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신유정 이지웍스 대표

창업을 혼자 주도하는 것은 요즘 매우 찾기 힘들다. 모바일 시대엔 1인 창업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일 뿐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아주 잘 맞는 공동 창업자들의 조합을 보면 주위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 부럽다.” 모바일 시대의 인맥 관리 서비스 ‘예티(Yeati)’를 개발한 이지웍스(Easyworks)는 창업자들의 적절한 조합에 시간이 필요했던 회사였다.

이성원 공동대표는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플로리다주립대(FSU:Kendall College of Art&Design Ferris State University)를 2000년에 입학해 2005년 졸업했다. 전공은 산업디자인. 국내에서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입학하느라 좀 늦어졌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칠 무렵 그는 미니어처 제작 사업을 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대기업을 선택했다. LG산전에 입사한 그는 안양연구소 R&D센터에서 일했다. 그는 2010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증강현실(AR) 기법을 이용한 서비스를 대기업 공모전에 제출해 당선됐다. 2011년 KT가 주최하는 아키텍트에 선정돼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나는 이런 사람’…구직 돕는 서비스
헤드헌터와 디자이너의 만남

그는 인큐베이팅센터에서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 팀 이름도 이지디자인웍스라고 지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누렸다. 자리를 잡아갈 시점에 공동 창업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노력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대표가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고 있을 무렵,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창업을 고민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신유정 대표는 HR파트너스·커리어케어·시너지파트너스 등 헤드헌팅 업체에서 경력을 쌓아 오면서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인맥 관리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12년간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구직자의 매력과 재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신 대표는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연세대 법학과 93학번인 신 대표에게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이성원·신유정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고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딱 맞았다.

2011년 이지웍스의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신 대표의 주선으로 세계적 헤드헌터 기업인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의 윤경희 부회장을 만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윤 부회장은 구체적인 서비스 기획안이나 다름없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윤 부회장이 ‘딱딱한 이력서를 보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한눈에 들어오는 프로필을 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한국의 스타트업] ‘나는 이런 사람’…구직 돕는 서비스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지난 2월 정식 법인을 출범했지만 이들 못지않은 훌륭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필요했다. 사업의 진척과 구인난으로 힘들 때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멘토 역할을 해 줬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처럼 CTO와의 만남도 불현듯 찾아왔다.

“신기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풀리지 않았는데 일이 어느 순간부터 해결되기 시작하더군요. 아침에 고민하던 일이 오후에 갑자기 해결되기도 했죠. CTO를 만난 일도 그랬어요.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석했을 때 아이폰 최고개발자로 손꼽히는 박동기 씨를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박동기 씨가 CTO로 합류하면서 이지웍스는 날개를 단 듯하다.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에는 실력 있는 개발자가 첫손에 꼽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발된 ‘예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신 대표는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링크트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서비스라는 것에 단순 모바일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갈 수 없는 많은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한다.

링크트인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구인자나 구직자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트워크가 광범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웹 기반의 서비스이고 모바일에서는 불편하다는 단점도 분명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나자마자 ‘이력서 좀 볼 수 있나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과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서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매칭 서비스가 있으면 좀 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까요.” 신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나는 이런 사람’…구직 돕는 서비스
페이스북 세대를 위한 링크트인 서비스

예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진·동영상·문서 등을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에 올려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방식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신의 ‘재능 키워드’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고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키워드 밑에 평가를 달 수 있어 구인자에게 정성평가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기업 등 구인자는 월 1만 원의 사용료를 내면 원하는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을 검색해 연락할 수 있다.

링크트인과 다른 점은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재능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확실한 포인트가 어필해서일까? 6월에 열린 ‘비론치(beLaunch) 경진대회’와 ‘나는 글로벌 벤처다(나벤처) 콘테스트’에서 각각 우승과 동상을 수상했다.

비론치 경진대회는 퀄컴이 주관했다. 퀄컴의 큐프라이즈를 수상하면서 퀄컴의 투자를 받는 회사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을 기쁘게 한 것은 퀄컴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이들에게 내린 평가다. 퀄컴은 이들을 ‘넥스트 링크트인(Next LinkedIn)’ 서비스라고 평가하며 수상을 결정했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이 한마디가 명확하게 표현했다. 용기백배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이들은 예티를 오프라인에서 창업자 버전으로 확대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글스타포럼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이 그것이다. 연세대에 재학 중이거나 연세대 출신들의 벤처기업인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모임이다.

하지만 꼭 특정 대학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도훈 트리움 대표, 한상엽 위즈덤 대표, 신유정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글스타포럼에 연달아 합류했다. 물론 이지웍스의 고문인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여전히 이글스타포럼에서도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원 대표는 “예티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리고 만들었다”며 “전 세계의 모바일 세대라면 누구나 예티를 통해 직장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그런 서비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