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부인 이설주를 깜짝 공개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생 부인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은은 7월 6일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미국 영화 ‘로키’ 주제가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지난 6월 말엔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 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6·28 방침’을 신경제 정책으로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는 이전에 남한을 방문했거나 우리 쪽 인사들과 접촉했을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윤상현(새누리당)·정청래(민주통합당) 간사는 7월 26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설주가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으로 참석한 것이 공식 확인됐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 정보위원은 또 “김정은과 이설주 사이에 자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잇단 파격 행보 왜? ‘아버지와 다르게’…개혁·개방 수순인가
이설주의 남한 경험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2003년 3월 금강산에 마련된 남북 청소년 공동 행사에 참가한 이설주라는 이름의 소녀만 해도 최근 공개된 김정은의 부인과 매우 닮았다. 2004년 금강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남북 교사 회담에도 이설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확인이 안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부인 공개 등 잇단 김정은의 파격 행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의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를 북한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군부 등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좀 더 유연한 대북 대응을 통해 개혁·개방의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의 최근 행보에 대해 “통치 행태와 리더십에서 김정일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며 “김정일이 폐쇄적이고 은둔형이었다면 자신은 개방적 리더십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개방적인 태도로 인민들과의 스킨십을 보여주며 친근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밑으로부터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개방적 태도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예고하는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홍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주민들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혁·개방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성 대국의 3대 요소(군사·사상·경제) 중 경제가 가장 미흡한 만큼 앞으로 경제 회생을 위해 개혁 조치들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내년 초 파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행보를 개방·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며 “북한의 특성상 체제 변화까지 수반되는 개혁 조치가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이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고 보고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