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파죽지세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체육에서도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질주다. 하지만 4년 전 세계에 중국의 부상을 각인했던 올림픽 주경기장 등 체육 시설은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경제관찰보는 최근 올림픽 수영장이 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며 베이징의 올림픽 경기 시설이 ‘세계적인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주요 국제경기를 치른 뒤 겪는 대형 경기장 운영 애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아직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한 중국의 체육 산업 수준과 정부 주도의 운영 방식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애물단지 전락 ‘베이징의 올림픽 시설’ 4년간 적자 누적…해법 없어 ‘ 고민’
수이리팡(水立方)으로 불리는 수영장이 대표적이다. 수이링팡은 올림픽이 끝난 지 반년 만에 1억 위안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올림픽의 저주’가 닥쳤다. 지난해 수이리팡의 영업 매출은 8800만 위안으로 관리비와 전기료 등 비용 9929만 위안을 밑돌았다. 수이리팡을 운영하는 베이징국가수영센터유한공사는 정부 보조금 등을 합친 실제 수입은 1억 위안으로 약간의 순익을 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2011년 베이징시로부터 관련 정책 자금 960만 위안을 지원 받았다. 영업 적자를 낸 것이다. 문제는 주 수입원이었던 관광객 관람 수입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수이리팡 운영 회사의 양치용 부총경리(부사장)은 관람 수입이 올림픽 이후 2년간은 70%를 차지했는데 이젠 비(非)관람 수입 비중이 70%에 달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관람객 수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 베이징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냐오차오(鳥巢)로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냐오차오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계약 시공 및 운영 후 소유권 이전 계약) 방식으로 지어진 중국의 첫 번째 체육 시설이다. 하지만 건설과 함께 일정 기간 소유권을 갖게 된 중신그룹 중심의 투자 컨소시엄은 2009년 베이징시 정부와 계약을 다시 체결해 BOT 방식을 포기했다. 운영 회사와 정부와의 잦은 마찰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작명권을 둘러싼 충돌이 대표적이다.

냐오차오 경기장 이름을 기업들이 자기들 광고용으로 개명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막대한 수입을 거둘 생각이었던 냐오차오 운영 회사는 베이징시의 태클에 작명권 사업을 접어야 했다. 베이징의 외곽 순이구에 있는 수상운동센터는 거의 황폐화되다시피 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수익 개념이 없는 공무원식 운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에 있는 사이클 경기장은 국가체육총국산하의 관련 기구로 귀속됐다. 정부 기구는 시장을 개발할 의무가 없다. 그들은 자전거 운동을 발전시키고 경기에서 금메달을 더 많이 따는 것에 신경 쓸뿐이다. 경기장 운영 수익은 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대형 경기 이후 경기 시설 운영 애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책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런던 올림픽운영위 측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위해 지은 경기장을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 단계별로 모두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격한 해법만이 길은 아니다. 베이징시는 올림픽 경기장 단지 지하에 중국 최대 규모의 지하 상가를 조성했다. 올해 말 공식 개장을 앞두고 있는데, 일부 상점과 식당가는 이미 문을 열었다. 한국의 영화관 CGV와 커피 체인점 카페베네도 이곳에 점포를 운영 중이다. 올림픽 경기장을 둘러보러 온 관광객들을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할 유인을 만든 것이다. 올림픽 개최국에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올림픽의 저주’를 중국이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