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공적자금관리위윈회는 8월 2일 오전 회의를 열고 지난 7월 30일 쌍용건설 매각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이랜드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했다.

이랜드컨소시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건설 보통주 1490만6103주(지분율 50.07%)를 900억 원 안팎,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1500억 원 등 총 2400억 원 정도에 인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각 예정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의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6000원 안팎으로 2개월 평균 주가(555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0%가 붙은 수준이다. 신주 발행 물량을 포함한 주당 평균 인수 가격은 5700원 선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3%에 불과하다. 이는 쌍용건설 매각 공고 직전인 지난해 12월 26일 주가(6980원)와 1년 전 주가(9000원)보다 각각 18%, 35% 낮다. 캠코 관계자는 “이랜드가 쌍용건설의 재무 안정을 위해 필요한 만큼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며 “쌍용건설을 통해 유통을 비롯해 해외 리조트 및 호텔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인수가 2400억 원 …‘ 우리사주’ 변수
이랜드, 중국 법인 지분 팔아 자금 조달

캠코는 2002년 부실화된 쌍용건설 채권을 사들인 후 출자 전환을 거쳐 최대 주주가 됐다. 2008년 동국제강에 쌍용건설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에 따라 공자위와 캠코는 수의계약으로 매각 방식을 변경했고 이랜드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캠코 등 채권단과 이랜드는 이르면 이달 중순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이랜드가 쌍용건설의 우발채무를 들어 인수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캠코가 사전에 정해 놓은 매각 예정 가격을 웃돌았다”며 “우발채무 등을 근거로 값을 과도하게 깎지 않으면 이랜드가 쌍용건설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입장도 매각 성사 여부를 좌우할 변수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쌍용건설 지분 10.04%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또 매각 대상 지분 중 24.72%를 우선협상대상자의 인수 가격과 같은 값에 우선 인수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한편 이랜드는 쌍용건설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급전’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 법인(이랜드패션 차이나홀딩스)의 지분 20%를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홀딩스 최대 주주(지분율 80%)인 이랜드월드는 지분 20% 매각을 위해 하나대투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었다.

차이나홀딩스가 홍콩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 매각 작업은 순조로울 전망이다.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기만 하면 상장 후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 펀드(PEF)를 비롯해 연·기금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홀딩스는 중국 패션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로 이랜드월드와 이랜드아시아홀딩스가 각각 80%와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차이나홀딩스의 순이익이 500억 원 수준일 때 골드만삭스 등 IB들로부터 2조 원가량의 가치 평가를 받았다”며 “순이익이 1500억 원대로 불어난 만큼 단순 계산으로도 수조 원의 돈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차이나홀딩스가 상장되기까지 최소 6개월 걸릴 가능성이 높은데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선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8월 6일 발행 871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