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레저의 강력한 태풍 트렌드는 ‘캠핑’이다.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주말이면 전국의 산과 계곡, 바닷가에 텐트가 세워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이어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여름휴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주말이면 근교로 떠나는 캠핑 문화가 붐처럼 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캠핑족들은 대부분 20~40대까지 소득이 안정적이고 소비력을 갖춘 젊은 층으로 구성돼 있다. 온통 불경기라는 요즘에도 캠핑 용품 시장은 급팽창하며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7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캠핑 시장은 매년 20~30% 이상 성장하며 올해 4000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캠핑 문화가 대중화된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캠핑 인구는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캠핑 시장은 5년 내 1조 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쑥쑥 느는 캠핑족, 120만 명 넘어…레저 문화의 ‘대세’
올해 시장 규모 4000억 원

캠핑 시장은 중심에 캠핑 용품, 아웃도어 의류가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캠핑카 등 고가의 캠핑 장비 시장 그리고 야외 먹을거리 등 부수적인 상품 시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캠핑 용품은 텐트를 비롯해 타프(그늘막)·테이블·의자·스토브·랜턴·코펠·침낭·바비큐그릴 등이 있다. 이 장비들을 다 갖추려면 최소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안팎까지 소요된다.

캠핑족 사이에서는 메이커가 없는 장비보다 국내에 잘 알려진 콜맨·코베아·스노우피크 등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빅3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수입 브랜드 콜맨과 스노우피크는 고가의 가격대, 국산 브랜드 코베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다.

캠핑 용품 수요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자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 가세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 등 아웃도어 ‘빅3’는 가족 단위 캠핑에 맞춰 오토 캠핑 용품을 대폭 강화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캠핑 용품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3배까지 늘려 잡고 캠핑 용품 전시장을 지난해 전국 12곳에서 20곳으로 확대했다.

K2 역시 캠핑 관련 매출을 40%까지 늘려 잡고 지난해 90가지였던 품목을 110여 개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스포츠 브랜드 휠라스포트는 캠핑 라인을 신규 출시했다. 아이더 역시 텐트 등 캠핑 신제품을 내놓았다.
쑥쑥 느는 캠핑족, 120만 명 넘어…레저 문화의 ‘대세’
캠핑 열풍에 덩달아 신이 난 곳은 대형 마트다. 최근 캠핑 용품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6월 들어 17일까지 캠핑 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202% 증가했고 홈플러스도 5~6월 캠핑 용품 매출이 96% 늘었다. 각종 기획전을 통해 캠핑 붐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NS홈쇼핑 역시 삼겹로스·목심로스·수제소시지 등 캠핑족을 위한 먹을거리 할인 특별전을 여는 등 최근 여가 문화의 대세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캠핑족의 확대와 함께 귀족 캠핑족을 일컫는 ‘글램핑족’도 등장했다. ‘글램핑’은 ‘글래머러스(Glamorous: 화려한)’와 ‘캠핑’을 조합한 신조어로 호화로운 캠핑을 즐기며 자연을 만끽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글램핑족은 캠핑 용품 및 의류 구매에서 최고급을 추구한다. 텐트만 해도 급이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2개의 방을 야외에 펼쳐놓은 듯한 투룸형 제품은 텐트만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 밖에 거위털 침낭, 돌돌 말 수 있는 테이블, 고급 바비큐 그릴 등은 초고가임에도 글램핑족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글램핑족 사이에서의 로망은 ‘캠핑 용품의 끝이랄 수 있는 달리는 나만의 별장, 캐러밴’이다. 캐러밴은 캠핑족 사이에서도 재력을 갖추고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50~60대가 주소비층이다.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된 트레일러 형태는 3인용이 2000만 원대, 5인용이 3000만 원대다. 국내 제조업체가 만든 캐러밴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2인용 1500만 원, 4인용 2000만 원대다. 이와 함께 캐러밴 렌털 업체도 최근 많이 늘고 있는데 4인용 캐러밴의 하루 렌털비는 15만~30만 원이다.

트레일러 형태가 아닌 캠핑카는 스타렉스를 개조해 제작한 모델이 8000만~1억 원이다. 인기 TV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와 유명해진 두성의 D600M 모델(7인용, 8300만 원)은 2층 침대, 변환형 테이블과 주방·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호텔 업계나 일반 소비재 업체들도 캠핑족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신라호텔·롯데호텔제주 등은 캠핑으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잡고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호텔 부지에 캠핑존을 만들었다. 특설 무대를 만들어 음악 공연을 하는가 하면 호텔 조리장이 직접 캠핑장에 나와 그릴 요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쑥쑥 느는 캠핑족, 120만 명 넘어…레저 문화의 ‘대세’
쑥쑥 느는 캠핑족, 120만 명 넘어…레저 문화의 ‘대세’
캠핑족 대상 홍보 이벤트 가득

소비재 기업들은 캠핑장으로 직접 찾아가 제품 홍보의 기회를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충남 공주 오토캠핑장에서 캠핑족들에게 불고기 양념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이벤트를 통해 자사 제품을 선물로 증정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경기도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에 아웃도어 카메라 체험존을 설치하고 제품 체험 및 대여, 사진 교육, 할인 판매, 경품 이벤트를 펼쳤다. LG전자 역시 야외에서 대형 화면으로 고화질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빔 프로젝터를 ‘글램핑족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아예 기업이 캠핑 대회를 개최해 캠핑족 잡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2 직장인을 위한 참이슬 캠핑촌’ 행사를 포천·양양·청포대 등 세 곳에서 가졌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쏘렌토·스포티지·모하비 등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구입 고객 136가족을 여수 엑스포 캠핑장으로 초대하고 엑스포 관람권을 주는 등 고객 이벤트를 열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오토 캠핑장을 조성하고 캠핑족을 불러들이고 있다. 속초시는 여름 해변 개장을 앞두고 오토 캠핑장을 추가로 조성했다. 해변가 6000여㎡ 시유지에 야영객을 위한 야영 데크 50개동과 일반 텐트 100동 규모의 캠핑장을 현재 추가로 조성하고 있으며 기존 오토 캠핑장 내 샤워·탈의장 신축 등 기반 시설도 확충했다. 공주시도 금강변에 오토 캠핑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주시는 웅진지구 생태공원 공주보 하류 지역에 오토 캠핑장 부지를 선정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제출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캠핑 열풍에 발맞춰 양평 솔뜰캠핑장, 충주밤별캠핑장, 군산 새만금오토캠핑장 등 전국의 베스트 오토 캠핑장 7곳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소비자·기업·지자체까지 캠핑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어 캠핑이 여가 문화의 대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캠핑 시장이 과열되면서 얄팍한 상술이 판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인터넷 캠핑 동호회원을 비롯한 캠핑족들은 최근 캠핑 용품의 인상 폭이 너무 크고 빈번하다는 점을 성토하고 있다. 시장 확대에 따른 소비자와의 소통 확대보다 잇속 차리기에 급급하다는 뜻이다. 또한 수입 캠핑 용품들의 유통가격이 제조국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등의 문제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자연에 파묻혀 별을 보며 가족과 함께 건전히 보내는 하룻밤이라는 캠핑의 본래의 취지보다 캠핑 용품에 집착해 살림살이를 통째로 옮겨 온 듯한 캠핑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캠핑 용품 박람회를 여는 듯한 이들을 보며 수많은 짐을 싸고 풀고 싣고 하는 동안 제대로 재충전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자연 속 캠핑장이 온갖 기업들의 홍보 이벤트장으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