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식을 줄 모르는 한국인의 명품 사랑에 힘입어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 업체 현지법인들의 실적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들 명품 업체들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높아가는 트렌드와 거꾸로 가는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8월 16일 루이비통·구찌그룹·프라다·버버리 등 100% 출자로 국내 판매회사를 설립한 매출 상위 10대 해외 명품 업체의 2006~2011 회계연도 경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매출액은 2006년 말 6489억 원에서 2011년 말 1조8517억 원으로 평균 19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해외 명품 업체들의 당기순이익은 457억 원에서 1870억 원으로 무려 4.1배나 늘어나 매출 증가율을 크게 앞질렸다.
<YONHAP PHOTO-0820> 루이뷔통 인천공항점 개장
    (서울=연합뉴스) 프랑스 패션전문업체 루이뷔통이 지난 10일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매장을 개장했다.  2011.9.13 << 루이뷔통 코리아 제공 >>
    photo@yna.co.kr/2011-09-13 12:00:0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루이뷔통 인천공항점 개장 (서울=연합뉴스) 프랑스 패션전문업체 루이뷔통이 지난 10일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매장을 개장했다. 2011.9.13 << 루이뷔통 코리아 제공 >> photo@yna.co.kr/2011-09-13 12:00:0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해외 명품 업체 경영 실적 "영업이익‘쑥쑥’…기부 실적은 ‘꽝’"
이 가운데 프라다의 성장세가 가장 강했다. 프라다의 매출은 작년 2513억 원으로 2006년에 비해 9.3배 늘어났으며 당기순이익은 2006년 4500만 원에서 2011년 532억 원으로 무려 1182배나 폭증했다.

국내 명품 판매 1위 루이비통의 경영 실적도 좋았다. 루이비통은 같은 기간 매출이 1213억 원에서 4974억 원으로 4.1배로 늘면서 순이익도 79억 원에서 449억 원으로 5.7배 증가했다. 또 매출 2위 구찌그룹도 같은 기간 매출이 1402억 원에서 2960억 원으로 2.1배, 순이익은 56억 원에서 237억 원으로 4.2배 각각 불어났다.

이처럼 해외 명품 업체들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배당을 통해 이익 챙기기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조사 대상 10개 해외 명품 업체의 배당금 총액은 2006년 122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607억 원으로 5배 수준으로 늘어나 순이익 증가율을 앞지르는 ‘고배당’을 했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상장사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록한 연평균 배당성향 13.7%와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외 명품 업체들은 이 기간 동안 ‘장사’는 잘했지만 ‘기부’에는 특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명품 업체들은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총 10억 원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집계돼 순이익(2688억 원)의 0.1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순이익 대비 기부금은 2.5% 수준이다.

업체별로 보면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큰 프라다는 2009년과 2010년 연속 150억 원대의 고액 배당을 진행했지만 기부금은 2006년도에 낸 76만 원이 전부였다. 또 루이비통 역시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누적 순이익 1740억 원의 51.7%인 9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지만 같은 기간 동안 기부금 총액은 3억1000만 원에 그쳐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0.18%에 불과했다. 버버리는 2006년 이후 매출과 순이익이 배 이상 늘면서 그동안 520억 원을 배당했지만 누적 순이익(1355억 원)의 0.16%인 2억2000만 원만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