소세가 지속됐다. 이제는 펀드 수탁액이 최고치의 절반 수준인 11조 원 정도로 감소했다. 2007년 고점 가입자라면 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투자가들 사이에서 차이나 펀드라고 하면 고개를 내젓는 악몽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대표적 차이나 펀드인 H주 펀드는 왜 실패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시점의 문제다. 즉,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며 급격한 펀드 유입이 이뤄진 것이며 또 하나는 H주의 금융주 비중이 높은 것이 원인이었다. A주 펀드도 아직까지 손실이 대부분
H주 펀드 다음 투자가들을 끌어 모은 것은 상하이 본토에 투자하는 A주 펀드다. 중국 본토인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A주 펀드는 200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1년 이후 2조 원을 넘게 된다. 우선 중국 H주에 투자하는 기존의 차이나 펀드는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 41개밖에 없으며 그것도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금융주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금융 위기에 H주의 수익률이 더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이스트스프링운용(구 PCA운용)이 홍콩PCA운용에서 받은 QFII(중국에서 허가받은 적격 외국인 투자가 제도) 쿼터를 활용해 본토 증시 즉, A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이후 2009년부터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이 QFII 쿼터를 받으면서 순차적으로 A주 투자 펀드 상품을 출시했고 한화자산운용·한국투신운용·KB자산운용·산은자산운용·동양자산운용 등 역시 QFII 쿼터를 받아 지속적으로 상품을 내놓으면서 A주 펀드는 성장했다.
QFII를 받지 못한 운용사들도 중국 상하이 주가지수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다른 중국 본토 펀드 등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로 우회해 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09년 가입자를 제외하곤 중국 증시의 약세로 수익률은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태다.
이 밖에 중국을 비롯한 인도·브라질·러시아에 25%씩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는 2007년 6월 해외 펀드의 비과세 조치와 함께 14조 원 정도까지 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슈로더브릭스투자펀드는 2008년 초에 펀드 규모가 9조 원 가까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전체 브릭스 펀드 규모가 6조 원 이하로 하락했다. 역시 전체적인 수익률 하락이 펀드의 감소세로 이어졌으며 그나마 현재 유지되고 있는 펀드 가입액 중 상당 부분은 차이나 펀드 대부분이 그렇듯이 손해를 봐 환매하지 못하는 소위 ‘물려 있는’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타의 차이나 펀드로는 중국과 인도에 나누어 투자하는 친디아 펀드가 2008년 초에 3조5000억 원에 달했다가 이제는 2조 원 이하로 감소했으며 홍콩 H주와 중국 본토 A주에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출시됐지만 역시 판매는 부진했다. 또 중국과 베트남·러시아 등 기타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출시됐다. 이 펀드들은 대부분 2007년과 2008년에 주로 출시됐지만 중국 증시 부진과 함께 출시되는 상품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투자 금액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이나 펀드는 왜 실패했을까. 신영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오광영 팀장은 차이나 펀드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국내 펀드 시장에서 해외 펀드라고 하면 차이나 펀드와 브릭스 펀드가 대부분인데 실질적으로는 H주에 집중 투자돼 있습니다. 펀드 규모는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수익률은 고점 대비 마이너스 10%에서 마이너스 20% 사이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는 차이나 펀드는 단기적으로 중국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줄여나가기를 권하고 있다.
과연 차이나 펀드는 실패한 상품으로 끝날까.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일까. 중국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차이나 펀드의 실패 이유와 대안은 다음에 알아보자.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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