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대의 개혁 바통을 넘겨받은 안국신 총장이 집중하는 것은 ‘소통’이다. 중앙대가 사활을 걸고 진행하고 있는 대학 혁신 작업에서 교수·학생·교직원 사이의 불협화음을 제거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국토대장정을 떠나거나 교직원들과 자주 도시락을 함께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히는 안 총장은 대학 혁신과 경영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는 등 소통과 효율성 추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대학다운 대학’에 대한 그의 교육철학을 밝혔다.
[중앙대의 질주] 안국신 중앙대 총장 “선택과 집중 통해 세계적 대학 만들 것”
중앙대는 지난 4년간 대학 개혁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지금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우리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학과가 유달리 많습니다. 경제학과·경영학과·약학과·신문방송학과·광고홍보학과·연극영화학과 등이 우리 대학에서 최초로 개설됐습니다. 창학 당시부터 중앙대는 학문적으로 최초 학과를 많이 개설한 혁신 리더였습니다. 최근 일련의 대학 개혁 작업도 이런 혁신의 DNA가 이어져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법인이 바뀐 후 4년간 국내 최초의 교수 연봉제, 학문 단위 재조정, 책임형 부총장제 도입, 교수 정년 보장 제도 개정 등의 개혁을 시행했습니다. 현재 중요한 화두는 교무·학사 전반의 소프트웨어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시행한 책임형 부총장 제도를 정착시키고 개정된 정년 보장 제도를 내실 있게 실행하는 것이죠. 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의 개혁도 포함합니다.

최근 중앙대가 각종 대학 평가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과거 3대 명문 사학이었습니다. 예전의 위상을 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어쨌든 그간의 부진과 침체를 끊고 최근 들어 힘차게 상승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의 높아지는 위상과 인기가 입시 경쟁률에서 시작된다고 할 때 중앙대는 지난해 입시에서 11만 명이 지원해 국내 대학 중 최고 인기 대학으로 올라섰습니다. 우리 학교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이 그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죠. 현재 우리 대학의 입학생과 졸업생의 수준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5개 계열별 부총장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학문 단위별로 다양성에 맞는 독립성과 자율성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러 중요한 사안을 총장이나 대학본부에서 모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한 것이 전체 학문 단위를 유사한 성격끼리 5개의 계열로 분류하고 각 계열별 부총장을 임명해 예산·인사·연구·기획 업무를 부총장이 책임지게 한 것입니다. 총장이 모두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분권화한 것이므로 총장의 역할이 일견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위임해 준 것입니다.

처음 시작하다 보니 아직 일부 혼선이 있지만 분권화 방향은 옳다고 판단합니다. 현재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워밍업 기간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총장은 대외 업무와 계열 간 조정 업무, 그리고 대학 관리 시스템의 혁신에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이제 중앙대에서 총장의 역할이 예전보다 많이 축소됐다고 외부에 비친다면 그만큼 책임부총장제가 안정화됐다는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기도 합니다. 대학을 이끌면서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경제학에서 가르치는 이론을 토대로 대학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가르침은 단기 동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고 중·장기동안 ‘여건 자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것’입니다. 이런 이론적 가르침은 개인의 생활이나 조직의 경영에 두루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선의 결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관점과 평가가 사람마다 달라 합의에 도달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화와 소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흔히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는데 대학이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유기체로,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진보합니다.
[중앙대의 질주] 안국신 중앙대 총장 “선택과 집중 통해 세계적 대학 만들 것”
중앙대의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특히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내놓은 ‘CAU 2018+’가 눈길을 끕니다.

CAU 2018+는 중앙대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입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8년 세계 유력지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실행 과제로 중앙인(교육 경쟁력 강화), 중앙팀(연구 경쟁력 강화), 중앙터(최적의 인프라 구축), 중앙틀(대학 운영 시스템 선진화)의 4가지 부문별 실행 과제를 선정해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현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우수 학생, 우수 교수 확보의 선순환 고리를 정립하고 세계적인 연구 집단을 육성하는 등 새로운 캠퍼스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학의 기본 사명은 인재 육성입니다. 어떤 인재를 키워 내실 계획인지요.

우리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 입학 당시보다 졸업할 때 더 큰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른 인성과 전문 지식, 융합적 지식을 갖춘 ‘창의 인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는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 육성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글로벌한 마인드와 글로벌한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시민으로 길러 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글로벌한 경험과 교육의 제공이 우선인데, 현재 우리 대학은 전 세계 52개국 370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 활발한 교류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박합니다. ‘대학다운 대학’, ‘기본에 충실한 대학’을 만드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공부에 매진해 졸업 후 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로 활약하고 교수님들은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며 직원 선생님들은 행정 일선에서 대학 발전의 든든한 보급부대 역할을 맡는 것이 대학의 진정한 모습이지요. 우리나라 대학은 이런 모습이 아직 크게 미흡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들이 대학다운 대학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 대학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중앙대의 개혁을 이끄는 힘입니다. 세계 명문 대학의 사례와 국내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대학의 우수성을 분석해 참고할 만한 내용은 적극 수용하면서 계속 혁신에 앞장설 것입니다.


대담=김상헌 편집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