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 요즘 여의도 정가에선 이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면 간첩 취급을 받는다.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여야의 대권 주자들도 경제 민주화를 합창하고 있다. 사실 경제 민주화의 시작은 민주당이었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 전 민주당은 MB 정부 규탄과 함께 “신자유주의로 일관된 시장경제 질서를 재구성하자”며 공약에 걸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엔 오히려 새누리당이 적극적이다.

그 뒤엔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과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의 큰 흐름을 잡고 이끌고 있다면 총선 이후 꾸려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론을 실천하는데 최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8월 9일 현재까지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을 3개나 내놨다.
[여의도 생생 토크]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실체
남경필 의원 끌고, 이혜훈 최고위원 밀고

모임은 5선으로 대표적 소장파로 분류되는 남경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친박(박근혜)계 핵심 경제통으로 분류 되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의제 설정과 입법에 필요한 스터디를 위한 전문가 섭외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속 의원(18·19대)은 모두 48명이다. 당내 모임 중 최대 인원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김세연·김상민·민현주·윤영석·이이재·이종훈·정병국·김기현·정두언·김광림·김성태·나성린·박민식·황영철·홍일표·강은희·강석훈·김상훈·김현숙·권은희·서용교·손인춘·신의진·심윤조·심학봉·안종범·윤재옥·이만우·이상일·이자스민 ·이장우·이재영 ·이채익 ·이현재·전하진·정문헌·하태경·홍지만·진영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외(18대 의원)로는 구상찬·이혜훈·임해규·김정권·손숙미·권영진·박영아·주광덕 전 의원이 모임에 나오고 있다. 이 중 진영 의원은 최근 당 정책위 의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모임에 합류했다. 진 의원이 정책위 의장을 그만두고 이 모임에 들어와 정책위 의장직이 공석(空席)이 되면서 이 모임이 사실상 당 정책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도 듣는다.

“모임에는 경제 민주화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만 나오는 건 아니다(모임소속 한 의원)”는 것도 사실이다. 매파와 온건파로 나뉘는데, 매파에는 남경필 ·김세연 ·나성린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이꼽힌다. 온건파는 강석훈·안종범·이만우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갈등도 존재한다. “더 적극적으로 재벌과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매파는 “모임에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다 들어와 의지를 꺾는다” 고 공격하고 온건파 의원들은 “민주당이나 좌파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고 불만이다.

모임 소속 온건파 의원은 “기존 순환 출자까지 의결권을 제한하면 사실상 순환 출자가 모두 금지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박근혜 후보의 입장도 신규 순환 출자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선 놔두자는 것인데, 당의 유력 대선 후보와 입장이 달라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친박계 핵심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이의원은 3호 법안의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매파를 물밑으로 지원하는 쪽은 김종인 위원장이며, 온건파는 박근혜 후보와 가까운 이한구 원내대표와 연대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모임을 찾아 스터디와 입법 활동을 격려하고 있고 이 원내대표는 모임이 내놓은 법안에 대해 “당론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근혜후보 캠프를 가장 위에서 돕고 있는 김 위원장과 오랫동안 박 후보의 핵심 경제통 역할을 해온 이 원내대표가 경제 민주화 내용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앴다. 친박계 경제통 핵심 초선 의원인 강석훈·안종범 의원은 이 원내대표와 비슷한 입장이고 이종훈 의원은 모임에 적극적이어서 9월께 각론이 확정될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8월 13일 발행 872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