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리 카페 ‘연두’ 여선구 사장

“세상에는 두 종류의 커피가 있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맛없는 커피 딱 두 종류죠.” 커피에 관심이 있거나 커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여선구(43) 사장의 말이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연두’는 여 사장이 직접 수입해 온 생두를 볶아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카페(roastery cafe)다. 이름은 ‘인연 연(緣)’에 ‘콩 두(豆)’를 써서 ‘커피로 맺어진 인연’을 뜻한다. ‘연두’의 외관은 삼청동 일대의 여느 커피 집보다 더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편이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카페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위용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커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삼청동 연두’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데는 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76㎡(23평) 크기의 실내는 정갈하고 심플하다. 매장 한쪽에는 바 테이블 안쪽으로 조리 공간과 배전실이 나란히 있고 홀에는 4~6인용 테이블이 너댓 개씩 놓여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창가 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세 대의 더치 커피 기구들이다. 입구 쪽과 벽면을 두르고 있는 진열장에는 산지에서 직접 들여온 다양한 생두와 각종 커피 기구들 그리고 커피 잔들이 전시돼 있는데 모두 판매하는 제품들이지만 실상은 훌륭한 인테리어 구실을 하고 있다.

직원은 정식 바리스타 3명에 수습 1명 총 4명으로 매장의 규모에 비해 좀 많은 편이지만 여 사장은 생두를 매일매일 로스팅하고 손님 개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커피를 즉석에서 추출해 서비스하자면 이 정도 인원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들은 일단 ‘연두’에 들어오면 경력 유무와 상관없이 여 사장에게서 3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커피 맛에 관한 한 손님들 개개인의 취향과 기호를 존중하는 여 사장에게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원두의 신선도’다. 커피 맛은 결국 신선한 원재료의 맛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갓 볶은 커피를 마셔봐야 커피의 진짜 맛을 알 수 있고 우리가 흔히 마시는 2~3개월 지난 커피는 커피 본래의 맛을 다 잃은 후의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매년 커피 생산지의 기후와 커피 농가의 나무 수, 토양의 변화와 보관 방법 그리고 기간 등을 고려해 수확한 지 6개월 이내의 원두만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산지별로 천차만별인 생두의 생산 시기를 전부 파악해 수확 후 가능한 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국내에 들여온다.
[창업] 골리앗 맞서 오직 맛으로 승부
‘연두’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들여온 26종의 원두를 취급한다. 메뉴판에 적혀 있는 커피의 종류도 나라별로 분류돼 있어 이색적이다. 가격대는 5000~6000원 선. ‘연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건 바로 ‘리필’이다. 주 메뉴인 핸드 드립 커피는 주문한 커피를 충분히 음미하고 난 뒤에도 다른 종의 커피로 리필이 가능하다. 가격은 6000원 선.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또 한 번 추출하는 데만 무려 10시간이 걸리는 더치 커피는 3대의 기구에서 하루 평균 2번 추출한다. 꼬박 20시간을 들여 뽑아내는 커피의 양은 하루 평균 15리터, 잔 단위(155cc)로도 판매하지만 주로 유리병에 담아 판매한다. 750ml 한 병의 가격은 2만 원 선이다.

월평균 매출은 3500만 원, 순이익은 500만 원 정도로 명성에 비해 액수가 적은 편이다. 그는 커피 애호가들의 요청으로 분당 부근에 차린 10여 곳의 커피 전문점에 ‘연두’라는 이름 대신 ‘커피와 사람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kbo65@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