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리더의 크고 원대한 비전을 어떻게 부하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30년을 내다보는 마인드로 보자면 그날그날의 일처리에 연연하는 부하가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직원들로선 30년 뒤를 고민할 여유와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서로가 가진 일의 기준이 다를 때 리더가 부하와 비전을 공유하려면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저기 저 달 보이지? 저곳이 우리가 활을 쏘게 될 최종 목표야”라고 말하니 부하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어디요? 전 달이 안 보여요. 제 앞에는 산봉우리가 가장 높아 보이는 데요”라고 응답하거나 “굳이 제가 달까지 활을 왜 쏘아야 하는 거죠? 눈앞에 과녁 맞히기에도 바쁘거든요”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현명한 리더라면 내가 가진 원대한 포부의 일부를 접어두고 부하의 시야에서 적절한 꿈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도 현실의 상황 앞에 조절하는 절제력이 중요하다. 리더가 달을 보고 활을 쏘고 싶지만 부하는 산꼭대기가 가장 높다고 느끼면 리더 또한 산꼭대기에 활을 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1차 목표가 완성된 후 달이 보이냐고 물으면 그때 부하들은 비로소 당신의 목표를 이해하고 동참하게 된다.
한 병원의 원장은 기존의 병원 콘셉트를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운 병원을 만들고 싶은 비전이 있는데,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직원들에 대해 늘 아쉽고 답답하다고 느끼곤 했다. “백날을 이야기하면 뭐하나? 내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래서 어디 큰일을 맡기겠어요?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것을 가져오란 말입니다.” 그의 채근에 부하들은 기죽고 답답하기만 하다. 인내심이 부족한 리더는 기다릴 줄 모르고 부하를 닦달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공격형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자, 잘 생각해 봐. 이게 무슨 뜻인지”하다가 답답하면 “그게 이해가 안 되나? 아, 말이 안 통하네”로 넘어간다. 그다음 급기야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로, 그래서 마지막에는 “머리는 폼으로 갖고 있나”라는 치명적인 발언까지 가게 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병원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함께 의논해 봅시다”라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신이 꿈꾸는 비전의 어디까지를 이해할 수 있는지가 나온다. 그렇다면 부하가 소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는 동안 기다려 줘라. 그가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고 나면 그다음 리더가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소통이란 당신이 저 높은 곳에 올라가 “어서 올라오지 않고 뭐해! 이곳에 와 보라고. 정말 대단해”가 아니다. 당신이 직접 내려가서 부하와 눈높이를 맞춘 다음 그와 함께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서 올라오는 것이다. 큰 꿈도 단번에 이루기보다 두 단계 혹은 세 단계로 나누는 인내심이야말로 위대한 리더십이다. 그래서 총명하기는 하나 독단적인 리더보다 부하 직원과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리더가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원대한 꿈에 도전하기에 그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꿈의 반을 접고 부하들이 이해하고 따라와 줄 때까지 기다리는 양보가 있기에 그가 진정 큰 인물인지도 모른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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