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설립된 후지필름은 ‘코닥을 따라 잡고 넘어선다’라는 슬로건으로 1980년대 후반에 사진 필름 사업을 이익이 큰 ‘소모품 비즈니스’로 키웠다.


필자가 담당하는 대학원의 수업(CSR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대해 얘기했을 때 학생인 A군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성장과 발전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개념이네요. 선생님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대답은 도쿄대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 스쿨의 세오 겐이치 씨의 생각이었다. 그는 성장과 발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장(Growth)은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것. 즉, 어떤 현상 모델의 양적 확대이고 발전(Development)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거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것. 즉 모델 그 자체가 성장 과정에서 질적 전환을 하는 것이다.

A군은 대답은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표정은 뭔가 부족한 듯해 보였다. 그는 ‘이 모델을 기업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또는 ‘기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성장기와 발전기의 포인트는 무엇인가’와 같은 대답을 기대한 것 같았다. 더욱이 이렇게 정의만 내리는 것은 대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처드 포스터의 ‘이노베이션 한계 돌파의 경영전략(1987)’에서 주장한 ‘S곡선’이라는 이론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S곡선은 어떤 사업 활동에 투자한 비용과 그 투자가 가져오는 성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두 가지 관계가 S자 모양과 같은 곡선이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S곡선 이론을 배경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이해하는 포인트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투자에 대해 급속한 성과를 내는 성장기. S곡선의 배경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투자에 대해 성과가 한계를 나타내는 성숙기로 S자의 정상에 해당한다. 또한 이 단계는 새로운 S자를 만드는 불연속기이고 발전기라고도 한다. 즉,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란 몇 개의 S자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사슬과 같이 연결돼 가는 것이다.
[경제 산책] 성장과 발전의 차이
‘이 모델을 기업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A군의 (암묵적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기업의 사례를 보기로 하자.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 가운데 후지필름이 있다. 1943년 설립된 후지필름은 ‘코닥을 따라 잡고 넘어선다’라는 슬로건으로 1980년대 후반에 사진 필름 사업을 이익이 큰 ‘소모품 비즈니스’로 키웠다. 먼저 이것이 최초의 S곡선의 탄생이다.

두 번째 S곡선은 디지털 카메라다. 화상을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는 일반인 대상의 카메라는 1988년에 후지필름에서 처음 발표했다. 이것은 자신들의 주력 사업을 자기부정하는 카니발리즘 전략이다. 더구나 고도 화상 해석 기술을 토대로 의료 진단 기기 사업, 나노 미립자화 기술이나 콜라겐 기술을 쓴 화장품 사업으로 제3, 제4의 S곡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기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성장기와 발전기의 포인트는 무엇인가’다. 2000년부터 사장에 취임한 고모리 시게타카 씨는 먼저 1년 이상에 걸쳐 사내 기술을 철저하게 파악해 사내에 묻혀 있는 기술을 점검했다고 한다. 불연속기에 요구되는 리더로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단행한다’고 했다. 즉 성장기는 자신의 발밑을 보고 수정하고 발전기에는 대담한 결단과 행동이 요구된다. 성장에는 내성, 발전에는 결단이라는 것이다.



테츠카 슈이치(手塚修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