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후자원 탐사 및 보호 조례’ 통과


만약 정부가 바람·햇빛·빗물 등이 모두 국가 소유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의 한 지방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등 중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이 바람·햇빛·빗물 등이 모두 국가 소유라면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은 반드시 성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이룽장성은 지난 6월 14일 인민대표대회에서 ‘기후자원 탐사 및 보호 조례’를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 법안이 “바람·햇빛 등 기후 환경을 구성하는 자연 자원은 모두 국가 소유”라고 규정하면서 불거졌다. 국가 헌법 9조의 자연 자원은 국가 소유에 속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바람·햇빛 등은 기후 환경을 구성하는 자연 자원이며 따라서 국가 소유라고 지방정부가 주장하고 나선 것.

이 조례가 통과되자 기업들은 풍력 산업과 태양광발전 기업들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에서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제멋대로 부는 바람이나 가만있어도 내리 쬐는 햇볕의 소유권을 정한 이런 조례가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발도 거세졌다.
중국, ‘바람·햇빛에도 소유권이 있다’ 주장
네티즌들도 발칵 뒤집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만일 바람이나 햇빛이 국가 소유라면 겨울에 따뜻한 햇볕을 쬐거나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즐기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료를 내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집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일일이 허락받아야 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거셌다.

각종 황당한 규제를 남발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부지만 바람과 햇빛의 소유권까지 국가의 것이라고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논란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중국 정부가 주요 유망 산업으로 적극 지원해 왔던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등의 산업계 이익에도 직결된 문제여서 업계마저 향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이룽장성은 “최근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탐사 작업을 시행하고 개발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기업들의 풍력 및 태양력 탐사·개발을 규제하기 위해 이번 조례를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람과 햇빛 등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명백히 규정해야 이를 근거로 기업들의 풍력 및 태양력 탐사·개발 등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게 헤이룽장성의 인식이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이나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인류의 인식으로 보면 바람이나 햇빛을 국가 소유로 정하는 것은 황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공기처럼 인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을 국가 소유라고 하는 것은 규제의 범위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왕쥔 중국정법대 중유럽법학원 주임은 “조례안은 기후자원의 범위가 불확실하며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후자원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람·햇빛 등이라면 입법 측면이나 이론적으로 따져 국가가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는 인류 보편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만일 기후자원이 탐사와 개발을 거쳐 얻어진 풍력 전력이나 태양에너지라고 한다면 탐사 및 개발에 자금을 투자한 기업에 소유권을 줘야 한다고 왕 주임은 주장했다.

한편 헤이룽장성은 논란이 거세지자 이번 규정은 기업에 적용되는 것이지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개인이 햇볕을 쬐거나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합법적이라며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바람이나 햇빛 등 그간 인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그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던 것을 국가 소유로 정한 데 따른 논란과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